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셰브론, 청정 이미지 얻기 위해 이미지 광고
"의도 의심스럽다" 냉소 반응 속 '시기적절' 찬성도

[이투뉴스 조민영 기자] "차는 집에 두고 나와야지!…우리 회사 미국 본사의 60% 이상의 직원이 카풀이나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에너지를) 덜 사용합시다. 당신도 참여하시겠습니까?"

미국 최대 정유사가 새로 공개한 광고 카피다. 요즘 미국의 TV와 신문 지면은 환경 단체의 광고로 착각할 만큼 친환경적인 이미지와 메시지가 담긴 광고가 셰브론과 BP, 엑손 모빌에 의해 채워지고 있다.

최근 셰브론은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환경을 생각하는 깨끗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자사의 주요 제품인 석유 사용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워싱턴 포스트지의 전면 광고로 내보냈다. 광고에는 "오늘날 에너지 효율에 1달러를 투자하면 에너지 절약에 2달러를 아낄 수 있다"는 카피가 실렸다. 회사가 사업체와 학교의 전력을 절약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도 담았다.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지만 다소 파격적이면서 현재 최대 이슈인 코펜하겐 협상과 맞물려 시기적절하다는 호평도 받고 있다.

셰브론은 특히 이번 광고를 통해 회사의 이미지를 넓게 구축하는 동시에 회사가 (에너지) 보존에 대해 고찰하고 있음을 호소했다. 헬렌 클락 셰브론 마케팅 부장은 "원유와 가스가 우리 회사의 주요 사업이라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안다"며 "그러나 우리가 그것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다른 사업들도 많다"고 강조했다고 지난달 23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세계적인 정유회사 BP도 태양광 패널, 풍력발전단지, 발전소를 담은 사진을 광고 전면에 내세웠다. 광고에 "BP는 지난 5년간 석유, 가스와 더불어 풍력과 태양광, 바이오연료 등 대체에너지에 400억달러(47조29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회사는 재생에너지 발전 분야로 10년 투자를 약속했다.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ritish Petroleum)의 약자였던 BP는 앞서 회사 이미지 전환을 위해 비욘드 페트롤리엄(Beyond Petroleum, 석유를 넘어서)라는 이름으로 인식되도록 광고하기도 했다.

엑손 모빌도 뉴욕타임즈와 월스트리트 저널의 지면 광고에 에너지 고효율화의 필요성과 에너지 보존, 탄소 배출 저감에 투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광고 밖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업 진행

엑손 모빌은 최근 비석유부문에 410억달러(약 47조4800억원)의 투자를 발표했다. 천연가스 생산업체인 XTO 에너지를 인수하기로 한 것. 관련 전문가들은 회사가 향후 사업 성격상 이산화탄소 배출 대가를 지불할 필요에 대비, 청정 가스를 연소시킴으로써 이득을 취하기 위한 베팅을 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이 회사는 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연료 개발에 6억달러(약 7090억원)를 투자해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연료 시장에서 엑손 모빌이 주요 선수로 자리매김한 사건이었다.

분석가들은 석유 회사들이 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연료 생산하는 것이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챨스 에빈저 브루킹스 연구소의 에너지안보 이니시어티브 연구장은 "석유회사들이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며 "그들의 시설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석유제품과 함께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빈저 연구장은 "정유사들은 비탄소 연료 시장에서 그들의 자리를 확보하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업계 전문가들은 정유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감지하면서도 탄소 배출에 소요되는 비용을 관측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광고는 회사의 에너지 포트폴리오 자체가 다양하다는 인식을 의회와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인 셈이다.

◆ "여전히 실제 투자는 빈약" 비난

광고와 회사의 발표를 토대로 보면 정유 기업들이 에너지 보존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체에너지에 투자하는 실제 금액은 전체 사업 중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일례로 BP는 연간 대체에너지 사업에 13억달러(약 1조5370억원)에서 16억달러(약 1조8920억원)를 투자하고 있지만 전체 사업 200억달러 투자금 중 1%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엑손 모빌도 풍력과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원에 대한 투자가 2020년까지 연 10%씩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으나, 재생에너지는 회사의 에너지 믹스의 2~5%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추산됐다.

뮐러 대변인은 "재생에너지 부문에 대한 우리의 전체 자본 투자가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의 신기술에서 많은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다"며 "눈에 띌 만한 결과를 내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해명했다. 

◆ 광고로 브랜드 가치 제고

최근 정유사들의 광고들은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넓히는 데 효과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마케팅 컨설팅 회사인 콘텍스트 마케팅의 밥 케니 회장은 정유사들이 마케팅을 통해 사람들의 회사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브랜드 확장이라고 부를 수 있다"며 "특정 이미지와 아이디어를 새로 가져옴으로써 기존 브랜드를 훼손하지 않고 그들이 의도했던 것보다 더 넓은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셰브론의 광고를 접한 소비자들은 회사의 광고 카피에 대한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었다. 자사 제품 사용을 자제하라니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보였다.

이 회사는 광고를 공개하기 전 사람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포커스 그룹(테스트할 상품에 대해 토의하는 소비자 그룹)을 가졌다. "우리는 어느 정도의 냉소적인 반응을 받았으나 인터뷰 마지막엔 광고의 의도가 의심스럽긴 하지만 회사가 이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 좋은 생각이라고 사람들은 대답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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