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오염 등 음용수 부적격 국민건강 위협
영국은 소각처리, 살처분 지역범위3㎞ 재고 여론 비등

▲ 구제역에 감염된 돼지가 매립되고 있다.<사진제공=한국동물보호연합>

[이투뉴스] 지난해 11월29일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충남 보령, 경기 연천, 강원지역으로 퍼져나가면서 52만3500여마리의 소와 돼지가 살처분되고 있다. 살처분 매몰과정에서 수질오염 등 2차 오염 발생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29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총 88건의 구제역 의심신고 가운데 60개 농가의 가축이 구제역 양성을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6만2288두수의 소와 45만8679두수의 돼지가 매몰됐거나 매몰될 예정이다.

방역당국은 구제역에 감염됐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소나 돼지를 살처분할 때 구덩이를 4~5m 깊이로 파고 매몰지보다 큰 규격의 이중비닐로 매몰지 전체를 덮은 뒤 유공관과 가스배출관을 매설한다. 밑바닥에는 생석회 3㎝ 이상과 톱밥 30㎝ 이상을 깔고 2m 이상 흙을 덮은 뒤 매몰장소 주변에 소독약을 뿌리도록 하는 등의 매뉴얼을 시행하고 있다.

구제역 감염 가축은 안락사 살처분 뒤 매립이나 소각을 하도록 돼 있으나 국내에서는 소각 대신 주로 매몰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단기간 내에 많은 양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매몰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살처분 가축매몰 지역에서는 지하수 오염이 우려되는 상황.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환경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살처분 가축매몰지역 지하수 오염도 조사 결과, 질산성질소와 대장균 수치가 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올해 환경부가 실시한 가축매몰지역 지하수 검사 결과에 따르면 인천, 경기, 충남 지역은 질산성질소, 암모니아성질소, 염소이온, 대장균 등이 기준치를 초과해 음용수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질산성질소의 경우 농도가 10㎎/ℓ 이상이면 생후 3개월 이하 유아에게 청색증(산소 부족 증상)을 일으켜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환경부 토양지하수과 관계자는 "너무 한꺼번에 많은 양이 처리돼 2차 오염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현재까지 매몰지의 지하수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은 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매몰법 외에 소각이나 렌더링(사체를 고열에 삶아 바이러스를 없애는 방법) 등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살처분 방식이 다변화될 필요가 있지만 사건의 긴급성 때문에 주로 매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영표 의원 역시 "현재의 살처분 방식으로는 침출수 유출을 막을 수 없으므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안전한 위생매립장으로 옮겨 매몰하거나 이동식 소각로 등을 이용해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경우 2001년 3월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가축 살처분 방식으로 약 130마리만 매립하고 나머지는 소각 처리했다. 대중들의 항의와 기술적인 문제로 더 이상 매립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한국동물보호연합, 불교환경연대, 사찰생태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3㎞ '싹쓸이' 살처분을 즉각 중단하고 구제역 예방백신제도를 전면 도입하라"며 '예방적 살처분'과 '생매장' 중단을 촉구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구제역이 발생하면 3㎞ 범위까지 모든 소, 돼지를 살처분하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며 "EU(유럽연합), 일본 등 외국에서는 구제역 발생 농가의 동물만 살처분할 뿐 500m 내의 동물에 대해서는 이동금지, 진단강화, 방역 강화 등의 조치만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애 기자 moosim@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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