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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IN] 전도유망한 두 벤처기업의 '이상한 혈투'
한국터보기계-뉴로스, 美서 생사건 송사 추적해보니
경쟁사 터보블로워 효율 놓고 진실공방
[191호] 2011년 05월 16일 (월) 10:03:37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터보블로워(Turbo Blower). 쉽게 설명하면 고속모터와 첨단 공기베어링 기술을 결합해 압축공기를 만드는 기기다. 외양은 귓속 달팽이관을 닮았다. 지속적이면서 다량의 공기가 필요한 하·폐수 처리장부터 산업설비의 원료이송까지 압력공기가 필요한 산업군에서 두루 쓰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터보블로워 세계시장 규모는 약 30조원. 기존 블로워 대비 에너지효율(성능)이 높고 수명도 반영구적이어서 대체 및 응용시장까지 감안하면 전도유망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유럽, 일본 선진국을 제치고 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증속기어(톱니)가 필요없는 '직결형 터보블로워' 시장의 경우 유럽에서 약 40%, 미국에서 약 65%, 정밀기기 선진국인 일본에선 특정업체 홀로 약 99%를 점유할 정도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가능성을 내다보고 도전정신으로 뛰어든  벤처기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이역만리 미국땅에선 이런 성과의 주역인 국내 두개 벤처기업이 1년 넘게 생사여탈을 건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들기업은 연구개발에 쏟아부어야 할 자금을 소송비로 소진하면서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누고 있다. 이 분야 리딩컴퍼니로 각축을 벌여온 한국터보기계(K-Turbo)와 뉴로스(Neuros)의 이야기다.

도대체 그간 이들에게 무슨일이 있었던걸까.

업계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발단은 한국터보기계가 미국지사를 설립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외 시장 점유율 1위였던 한국터보기계는 유럽과 일본, 동남아 등을 섭렵하고 뒤늦게 북미시장 진출을 서둘렀다. 하지만 이 업체는 1년여 앞서 현지에 진출한 뉴로스에 밀려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

통상 현지입찰은 납품가와 유지보수비용, 20년 사용 전력비 등의 합산치를 따지는 'Total cost'로 수주가 결정된다. 하지만 한국터보기계는 가장 비중이 높은 전력비 부문에서 자사보다 월등한 성능을 제시하는 뉴로스를 당해낼 제간이 없었다.

한국터보기계 측에 따르면, 당시 사우스밸리(South Valley) 프로젝트에서 뉴로스가 제시한 제품 성능을(kW.소비전력) 효율로 환산하면 74% 안팎에서 최대 80%다. 같은 방식으로 환산한 당시 한국터보기계의 효율은 69%에 그쳤다. 입찰 산식에서 효율 1%는 수주를 좌우할만큼 영향력이 컸다. 한국터보기계가 아무리 제품단가를 내려도 경쟁이 되지 않는 구조였다.

십수년간 이 분야 원천기술 개발을 선도해 온 한국터보기계로선 뉴로스 측이 대내외에 제시하는 성능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결국 이 업체는 뉴로스가 입찰과정 등에서 제시한 수치를 근거로 자체 효율분석에 나섰고, 그들의 소비효율(kW)이 실제 성능보다 두자릿수 이상 높게 제시됐다는 결론을 내린다.

유량, 압력, kW 등 터보블로워의 성능을 나타내는 3대 지표가 업계의 상식을 벗어난 과정을 거쳐 산출됐다는 게 한국터보기계의 주장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터보기계는 영업설명회 등을 통해 뉴로스의 터보블로워 성능이 실제보다 부풀려졌음을 알리는데 주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들의 지적이 사실이라면 뉴로스가 국내외 시장서 입게될 상처는 치명적이었다. 게다가 현지 입찰관련법은 허위성능이 드러날 경우 무거운 벌금을 물리고 있었다. 뉴로스가 한국터보기계를 상대로 법정소송이란 정공법을 택하게 된 배경이다. 이듬해 뉴로스는 한국터보기계를 상대로 100만달러 규모의 고액 소송을 제기한다. 양측의 지리한 법적공방은 이때부터 1년여간 계속됐다.

연구개발에 사용됐어야 할 양사의 밑천이 소송비로 투입됐다. 한국터보기계의 경우 손실 장기화로 투자사인 성신양회가 독일 블로워 기업인 아르젠사에 사업권 전체를 매각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장외거래주인 양사의 주가도 사태 추이에 따라 출렁거렸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

한국터보기계가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도 이즈음이다. 유체기계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데이비드 제픽스 박사(Dr. David Japikes. 미국)에게 뉴로스의 효율 분석을 의뢰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한국터보기계는 기다렸던 제픽스 박사의 용역결과를 받아들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미국 일리노이주 법원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3일(한국시간 4일) 차일피일 미뤄온 판결을 내린다. 우선 법원은 한국터보기계가 뉴로스 제품의 효율이 낮다고 비난했다는 점을 들어 소를 제기한 뉴로스의 손을 들어줬다. 또 뉴로스는 고객에게 효율을 보장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소비전력을 보증한 것은 인정). 그러므로 한국터보기계의 비난도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뉴로스의 승소로 한국터보기계는 6만달러를 배상해야 할 처지가 됐다. 문제는 법원이 '양측 전문가가 뉴로스의 효율이 제시된 것보다 낮다는 것을 증언했다'고 판결에 적시, 또다른 논란의 불을 댕겼다는 점이다. 한국터보기계의 비난이 근거가 없다면서 뉴로스 제시효율에 대한 양측 전문가의 의견을 첨언한 것이다. 때문에 승·패소 여부와 달리 양사의 명암은 대비되고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힐 내용이 일절없다"고 운을 뗀 뉴로스 측 관계자는 "(승소로) 우리는 보상을 받는 쪽"이라며 "대략적인 건 다 공개되지 않았는가. 향후 대응이나 지금 입장은 '노코멘트'"라고 말을 아꼈다. 반대로 한국터보기계 측은 "이번 소송의 본질은 효율에 대한 것이지 명예훼손에 그칠 성질이 아니다"면서 "판결은 진 것이 됐지만, 결과적으론 승소한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 美 데이비드 제픽스 박사 측이 수행한 효율분석 연구용역 데이터. <제공-한국터보기계>
그러면서 그들은 소송기간 외부에 공개할 수 없었다는 전문가 용역결과<표>를 제시했다. 한국터보기계가 제공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뉴로스 NX series 모델의 경우 CH2Mhill 측을 통해 제시된 효율은 73.9%였으나 데이비드 제픽스의 의뢰를 받은 Concept NREC사가 용역수행을 통해 추산한 실효율은 63.8%에 그쳤다. 성능차가 10%를 넘었다. 한국터보기계(K-Turbo)는 64%로 추정했었다.

이헌석 한국터보기계 대표는 "공판 과정에 뉴로스 측이 고용한 전문가도 이 부분(실효율이 낮다는 것)에 대해 동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로스 측은 "그 문제는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은 사항"이라며 논의자체를 꺼렸다. 이헌석 대표는 "뉴로스가 소비전력을 보증한 것은 효율을 보증한 것과 같다"며 "향후 이 문제를 비롯해 보다 많은 진실을 공개되고 피해를 보상받도록 변호사 측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터보기계와 뉴로스의 매출은 각각 241억원, 302억원이다. 뉴로스는 현재 한국기술투자 등의 투자를 받아 교보증권을 주관사로 연내 코스닥시장 상장(IPO)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 대표는 모두 옛 삼성항공(현 삼성테크윈) 출신이다. 옛 동지가 길없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격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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