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원유 증가량의 3분의 1은 중국行 예측

[이투뉴스] "사우디산(産) 원유가 서에서 동쪽으로 흐르고 있다."

프랑스의 석유 대기업 토탈(Total)의 장 자크 모스코니 전략부회장은 "유럽과 미국에 집중됐던 사우디의 원유 공급이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지난해 사우디 아라비아의 대미 원유 수출량이 급감한 반면 대중국 수출규모는 크게 증가했다. 수출량만 비교해도 중국이 미국보다 더 많이 사들였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 아라비아가 미국에 수출한 원유는 하루 98만 9000배럴로 22년이래 최저 수준이다. 2008년 하루 150만배럴에 비해서도 크게 줄었다.

하지만 같은해 사우디 아라비아가 중국에 수출한 원유는 하루 100만배럴이 넘었다. 전년대비 2배 급증하면서 중국내 원유 수입량의 4분이 1이 사우디산으로 채워지고 있다.

◆사우디, 생산량 늘려 중국 수출

지난해 여름 사우디 아라비아는 하루 120만배럴을 뽑아낼 수 있는 신규 유전을 개발했다. 미국 텍사스 주 전체에서 생산되는 원유량보다 더 큰 규모다. 쿠라이스(Khurais)라 불리는 이 유전은 늘어나는 원유 수요에 맞추기 위해 사우디 아라비아가 추진한 600억달러 프로그램 중 하나다.

그러나 이 사업은 시기를 잘못 타 수포로 돌아갈 뻔했다. 2년 전 원유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OPEC 국가들이 생산량을 높이려 안간힘을 썼고, 결과적으로 원유가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현재 각국은 10년 이래 처음으로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원유를 뽑고 있다. 경기 후퇴로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사우디 아라비아는 생산량의 4분의 1을 줄여야 했다. 하루 1250만배럴까지 생산하던 사우디 아라비아는 1990년대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하루 850만배럴을 생산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이하 아람코)의 최고경영자 칼리드 A. 알 팔리는 "2009년은 모두에게 힘든 시기였다"며 "그러나 우리는 시장의 흐름을 보고 빠르고 적절하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미국이 심각한 경기 침체로 허덕이는 동안 중국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다른 국가들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미국의 석유 소비도 10% 줄면서 사우디 수출에 타격을 입혔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미 정부의 에너지 효율 표준이 석유 수요를 더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바이오 연료 사용 촉진과 탄소 배출량 제한도 이 같은 추세를 지속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사우디의 대중국 수출량은 늘고, 대미 수출량은 줄어드는 추세가 명약관화해진다. 

알 팔리 CEO는 "장기적인 과도기를 거칠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인구통계와 경제 경향은 중국이 석유 부문의 주요 시장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람코는 최근 중국 남동부 해안 푸젠성에 대형 정유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 정유소는 하루 20만배럴의 사우디 원유를 받을 수 있는 규모로 계획됐다.

회사는 중국 북동부 칭다오에서 두 번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원유 수요는 향후 2년간 하루 90만배럴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소비량은 하루 850만배럴에 도달했으며, 2000년엔 480만배럴에 지나지 않았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세계 전체 소비 증가량의 3분의 1이 중국에서 비롯될 것으로 보인다.

아람코는 자국내에서도 토탈과 코노코필립스와 조인트 벤처로 두 개 정제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 곳에서 정제된 제품은 주로 아시아 국가로 보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도도 사우디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달 인도 수상이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에 방문한 이후 사우디 아라비아는 대인도 수출량을 두 배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우디는 이미 인도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2000년 대비 2008년 수출량은 7배나 증가했다.

◆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미국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에서 구조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고 본다. 몇 달 전 아람코는 캐리비안에 있는 원유 저장시설을 팔았다. 미 동부 시장을 포기한다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했다.

또 사우디 아라비아가 수 년 전부터 미국에서 '톱 셀러'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현재 사우디는 원유 대미 수출에서 캐나다와 멕시코, 베네주엘라의 뒤를 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직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에게 무시할 수 없는 중요 고객이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존 B. 알터맨 중동 전문가는 미국의 사우디 원유에 대한 낮은 의존도는 사우디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페르시안 걸프에서 그들의 안보를 보장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직까지 미국은 원유계 최대 고객이다. 지난해 미국은 하루 1850만배럴을 소비했다. 미국인 한명이 연간 22배럴의 원유를 소비한 셈이다. 중국은 인구당 하루 2.4배럴을 사용했다.

아람코는 미 텍사스 주에 모티바 정유 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하루 60만배럴까지 용량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이 정유 시설은 완공 이후 미국에서 가장 큰 정유소가 된다.

한편 뉴욕 크레딧 스위스의 에드워드 L. 모스 에너지 전문가는 양국의 원유 수출입 변화는 "미국 디스카운트"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아람코는 미국 정유소에 아시아 시장에서보다 배럴당 1달러 싼 가격으로 원유를 팔았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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