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산업 사양화, 그 뒤안길을 걷다 9]- 절대권력은 부패한다

[이투뉴스 조찬제] 노조의 목소리가 왜 매미소리처럼 들리는지 모르겠다. 매미는 땅속에서 오래 동안 생활한 것에 비해 밝은 세상의 생활은 매우 짧다. 주어진 한 달 안에 소명을 다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매미의 소리도 감미로워 듣기도 좋은 데 도심 속의 매미는 얼마나 시끄러운 지 귀가 따가울 지경이다. 주위 소음보다 더 큰 소리를 내어야 암컷을 유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세계에서는 목소리 큰 것이 성적 매력이 넘치는 멋진 놈일 것이다.

한여름 밤의 도심에 살고 있는 매미는 밤낮없이 울고 또 운다. 자신을 알아달라고 악을 쓰면서 운다. 암컷을 제외한 다른 청중들은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노래한다. 본능에 충실하게 노래한다. 내년에 태어나는 매미는 더 큰 목청을 가진 수컷을 생산할 것이다. 목소리 큰 놈이 모든 것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

우리의 노조도 군사정권시대에 억압받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민주화 물결을 타고 노조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지금의 일부 노조는 권력 집단이 되어 버렸다.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지 신경쓰지 않는다. 요구하고 또 요구하고, 축적하고 또 축적해 주체할 수 없어도 그게 좋은 것이다. 한여름 밤의 도심 속 매미처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목청을 높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의 성격이 강직했던지 노조든 간부든 항상 견제를 했다. 필자의 입을 막으라는 특명도 있었다. 항상 입바른 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듣기 싫겠지만 당연히 해야 할 말을 못하게 막아 버리니 소통이 잘 되지 않은 것 같다. 위에서는 항상 듣기 좋은 소리만 들으려고 하고, 약삭 빠른 직원들은 오히려 그것을 이용해 보신의 수단으로 삼았다.

노조는 정보 수집을 철저히 했다. 누가 무슨 얘기를 하는 지 하루가 지나지 않아 다 파악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 다른 지역 정보까지도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관리직 연수가 있었다. 뒤풀이 겸 술을 한 잔 나누면서 여러 가지 마음에 담아 두었던 얘기를 꺼내놓았다. 노조에 대한 얘기도 나누었는데, 술김에 좀 과한 얘기를 했던 모양이다.

정확하게 무슨 얘기를 한 것인지 지금도 잘 기억할 수 없는데 노조간부가 대단히 화를 냈다고 한다. 노조 간부회의에서도 이 사실이 언급됐다고 한다. 도대체 술 자리에서 한 얘기를 누가 전달하였으며, 노조원이 한 얘기를 듣고 노조간부가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만약 문제가 있으면 당사자를 직접 불려서 얘기를 들어보고 잘못한 점이 있으면 책임 추궁을 하든지 해야지 다른 간부가 필자에게 "앞으로 말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다. 무슨 얘기를 한 건지도 모르고 경고를 받은 것이다. 노조가 노조다워야 하는데, 노조원 위에 군림하는 노조가 되어 버린 것이다. 노조원의 얘기를 들어보려고 하지 않는 노조가 무슨 노조인가?

노조는 권력화, 귀족화, 사유화되었다. 소수의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무슨 절차가 그렇게 복잡한지 모르겠다. 필자가 노조 간부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어떤 행사에 노조의 협조가 필요해 그에게 전화로 부탁을 했다. 깍듯이 예의를 표하였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절차를 밟지 않고 그에게 바로 전화를 한 게 화근이었다. 모 이사가 필자에게 왜 직접 그에게 전화를 했느냐고 질책조로 말했다.

무엇이 잘못된 건 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행사에 협조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뭐가 잘못된 것이란 말인가. 노조원이 간부에게 개인적인 전화를 할 수도 있는 데, 행사 협조 부탁전화를 절차를 다 밟고 전화를 하라면  노조는 누구를 위한 노조란 말인가? 노조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 노조원을 무시하는 노조, 노조원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 노조, 세대 교체가 되지 않아 장기 집권화된 노조, 권력의 세습화가 낳은 병폐같다.

이것 때문에 광업소 발령을 내야 한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스트레스 많이 받았지만 필자를 상대로 노조 간부가 직접 나서니 오히려 필자의 위상만 높여준 것 같았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담대하게 행동했고, 그런 위협과 협박이 많을수록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 퇴직을 하더라도 노조의 변화를 모색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왔다. 지부장 선거가 다가왔다.

과거에는 연임을 잘 하지 못했는데, 요즘은 한 번 당선되었다하면 3선, 4선을 내리 하는 경향이다. 권력은 오래 가면 썩기 마련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말과 같이 권력은 물이 흐르듯이 흘려야 한다. 기회는 한 사람이 독식할 게 아니라 나눠 가져야 한다. 전임 지부장이 특별한 과오가 있었던 게 아니라 새로운 사람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그의 선거를 지원했다.

힘을 모으면 변화는 오기 마련이다. 새로운 지부장으로 바뀌게 되니 노조 관련자들은 본의 아니게 명예퇴직을 하게 되었다. 좀 더 벌어먹게 내버려 두지 왜 바꿔 그의 밥줄을 끊어 놓았냐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는 줄 안다. 그 분을 생각하면 미안하기 그지 없지만 새로운 변화를 위해 세대교체가 필요했다고 본다.

변화를 모색해 보려고 하는 사람들의 염원이 더 강하기 때문에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벌써 3년이 다가온다. 내년 봄에는 또 선거가 있겠다.

필자가 퇴직을 한 지도 2년이 지났다. 석공의 생활 전부를 다 합한 것보다 석공을 떠난 2년간의 민간인 생활이 세상 경험을 훨씬 더 압축적으로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인도에 홀로되어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정들었던 직장을 정년 때까지 근무하면 좋겠지만 지금 현실은 우리를 그 자리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자의든 타의든 떠나가게 한다.

하지만 익숙한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낯선 것과 친숙해지기 위한 준비를 항상 해둬야 한다. 지금 필자는 익숙한 것을 철저히 버리고 새로운 것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앞으로 좋은 결과가 있도록 많은 분들이 기원해 주었으면 한다.

필자는 불안, 실망을 뼈저리게 맛보아 왔다. 필자가 가진 능력 이상으로 많은 고생을 해야만 했다. 필자의 인생을 돌이켜 볼 때 그것은 죽어 버린 꿈, 깨진 희망, 부서진 환상의 잔해가 흩어져 있는 싸움터였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필자는 언제나 불리한 입장에서 싸워야 했고, 상처를 입어 피를 흘려야 했다.

그러나 필자는 조금도 자신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지나가 버린 슬픔을 회상하지도 않고, 괴로움을 당하지 않고 사는 사람을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단순히 살아온 것이지만, 필자는 역경에 맞서 또 다른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생활에 충실했던 것이 아닌가 스스로 격려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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