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분야 전문가 제언 잇따라

OECD의 제2차 환경성과평가에서는 먼저 환경정책 주관부서인 환경부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1997년 제1차 평가 결과가 별다른 행사나 관심이 없이 언론에 짤막하게 소개된데 비해 이번 2차 보고서는 OECD 사무총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언론설명회를 가졌다.


이는 환경부가 이번 평가서 본문의 첫 단락에서 한국의 환경정책 성과를 놀라운 진전(striking progress)으로 높이 평가한 것에 대해 한껏 고무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평가서를 보면, 아황산가스 배출량이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거나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국내총생산이 27% 늘어나는 동안 6% 증가에 그쳐 다른 회원국들도 좀처럼 달성하지 못한 성과라는 평가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평가보고서가 미흡하다고 지적한 내용을 살펴보면 이제까지 이룬 것보다 앞으로의 과제가 더 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22일 환경부와 OECD가 공동주최한 'OECD 환경성과평가보고서 발간기념 세미나'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환경세 개혁=에너지 및 교통분야에 대한 환경친화적 세제개편 등 에너지 부문에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OECD 환경성과·정보과의 크리스띠앙 아베루 과장은 "많은 지표들 가운데 에너지 및 물적 집약도가 OECD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하고 "한국은 OECD 국가 중 에너지 강도를 개선하지 못한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라고 그 근거를 설명했다.

 

그는 "환경부분에 있어서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국에서 에너지 활용에 관한 우선 순위가 더욱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에너지 및 물적집약도를 낮추고, 환경세를 개혁할 것을 주문했다,


크리스띠앙 과장은 "에너지 및 물적 집약도가 OECD국가 중 아직까지 높아 이를 낮추고, 수자원의 양적ㆍ질적 통합을 이뤄야 한다"며 "에너지 및 교통분야에 대한 환경친화적 세제개편 등 환경세 개혁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제 발전에 상응하는 국제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대책=기후변화대책이 전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다른 회원국과 달리 이산화탄소를 줄이거나 정체시키면서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산업자원부가 기후변화 대책의 주무부처가 됨으로써 자칫 이 문제가 단지 산업구조 개편이나 새로운 시장창출 수준의 문제로 인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기후변화가 오히려 교통체계, 도시계획, 소비형태,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 등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과 더욱 밀접히 관련돼 있는 만큼 정부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 정책의 의지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후변화대책의 일환으로 활용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이용의 확대에 대해서는 정부의 의지가 박약하다는 것.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신재생에너지 이용의 확대와 에너지 수요관리에 대해서는 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의지는 박약하다"며 "정부 정책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정부는 에너지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장기계획을 확정하고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가하는 쪽으로 방향을 결정해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기적 통합 체계=따라서 자원관리와 환경관리간의 통합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수자원관리와 수질관리, 에너지관리와 대기관리 등의 통합적 고려의 미흡은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의 환경과 자원 문제를 악화시키는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희성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에너지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로서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보급에 보다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자원관리와 환경관리간의 유기적인 통합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물공급 관련해 건설교통부와 환경부간의 정책통합의 부족은 도시와 농촌간의 심각한 불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7대 도시의 상수도 보급률은 98.7%이나 농촌지역은 33%밖에 되지 않으며 대도시위주의 광역수자원공급체계투자로 수도요금도 재정자립도가 낮은 중소도시에 비싸고 대도시가 오히려 저렴하다는 모순이 있다.


한편 이규용 환경부 차관은 "OECD가 제시한 54개 권고사항을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계획했던 국내 목표 또는 국제적 의무사항을 완전히 이행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며 "OECD의 권고사항을 효율적으로 이행해 나가기 위해 앞으로 국토이용계획, 에너지 부문과 같이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용효과적인 정책대안 마련 노력이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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