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확산금지조약(NPT)에 미가입 장벽

[이투뉴스] 이스라엘이 민간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힘에 따라 세계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스라엘은 세계 석유의 3분의 2가량이 묻힌 중동 땅에서 석유가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지역. 더욱이 주변 국가들과도 관계가 좋지 않아 석유를 먼 곳에서부터 수입해 쓰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 독립을 위해 원자력으로 전기를 생산하겠다고 나선 것.

그러나 중동 국가에서 '원자력'은 논란이 많은 주제일 뿐 아니라 이스라엘이 원자력에 대한 요구를 공개적으로 밝힌 적은 처음이기 때문에 이번 발표는 세계적인 빅뉴스가 됐다. 

이스라엘의 우지 란다우 공공기반시설 장관은 최근 파리에서 열린 에너지 컨퍼런스에서 민간 원자력 발전소를 개발할 계획이며, 프랑스의 감독 아래 요르단과의 조인트 프로젝트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로부터의 기술 협력을 위해 프랑스 에너지 장관과의 협의를 했다고 덧붙였다. 또 네게브 사막에 원전을 건설할 장소로 지목했다고 공개했다.

란다우 장관은 "이스라엘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낮추기 위해 신뢰할만하고 청정한 원자력을 늘 검토해왔다"며 "이웃의 아랍국가들과의 협력을 원하며 이 같은 협력은 중동 지역을 결속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화 통신은 "조인트 원전 프로그램이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한 이야기일지 몰라도, 이스라엘과 아랍국가와의 협력은 가까운 시일에 성사되기 힘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요르단 타임스도 요르단 원자력 위원회장인 칼레드 투칸의 말을 인용, "아랍국과 이스라엘의 갈등을 해결하기 전에 이스라엘이 협력을 말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보도했다. 

컨퍼런스에 참여한 요르단 측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전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시기 상조"라고 지적했다. 요르단도 오랜 시간 민간 원전 건설에 대해 고려를 하고 있는 상태였지만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주저하는 발언이었다. 

이스라엘이 원전 건설을 발표함에 따라 유엔안전보장 이사회(UNSC)가 이란의 원자력 개발을 제재하는데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앞서 UNSC는 이란이 순수한 민간 목적이라고 주장한 원자력 프로그램에 대해 군사적인 목적이라고 보고 프로그램 개발 제재를 가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이스라엘과 적대관계인 시리아도 원전 건설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으나 이스라엘과의 협력은 미지수다.

이스라엘이 2007년 9월 시리아 내 핵 시설로 의혹을 받는 원자로를 공습해 파괴한 바 있다. 북한의 도움을 받아 건설된 이 시설은 플루토늄 생산을 위해 건설된 것으로 추정됐다. 시리아 측은 한번도 사용되지 않은 군사기지를 이스라엘에 의해 폭격당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민간 원자력 기술의 주요 판매국인 프랑스의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가까운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시리아를 외교적 고립 상태로부터 나오도록 노력하면서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NPT 문제

신화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새로운 원전을 운전하기까지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원전 건설 승인과, 예산, 자국내 반대, 인접 국가들의 협력을 위한 설득 등 수 많은 장벽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이른바 'NCND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어 다른 나라로부터 원자로를 수입할 수도 없다.

텔 아비브 대학의 에밀리 란다우 원자력 정책 전문가는 "이스라엘이 NPT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술과 필요한 장비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NPT 미가입국이 원전 개발을 한 선례가 있다. 2008년 10월 미가입국인 인도는 미국과 민간 원자력 기술을 공유하는 민간 원자력 조약을 맺은 바 있다. 대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시설을 공개해 사찰을 받아야 했다.

란다우 전문가는 "이스라엘이 비슷한 협력을 맺게 된다면 만족해 하겠지만 한계점에 부딪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을 공유하기 위해 프랑스냐 미국이냐도 선택해야며, IAEA에 원자력 시설을 모두 공개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디모나 원자력 시설에 대해 공개를 꺼릴 것으로 전망된다.

◆ 이스라엘의 원자력 발전소

디모나에 있는 이스라엘의 원자로는 1950년대 프랑스의 도움으로 건설됐으며, 무기 생산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곳에서 근무하던 모데차이 바누누 원자력 기술자가 1986년 런던의 선데이 타임스에 이스라엘의 비밀 핵무기 정보를 폭로해 알려졌다. 정보 누설 혐의로 그는 18년간 감옥 생활을 했다.

이스라엘은 텔 아비브 근방의 나할 소레크에 또다른 소규모 연구용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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