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왜곡은 시장경제 악영향 줄 수도



똑같은 양의 난방용 에너지를 소비하고도 100만원 이하 소득 가정이 500만원 이상 소득 가정보다 연간 16만원을 더 쓰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위화감을 조성하거니와 도시와 시골의 격차를 더 벌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하지만 대책 마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갑원 열린우리당 의원은 13일 산업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상류층은 빈곤층에 비해 소득이 5배 이상 많고 에너지는 20% 이상 더 쓰지만 주요 겨울철 난방연료비는 20% 이상 더 적게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의원은 "소득이 낮을수록 단위 열량당 가격이 비싼 등유와 프로판 가스의 사용 비중이 크고 소득이 높을수록 가격이 싼 도시가스와 지역난방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소득역진적 에너지구조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정식 열린우리당 의원도 "도시가스 사용가구와 등유 사용가구의 월평균 난방비가 각각 11만원과 20만원 정도로 약 2배 차이가 난다"면서 "이는 도시가스 대비 등유에 붙는 과중한 세금 부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등유 1리터당 일본은 소비세 35.4원을 붙이는 반면 우리나라는 특소세, 교육세, 부과세 등 258.9원의 많은 세금이 붙기 때문이라는 게 조의원의 설명이다. 조의원에 따르면 등유의 세금은 도시가스의 3.4배(동일 열량 기준) 에 달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리터당 23원의 세금을 삭감하는 등 등유에 붙는 세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게 국회의원들의 주장이다.


이같은 지적에 전문가는 등유 가격이 높아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대안을 찾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등유가격이 도시가스보다 비싸 등유 사용자의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몇 가지 정밀 분석으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어느 정도의 소득층을 저소득층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다. 또 모든 저소득층이 등유사용자라고 할 수 없으며 반대로 등유사용자가 모두 저소득층으로 볼 수도 없는 게 사실이다.

 

박연구위원은 "어떤 기준으로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을 나눌 것인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초생활수급자를 저소득층으로 본다면 이 중 등유를 사용하는 가구는 2003년 통계 기준 42% 정도"라고 말했다.

 

또 세금을 인하해 등유가격을 낮추는 대안은 매우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금인하는 전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더 클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의 판단이다.

 

박연구위원은 "극빈층을 위해 연탄가격을 원가 이하로 했더니 일반가정용이 아닌 영업용으로 사용되는 등 다른 수요가 생겼다"면서 "이 때문에 재정부담이 생겼고 이는 곧 전체 경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한 셈"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가격은 시장경제원리에 의해 형성되는데 이를 인위적으로 왜곡시키면 소비형태가 변화되어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박연구위원은 "정답은 아니지만 극빈층을 정확히 조사한 후 그들에 대한 소득지원을 해주는 방법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시장원리를 깨지않으면서 전체 경제를 왜곡시키지 않는 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회의원의 주장처럼 등유 사용자의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또 등유 사용자가 저소득층일 가능성도 크다. 그렇다면 저소득층을 위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 에너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가격을 인하하는 방향으로 이를 해결하는 정책은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을 인하하면 등유를 사용하는 저소득층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순기능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북핵실험과 고유가 등으로 아슬아슬한 국내 시장경제에 혹 역기능을 제공하지는 않을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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