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지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한국위원회 위원장(중앙대 부총장)
기업 환경회계 도입 장본인, 삼성전자 환경회계 가이드라인 설계

[이투뉴스] "국내 기업 가운데 환경회계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기업은 아직 없다. 환경회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환경경영을 한다고 큰 소리 치는 기업의 절반은 엉터리다."

국내 환경회계 전문가로 꼽히는 장지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한국위원회 위원장(중앙대 경영경제 부총장)<사진>은 지난 3일 <이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기업들의 환경경영 수준이 낮다고 일침을 가했다. "환경경영이나 탄소경영의 핵심은 환경·탄소회계라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이 환경경영을 홍보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환경경영을 제대로 수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환경회계는 환경관련 비용의 소재와 규모를 정확히 산정, 제품·공정별로 배분함으로써 기업 활동의 경제적·환경적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환경관련 지출·자산·부채를 재무제표상에 기재하는 것을 말한다. 1996년 증권감독원(현 금융감독원)은 '기업회계 기준'을 개정하며 환경 관련 정보를 공시하도록 규정했지만 사실상 기업 참여는 전무하며 회계감사에서도 간과되고 있는 실정이다.

장 위원장은 거의 처음으로 국내에 환경회계를 소개한 사람이다. 증권감독원에 의해 환경회계 개념이 처음 소개되던 그해, 장 위원장은 안식년을 맞아 떠난 호주 브리즈번에서 환경회계를 처음 접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1998년 <환경회계>라는 저서를 출간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삼성전자의 환경회계 가이드라인 설계 작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환경회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마찬가지로 기업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는 "기업의 환경경영 담당 직원들이 환경회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하면 경영진들은 '돈이 되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매몰차게 거절당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환경회계가 국내에서 회자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장 위원장은 평했다. 그는 "일본은 기업의 환경회계가 상당히 활발한데 궁극적으로 비용이 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기업 CEO들은 환경경영을 홍보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경향이 짙다"고 비판했다. 환경회계 시스템 구축이 시간도 많이 들고 초기비용 지출도 크기 때문에 기업에서 쉽사리 도입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서, 장기적으로 기업에 꼭 필요하다는 게 장 위원장의 생각.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환경 분야가 있고, 환경 분야에 탄소 정보 공개가 포함돼 이 모든 건 어찌보면 하나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그가 지난해 4월부터 CDP한국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국내 에너지·환경 기업들의 CDP 참여를 포함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그는 "매우 소극적"이라고 평가했다. 기업 입장에서 추가적인 원가 부담이 발생하는데다 탄소 정보 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전력이나 가스공사의 경우 공기업이기 때문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CDP를 상당히 두려운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공기업이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내에서 탄소 정보 공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 2년간의 결과는 한 마디로 '나름' 성공적이었다. 응답 대상기업과 참여 기업수가 증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정보 공개의 질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장 위원장의 설명이다.

장 위원장은 지난해 말 탄소 정보를 공개하는 국제 기준을 제정하는 탄소정보공개기준위원회(CDSB) 기술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CDSB는 7명의 이사회와 사무국장, 20명가량이 참여하는 기술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기술위원회는 탄소정보 공개 기준을 만드는 실무작업을 수행하며, 회계학 교수로 기술자문위원에 위촉된 사례는 장 위원장이 최초다.

CDSB는 궁극적으로 탄소 정보 공개 기준을 정교하게 만들어 기업의 재무정보공시에 포함시키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CDSB 기술위원회는 지난해 말 <기후변화 보고 프레임워크(CCRF)> 2차 개정판을 발간했다. 하지만 이는 법적 강제성이 없어 정보 공개 여부는 전적으로 기업이 선택권을 갖는다.

그는 "CCRF를 국제회계기준(IFRS)처럼 법적 강제성이 있도록 해야 정보의 신뢰성과 정확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IFRS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제정한 회계기준으로, 현재 150여개 국가가 채택했거나 도입 예정이다. 우리나라 상장사와 금융사 등은 올해 IFRS를 한국어로 번역한 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를 전면 도입할 예정이다.

올해 중앙대 경영경제 부총장직을 맡으며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환경회계, 탄소회계에 대한 이론과 사례연구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꼭 필요로하는 가이드라인을 책이나 보고서로 펴내고 싶다"고 계획을 설명했다. CDP위원장으로서도 "국내 금융기관이 직접 참여해 CDP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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