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확대안 수립…2020년까지 20% 충당

[이투뉴스] 석탄을 전력원으로 사용해온 호주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뒤늦게 '에너지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1980년대 호주는 태양광 기술과 제조 부문에서 선두를 달렸었다. 그러나 풍부하고 값싼 석탄 때문에 이 산업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런 이유로 호주는 높은 일조량과 광활한 대지 등 재생에너지 산업을 위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비율은 6%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호주의 가장 큰 태양광 발전소는 1.5MW에 불과하다. 풍력은 전체 재생에너지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신문은 "호주가 정치적으로나 상업적으로 대형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송전망도 재생에너지 확대의 주요 장애물로 꼽혔다.

호주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분야 350개사를 대표하는 기관인 청정에너지위원회의 매튜 워런 회장은 "이는 호주에게 축복이자 저주"라며 "호주는 경제 규모와 재생에너지원의 질과 규모만 따져볼 때 세계 최고임에도 전력망이 뒷받쳐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호주 정부는 녹색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신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6월 호주 상원은 재생에너지 확대안을 통과시켰다. 200억 호주달러의 예산을 청정에너지 기술에 투입키로 했다. 2020년까지 2만8000여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구상. 

아울러 호주 정부는 15억달러를 1000MW의 태양력 발전소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며, 재생에너지 벤처 자금으로 1억달러를 약속한 상태다. 녹색당은 50억달러에 달하는 대출 보증과 대형 재생에너지에 대한 발전차액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크리스틴 밀느 녹생당 상원의원은 "세계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대출 보증은 재생에너지 개발자를 돕기 위한 기본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풍력발전소 건설계획도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호주 에너지 대기업인 A.G.L.과 뉴질랜드의 공기업 메리디언 에너지는 2013년까지 빅토리아 주에 10억달러 규모의 풍력발전소를 건설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 곳에 세워질 140개 풍력터빈은 22만 가정에 공급할 전력을 생산, 연간 170만톤의 온실가스를 줄이게 된다. 이는 42만대의 자동차를 거리에서 없앤 효과와 같다.

상원을 통과한 '재생에너지발전목표법안'에 따르면 호주는 202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2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이 법안에는 탄소거래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목표 달성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현 정부 집권당인 노동당과 보수당이 탄소 법안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재생에너지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탄소거래 프로그램은 제외됐다.

줄리아 길러드 호주 총리는 시장 기반의 탄소거래 프로그램을 지지하고 있으나 2012년까지 최종 결정을 미루기로 했다. 반대당 대표인 토니 아봇이 탄소가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주 기후연구소는 탄소법안 없이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려면 호주 국민들은 추가적으로 20억달러를 지불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추산했다.

청정에너지 위원회의 워런 담당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탄소가를 책정하는 것이 이익"이라며 "탄소가를 도입하면 사업가와 투자자들이 투자 패턴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시스템 없이 호주는 '2위 시장(second-best market)'으로 머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최근 몇 년간 집중된 양상을 보였다. 2009년 재생에너지 국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새로운 청정에너지에 190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가 이뤄졌다.

2008년 태양광 발전소는 1800개로 전년보다 세 배 가량 늘었다. 스페인과 프랑스, 체코공화국, 독일, 이탈리아, 한국, 포르투갈 등에서 주요 건설이 이뤄졌다.

같은 해 미국은 호주 전체 풍력 용량의 5배가 넘는 양의 풍력발전소를 세웠다.

전문가들은 호주가 재생에너지 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없었던 이유로 석탄을 꼽고 있다. 값싼 석탄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호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석탄 수출국이다.

또 자국 전력의 80% 가량을 석탄화력발전소에서 공급하고 있다. 호주는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유럽처럼 에너지안보 문제가 없다. 수입산 원유 사용비율을 줄이려 노력하는 미국과도 다른 입장이다.

청정에너지 위원회의 워런 씨는 "유럽이나 미국은 에너지 독립을 위해 재생에너지에 더 적극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더 좋은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도 1980년대 대형 재생에너지 산업을 확대할 기회가 있었다. 호주 과학자들은 재생에너지 기술의 선봉에 있었으며, 선텍 파워의 스정룽 회장도 호주에서 태양전지 연구로 유학했다. 선텍파워는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광 모듈 제조사 중 한 곳이다.

호주 과학자들이 최신식 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에 앞장섰으나 시장 동력은 여의치 않았었던 것.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즈 대학의 에너지환경 시장 센터의 아인 맥길은 "80년대 재생에너지 초창기 호주는 최대 태양광 제조사이며 수출국이었다"며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졌고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호주는 경쟁에서 중도 포기해버렸다"고 말했다.

한편 멜버른 대학에서 발표한 '제로 탄소 호주 에너지 계획' 논문에 따르면, 호주는 10년 내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수 있다. 12개 대형 태양열 발전소와 23개 대형 풍력발전소를 건설하면 된다.

녹은 소금에 열을 저장하는 호주의 기술을 사용하면 태양열 발전소를 24시간 풀가동 할 수 있으며 전체 국가 전력의 60%를 책임 질 수 있다. 나머지는 6500개 풍력터빈을 해안가에 설치하면 충당할 수 있다.

이 야심찬 청정에너지 네트워크에는 향후 10년간 370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산출됐다. 각 가정이 부담해야할 비용은 1주일에 8달러다.

말콤 턴불 호주 전 환경장관은 "우리의 목표는 탄소 배출을 상당히 줄이는 것이다"며 "이 보고서는 기술적으로 우리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준비됐음을 설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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