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친환경 기업 · 그린사업 골라 투자

[이투뉴스] 도시의 공기가 맑아질수록 통장에 이자가 더 쌓인다면 승용차 대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질까. 2008년 8월 대구은행은 대구광역시의 미세먼지 농도가 개선되면 추가 이자를 지급하는 'DGB환경사랑예금' 상품을 내놨다.

은행은 2008년 7~12월 6개월 동안 대구 시내의 미세먼지 평균농도가 44㎍/㎥ 이하로 낮아질 경우 확정금리 연 6%(플러스정기예금, 양도성예금증서(CD)는 6.2%)에 0.3%의 추가 이자를 지급하기로 했다. 대구은행은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작성한 1차 확정자료를 기준으로 삼았다.

같은 기간 대구시의 미세먼지 평균농도는 2006년 44㎍/㎥, 2007년 47㎍/㎥이었다. 2007년 강화된 대기환경기준은 50㎍/㎥ 이하로 은행이 제시한 기준이 엄격하다. 그래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고객들은 있었다. 대구은행은 대기오염(미세먼지)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대중교통 이용, 냉·난방기 사용 자제, 자전거타기 및 걷기 등을 제안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2008년 대구시 미세먼지는 농도는 57㎍/㎥였다. 하지만 금융상품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친환경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신선한 발상은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1월 정부는 13개 신성장동력산업을 발표했다. 그 중 하나로 선정된 것이 녹색금융이다.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28조)에도 녹색금융 활성화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녹색금융이란 녹색기술과 녹색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관련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선도하는 금융이다.

에너지효율 시설투자를 통해 친환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이나 그린카, 그린주택 등을 구매하는 개인에게 금리를 우대하거나 수수료를 감면해 주는 것이다.

녹색금융이란 용어는 곱씹을수록 생소하다. 금융업이 온실가스를 방출하는 굴뚝산업도 아닌데 녹색과 금융의 만남이라니 어색하다. 그러나 녹색금융은 금융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수익률과 위험을 추정하는 과정에 환경요인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녹색금융은 금융업계에도 딜레마를 안겨 준다. 은행이 환경을 훼손하는 기업이나 사업에 대해 자금 지원을 하게 되면 나쁜 평판이 퍼져 은행에도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강경훈 국민은행 녹색금융추진단 사무국장은 "여신 심사 시 친화경성을 평가하는 내부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환경부문의 심사역량을 제고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초기 단계인 녹색금융이 전성기를 맞을 날도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에 포함될 경우 늦어도 내년부터는 은행권에서 배출권 관련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녹색금융으로 금융업의 외연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권도 이제 녹색금융으로 먹거리를 찾고 수익모델을 찾겠다고 나서고 있다.

KB은행과 신한은행은 녹색여신 상품을 마련하기 위해 지표를 만들고 있다.

강경훈 사무국장은 "정부의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수준에 따라 탄소시장의 규모가 결정될 것이며 탄소배출권 거래에 대한 은행의 참여가 확대될수록 탄소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배출권 관련 사업에 대한 이력이 전무하고 노하우가 부족한 국내 은행권이 탄소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면 선제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럽과 미국은 이미 탄소배출권 및 탄소배출권 파생상품 거래를 위한 활동이 활발하다.

은행권은 내부적인 물밑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훈 한국금융연수원 종합기획부 연구개발팀장도 "관련 전문가들은 은행권에서 배출권 거래 파생상품을 판매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어 은행권에서 내부적으로 상품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녹색금융 성패는 '녹색금융사'에 달렸다>

금융기관에서 자본 등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녹색금융상품을 개발할 인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녹색금융이 뜨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녹색금융 전문가가 거의 없다." 김영훈 한국금융연수원 종합기획부 연구개발팀장은 녹색금융이 이제 막 '싹 트는 단계'라며 이렇게 지적한다.

지난해 11월 한국금융연수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녹색금융사' 과정을 개설했다. 금융회사의 여신 및 리스크 업무,  탄소금융, 녹색금융 상품개발, 녹색금융 추진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과정을 진행했다. 녹색금융에 대한 은행·증권사·투자사 등 금융계의 관심은 높지만 전문 교육기관조차 없었다.

한국금융연수원은 이 점에 착안해 국내 첫 '녹색금융사' 과정을 만들었다.

녹색금융사는 3주 과정으로 106시간을 수료해야 한다. 연수원은 녹색금융과 은행의 전략을 비롯해 ▶태양광, 풍력, 바이오에너지, 그린IT 등 녹색산업 ▶녹색여신 ▶탄소배출권 거래제, 청정개발체제(CDM) 등 탄소금융 ▶녹색금융 상품 및 서비스 개발 등을 교육한다.

김 팀장은 "1기 수료생들은 특히 탄소배출권, CDM, 탄소펀드 등에 대한 수업이 유익했다는 반응이 나왔다"며 "앞으로 녹색금융사 과정을 세분화, 특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의 녹색성장정책의 확고한 의지와 금융회사의 녹색금융 활성화에 따른 업무 확대 등으로 향후 녹색금융분야의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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