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욱 전력거래소 계통운영처 송전운영계획팀장

 

[이투뉴스] 냉방기 등에 의한 전기소비 증가로 대규모 정전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올 여름 각종 언론 매체를 뜨겁게 달구다가 한풀 꺾인 더위와 함께 언론 매체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버렸다.

이러한 우려가 언론 매체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기와 같이 기본적인 재화는 있는 듯 없는 듯 우리 삶을 지켜주면 족하다. 이러한 재화의 공급이 언론 매체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참 전기소비가 치솟았던 한여름이 지난 요즘에도 전기에너지 유통을 담당하는 전력거래소는 한여름만큼이나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여름철 가동됐던 다수의 발전기가 최근 유지보수 상태에 돌입함에 따라 전기에너지의 여유분을 확보하는 것이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요즘에는 언론 매체가 관심을 기울여 주길 바라기도 한다.

언론 매체의 관심이 사그라진 최근에는 전기에너지 부족으로 대규모 정전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이면에 흥미 있는 사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올해 최대 전력은 6989만kW이었지만, 전기를 많이 사용했던 7월에서 9월초까지 6850만kW이상의 전력 소비가 이루어진 경우는 3일간에 걸쳐 총 10시간이이었다. 6800만kW이상은 7일간에 걸쳐 총 17시간 사용됐고 6750만kW이상의 경우는 12일간에 걸쳐 총 25시간에 지나지 않았다.

이 25시간은 1년 즉, 8760시간의 0.29%에 불과하다. 그런데 6989만kW와 6750만kW의 차이인 약 250만kW는 전체 냉방기가 소비하는 전력 1500만㎾의 16%정도로 이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약 2조원 가량이 투자된다.

나라의 살림살이와 지구온난화 등을 생각해 연중 25시간 동안 또는 평균 하루 2시간동안 냉방기를 가동하지 않고 지내면 어떨까?

냉방기를 가동하지 않는 것은 지나치니까 냉방기 가동 온도를 약간 높이는 것은 어떨까? 참 좋은 생각이지만 먼저 실천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실천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한여름에 몇 시간 시원하게 지내려고 백만 원이 넘는 냉방기를 샀는데 그것을 켜지 말라니! 누구도 먼저 냉방기를 끄거나 가동온도를 자발적으로 낮추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한여름을 시원하게 지내려는 욕구와 약 2조원으로 상징되는 기회비용 간에 절충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마술 지팡이가 있을까?

우리는 시장에서의 물건 값이 사람들의 욕구를 조절하여 과시적이지 않으면서도 합리적인 소비 행동을 이끌어 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사람들이 전기를 사용하는 행동에 변화를 일으켜 주는 눈에 보이는 신호가 있다면, 약 2조원으로 상징되는 사회적 재원을 사회의 보다 더 긴요한 부문에 사용할 수 있는 여유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지능형 전력망 기술, 한국개발연구원이 제시한 전력소매시장, 전력수요자원시장 등 다양한 마술 지팡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대안들에 대해서 찬반의 논란이 있지만 내년 여름에는 우리 사회의 중지가 담긴 마술 지팡이 덕분에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고 사회적 투자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자족감을 느끼면서, 그런대로 견딜만한 여름을 보내는 상상을 해본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