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영 교수의 '빗물 칼럼' (6)

[이투뉴스 칼럼 / 한무영] 외국친구에게 한국의 대중음식인 짜장면과 짬뽕의 맛을 동시에 보여주려 할 때는 짬짜면을 주문하면 된다. 그릇의 반은 짬뽕, 반은 짜장면을 담은 것으로 한국인의 창의적인 발상이다. 이 방식은 비빔·물냉면에도 응용돼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같은 창의적인 생각을 물관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물문제는 봄 가뭄, 여름 홍수다. 하나는 비가 너무 적어서, 또 하나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생기는 문제다. 두 가지 문제를 다 해결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결과 또한 보완적이지 못하다. 과거 수십 년 동안 수십조 원의 피해를 당하고 예산을 투입했지만 문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가뭄대책은 관정을 뚫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지하수가 점점 말라가서 얕은 관정은 다 못쓰게 되고 점점 더 깊이 파내려가게 된다. 에너지가 더 많이 드는 것도 문제지만 전국의 모든 지천은 말라서 그 곳의 동·식물은 살 수 없게 된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정책에 반하는 현상이다.

정부의 홍수 대책 중 하나는 빗물펌프장을 만든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빗물이 내려가는 것을 고려해 매우 크게 만들었다. 그래서 일 년 중 비가 많이 올 때 며칠만 가동할 뿐이다. 게다가 앞으로 올 큰 비를 대비한다고 또 엄청난 돈을 들여 증설하려고 하고 있다.

댐은 여름에 많이 오는 빗물을 모았다가 봄 가뭄에 대비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릇이 너무 커서 문제다. 떨어진 빗물을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모은 다음 다시 펌프로 수십 킬로미터를 보내는 방식이다.

내려오는 도중 더러워진 물을 처리해야하고 다시 보내는데 에너지도 많이 든다. 원수를 처리하고 운반하는데 드는 돈을 내지만 시골 마을의 지하수위 저하나 개울물이 마르는 것은 해결할 수가 없다. 마치 큰 테이블 가운데 큰 그릇을 하나를 놓고 여럿이 같이 먹는 격이다. 무엇보다도 공짜로 먹을 수 있는 것을 돈 내고 사먹는 것이다.

여기에 '짬짜면식' 창의성을 발휘해보자. 빗물이 많이 올 때 한꺼번에 내려가도록 못하게 하여 떨어진 자리에서 땅속에 집어넣는 것이다. 작은 그릇을 전체 면적에 걸쳐 많이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내려가는 빗물의 양이 줄어 홍수피해를 줄일 수 있다.

땅속에 들어간 빗물은 지하수위를 높여주어 지하수를 퍼 쓰는데 드는 동력이 줄어줄고 지하수를 더 깊이 팔 필요가 없다. 또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고 물고기 잡는 재미를 우리 자녀들에게도 물려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작은 그릇을 여러 개 담아 놓으면 좋은 점이 있다. 그릇은 비싸거나 크지 않아도 된다. 안 쓰는 땅에 빗물을 담아 천천히 지하수로 충전시키거나 도로의 중앙분리대를 오목하게 만들거나 가운데를 볼록하게 만든 정원을 오목하게 만들면 된다.

이러한 간단한 생각의 전환으로 가뭄과 홍수를 동시에 막을 수 있다. 큰 그릇은 만들거나 관리하는데 많은 비용과 전문가가 필요하지만 작은 그릇은 지역의 인력만으로도 가능하다. 물을 처리하거나 운반할 때도 에너지가 적게 든다.

올봄에도 가뭄이 예상된다. 정부는 연례행사처럼 관정을 파는 것을 대책으로 내놓을 것이다. 이때 점심으로 짬짜면을 먹으면서 생각해 보자. '작년 여름에 내다 버린 빗물 400억 톤 중 2%만 모았어도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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