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성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경인운하·4대강 사업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
배출권거래제 연기, 온실가스 감축 의지 약화

[이투뉴스] 거침이 없다.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솔직담백하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쿨'하다.

'송파구 터줏대감', '행정의 달인', '4대강 저격수', '시니어 정치인'. 김성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71. 민주당)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정도(正道)로 간다'는 그의 좌우명처럼 소신있게 의견을 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위원장은 관선·민선을 합쳐 서울의 구청장만 다섯 번, 그 중 송파구청장만 네 번 지냈다. "행시에 합격한 뒤 공직을 천직으로 알고 서울시 행정에 33년을 봉직했다" 그에게서 전형적인 행정관료의 냄새가 묻어나는 게 당연했다.

행정가다운 치밀함을 무기로 국토해양위원회에서 활약했던 2009년, 수자원공사로부터 4대강 문건을 입수해 법적문제를 조목조목 따졌다. 그리고 이듬해 과반수 찬성으로 '의원들이 뽑은 경제상임위 베스트 의원' 최우수 선량으로 꼽혔다.

지난 달 16일 국회 환노위원장실에서 김성순 위원장을 만났다.

-지난해 6월부터 18대 국회 환노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간 소회를 밝히자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환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컸다. 위원장으로서 어느 당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성을 유지하며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했다.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 현안질의 등 위원회 활동과 관련해 위원장으로서 중립적 입장을 견지했다.

-최근 구제역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사상 초유의 구제역 파동은 정부의 초기방역 실패로 전국적 확산을 초래해 축산 인프라를 붕괴시킨 관재(官災)이자 인재(人災)다. 매몰처리 과정에서도 방역 위주의 매몰처리에 급급해 매몰처리 지침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침술수 유출과 상수도 오염, 악취 등 2차 오염을 유발시켰다.

지난 달 경기도 이천 등 팔당상수원 부근 가축매몰지 현장을 방문해 실태조사를 벌인 뒤, 환노위 산하에 '구제역 매몰지 주변 환경관리대책 소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총 6명으로 구성된 소위원회(위원장 이범관 한나라당 의원)는 지난 달 18일 첫 회의를 가졌다. 앞으로 구제역 가축매몰지 조사 및 정비·보완, 침출수 처리 및 저감대책, 매몰지 주변 하천 수질 및 토양관리, 악취 최소화 대책 등 전반적인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환경부의 구제역 2차 오염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은 농림수산식품부가 소관부처로 돼 있으며, 가축 방역에 따른 주변 환경의 오염방지에 대해서는 농식품부와 지자체의 책무에 대한 사항이 주 내용이다. 즉 환경부의 역할과 책무가 제대로 규정돼 있지 않다. 따라서 구제역 가축매몰에 따른 침출수 유출과 지하수 및 토양오염, 상수원 오염 가능성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관련법을 재정비해 환경부가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법적 뒷받침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법 개정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4대강 저격수'로 통하는데 4대강 사업에 대해 평가하자면.

▶대통령은 다시 뽑을 수 있지만 강은 한번 파괴되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22조2000억원이 투입되는 4대강 사업은 할 이유가 없는 사업이다. 수질 개선이나 홍수 방지 등 목적을 위해서라면 4대강이 아니라 지천을 위주로 사업했어야 한다.

게다가 수질은 더 나빠질 게 틀립없다. 오히려 10~15년 지나면 보를 헐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올 거다. 보를 쌓으면 양 옆으로 수위가 높아져 오히려 홍수 우려가 커진다.

시대적 조류에도 맞지 않고 시급한 사업도 아니다. 강은 처음에는 방치, 그 다음에는 이용, 지금은 보호하는 시대로 흐르고 있다. 그런데 다시 이용하는 강을 만들자고 4대강 사업을 하는 건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 지금 시대에 4대강 사업은 맞지 않다.

-4대강 사업이 법적으로도 위배된다고 했는데.

▶수자원공사의 역할은 상류에 댐을 건설해서 상수원을 공급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공은 원활한 상수원을 공급하는 데 치중해야지,  4대강 토목공사를 하고 중하류에 보를 건설하고 준설하는 것은 수공의 할 일이 아니다.

-4대강 사업이 나아갈 방향은.

▶올해 보 건설과 강바닥 준설 등 4대강 공사가 대부분 끝나는 만큼 정부가 공언한대로 수질이 개선되는지 아니면 악화되는지, 또 확보한 10억톤의 물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또 습지와 대체 서식지 등을 제대로 조성해 자연 생태계가 보전될 수 있도록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할 것이다. 또 친수구역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와 난개발을 막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내실있게 추진해야 한다.

-최근 배출권거래제 시행이 2013년에서 2015년으로 연기됐다.

▶정부가 시행시기를 연기한 것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의지가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또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2015년 이후로 미룰 경우 2020년까지 가파른 온실가스 감축이 요구돼 오히려 산업계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시행초기 약 3년간의 적응기간을 감안한다면 2020년 국가 온실가스 중기 목표달성에 배출권거래제를 활용하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국정 비전에 대해 평가하자면.

▶이명박 정부가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정비전으로 제시하고 이를 위해 녹색법을 제정해 지난해부터 시행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경인운하와 4대강 사업 등 환경훼손 우려가 높은 대규모 토목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4대강에 초대형 보를 건설하고, 강바닥을 대규모로 준설하면 온실가스가 줄어들까. 4대강 사업은 오히려 녹색성장에 역행하는 환경훼손 정책 아니냐. 게다가 도심의 허파인 그린벨트를 대대적으로 풀어 보금자리 주택을 건설하는 것도 녹색성장과 배치되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이다.

-그렇다면 '저탄소 녹색성장'의 올바른 추진 방향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환경분야 R&D(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확대해 기후변화와 글로벌 환경규제 등 새로운 환경 이슈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환경·에너지 분야의 기술무역수지는 0.15로 전체 기술무역수지(0.39)에 비해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환경분야 R&D 투자 확대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 기술개발 사업, 환경보건 분야, 폐자원 에너지화 기술개발 사업 등에서 신규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올해 환노위의 중점 추진 법안은.

▶지난 달 임시국회에서 '자연공원법' 개정안과 '친환경상품 구매촉진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또 올해부터 '석면피해구제법'이 시행되고 있고 '석면안전관리법'이 제정돼 석면에 대한 양대 입법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국가의 생물주권을 인정하는 '나고야의정서'가 본격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나고야의정서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범정부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국내에는 생물유전자원의 접근에 필요한 사전통보 승인절차나 연락·책임·감시기관 지정 등에 관해 법제화된 게 없다. 각계 의견을 수렴해 입법을 서두를 계획이다.


김성순 위원장은

▲1940년 서울 출생 ▲단국대학교 정외과 졸업 ▲한양대 행정학박사(복지행정) ▲1966년 제4회 행정고시 합격 ▲1989년 서울시 보건사회국장 ▲1991년 서울 중구청장 ▲1992년 서울시 문화관광국장 ▲1993년 4대 송파구청장(관선) ▲1995년 2대 송파구청장(민선) ▲2000년 제16대 의원(보건복지위 간사) ▲2004년 건양대 석좌교수(보건의료학) ▲2005년 한국노인문제연구소 이사장 ▲2007년 민주당 사무총장·최고위원 ▲2008년 제18대 의원(국토해양위) ▲2008년 민주시니어 간사 ▲2008년 민주당 기독신우회 부회장 ▲2009년 민주당 경제위기극복 및 일자리창출특위 건설주택본부장 ▲2010년~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대담=김경훈 편집국장, 정리=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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