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가정까지 전력공급 중단…문 닫은 공장들 한숨

[이투뉴스] 전력 수요 급증으로 잦은 정전 사태를 겪고 있는 중국이 온실가스 절감 목표를 맞추기 위해 '제한 송전'이라는 초강수 대책을 꺼냈다. <AP>통신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중국 지방 정부들이 최근 송전 차단을 단행하면서 제철소와 공장들이 가동을 멈췄다. 수천 가구가 전기불 없이 깜깜한 밤을 지샜다.

베이징 중앙정부가 정한 에너지 절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였다. 전력 소비가 급증하자 정전 등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겨 제한 송전이 불가피했던 이유도 있다. 베이징 남서부 허베이성 안핑에서는 수천 개의 공장과 주택들이 지난 2주간 제한 송전으로 전기를 공급받지 못했다. 저장성 타이저우시는 가로등을 소등하고 호텔과 쇼핑몰을 대상으로 절전할 것을 명령했다.

안핑에서 전선 제조 공장의 한 홍마이 부장은 "전기 공급이 끊겨 주문 물량을 다 채우지 못해 위약금을 물게됐다"며 "우리 집에서는 정전기간 동안 화장실조차 이용하지 못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제한 송전은 중국 성장통의 징후이자 정부의 목표를 맞추기 위한 행정부의 권력 이용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언론은 분석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은 급등하는 에너지 수요와 환경오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과 역행하고 있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정부의 노력이 쉽지 않음을 가늠케 하고 있다. 중앙 정부는 지역 정부들에게 에너지 효율 단속을 위해 감찰단을 보내고 압력 수위를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결과 일반 가구에조차 전력 공급을 중단해버리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린피스 중국 지부의 양 아일룬 대변인은 "만약 누군가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도록 명령한다면, 그 압력을 일반 국민들에게 전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가정집까지 제한 송전을 한 것을 두고 안핑시 공무원들을 호통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부는 모든 가정이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명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제한 송전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정유소들이 가격 조정을 위해 생산량을 줄인 이후 휘발유 부족 현상이 벌어져 경제에 타격을 입혔다. 이듬해 일부 지역들은 폭설과 한파로 꽁꽁 얼어붙었지만 정전으로 인해 추위에 떠는 등 고통을 겪었다. 정부는 전기료를 동결시켜 전력소들이 석탄 비축량을 적게 사용함으로써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했다.

올해 제한 송전은 중앙 정부가 지난달 에너지 효율 캠페인에 차질이 생겼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시작됐다. 경기부양책이 건설을 부추기면서 철강과 시멘트, 중장비 산업이 활발해지고 에너지 소비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에너지 집약도(생산량 대비 에너지 소비량)를 2006년도 수준에서 20%가량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중국의 에너지 집약도가 미국과 일본 보다 약 2배 높다고 발표했다. 중국 관료들도 에너지 소비가 세계 평균보다 3.4배 높다고 인정한 바 있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에너지 집약도는 오래된 철강소 수천 곳의 공장 문을 닫도록 명령한 이후 2009년 말 기준 전년대비 14.4%가량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엔 0.9% 소폭 상승했다. 이에 따라 중앙 정부는 2087개 철강회사와 시멘트 제조공장, 환경적으로 관리가 허술한 공장 폐쇄를 단행했다. 또 주요 지역 18 곳에 에너지 효율 감독을 위한 검사관을 파견했다.

그린피스의 양 대변인은 "중국 정부는 에너지 절감 목표 달성을 실패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행동하고 있는지 신뢰성에 의혹이 던져질 수 있음을 감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론자들은 오래된 공장 폐쇄를 반기고 있지만, 일시적인 송전 제한은 높은 사회적 비용을 물게 할 뿐"이라고 지적하고 "정부는 에너지가 절약을 강조하는 등 장기간의 과정을 밟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한 송전은 역효과를 낳을 뿐이란 일각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허베이성 안핑의 한 전선 공장 관리인은 자사가 발전기를 구입해 단전에 대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전력은 비효율적이고 공해가 심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으며 생산비용까지 높다. 대형 회사들도 정부의 에너지 효율 캠페인에 의해 혼란을 겪고 있다. 경기 후퇴를 만회하기 위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정부의 압력을 받는 동시에 생산량을 줄이라는 명령을 받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형 철강업체인 바오스틸 그룹은 지난 1일 연 200만톤급 용광로 운영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운영 중지는 3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으며, 이는 한 달 18만톤의 철강 생산을 못하게 됨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 공장이 있는 저장성은 올 상반기 에너지 집약도에서 1%의 향상도 이뤄내지 못했다. 올해 목표는 3.2% 상승이었다.

상하이 북부 장쑤성은 휴대폰과 컴퓨터, 전자 기기를 제조하는 공장들에게 매 2주마다 5일씩 가동을 중단할 것을 명령했다. 허베이성에서도 에너지 사용 쿼터제를 시행하고 있다. 법을 어긴 공장은 벌금과 전기, 물 공급 중단이라는 처벌을 받게 된다고 지역지 <상하이 시큐리티스>는 밝혔다. 이 신문은 "산업 종사자들은 (단전 때마다) 비통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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