후지무라 야스유키 日 '비전력 공방' 대표 방한 경고

후지무라 야스유키 日 '비전력 공방' 대표
[이투뉴스] "이번 정전(停電)을 후쿠시마 핵발전소와 같은 사고의 전조로 생각하십시오."

한반도가 순환정전으로 가슴을 쓸어내린지 일주일째 되던 지난 22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덥수룩한 흰수염에 백발이 성성한 한 노신사가 낮고 결연한 목소리로 한 시민단체 토론회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일본의 사회적기업 '비전력(非電力) 공방'의 대표이자 니혼대 교수(공학박사)인 후지무라 야스유키(67·사진)씨다.

그는 에너지시민연대가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 원인과 대책'이란 제목으로 이날 개최한 긴급토론회 등에 발제자로 참석하기 위해 이틀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현장에서 97km 떨어진 사무실에서 한국으로 날아왔다.

후지무라씨는 계획정전이 실시되고 있는 현지서 단신으로 처리된 한국의 정전사고 보도를 접했다. 그런데 함께 일하는 시민운동가들의 반응이 모두 한결같았다고 한다.

그는 "(이번 정전이)'이렇게 전기는 중요한거다. 발전량을 더 늘려야 한다'고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음모가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다.

실제 정전사태가 수습국면에 들어서자 각계가 제시하고 있는 대책은 그들의 예지와 닮은 구석이 많다. 전원(電原)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드는 가운데 원자력계가 '원전불가피론'을 다시 매만지고 있다.

당국의 '네탓공방'에 근본적 원인분석과 시스템 개선을 위한 논의는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

후지무라씨는 "(일본에서)지금단계의 피해는 아무것도 아니다. 진짜 재앙은 5년뒤, 10년뒤 우리를 엄습할 것"이라며 "어른들의 결정으로 우리 어린이들에게 너무 끔찍한, 결코 있어서는 안될 비극이 일어났는데, 한국 아이들에게 같은 상황을 맞딱드리게 하고 싶지 않다"고 호소했다.

후지무라씨는 방한 하루전 울먹이며 자신을 찾아온 스무살 방사능 피폭 여성을 만났다. 이 여성은 아이를 갖게 되면 기형아를 낳게 될 것이란 주위 만류에 결혼도 포기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고 한다.

그는 이런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전기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후지무라씨는 "전기가 모자란 게 문제가 아니라 전기를 너무 많이 쓰는 게 문제"라면서 "원전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원전이 대부분 서 있는 지금의 일본도 정전사태는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정전을 후쿠시마 핵발전소와 같은 사고의 전조로 생각하라. 이를 계기로 한국이 핵(원자력) 발전소를 늘리는 쪽으로 움직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2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UN 총회장에서 열린 ‘원자력안전 고위급회의’에서 '원전 안정강화'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원자력 안전에 대한 신뢰에 커다란 타격을 주었으나 이번 사고가 원자력을 포기할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대체에너지만으로는 전 세계 에너지 수요증가와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그러기에 원자력 활용은 불기피하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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