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S 도입 D-2년] 원별 쏠림현상 뚜렷
서울시도 2012년 이후 도입 검토

 

▲ rps 도입방침이 확정된 이후 대규모 풍력발전 사업이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해상에 설치되고 있는 해외 풍력터빈.

[이투뉴스 이상복 기자] '묘수(妙手)일까, 자충수(自充手)일까.'

RPS(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 Renewable Portfolio Standard) 시행의 법적근거가 담긴 '신재생에너지개발이용보급촉진법' 개정안이 논란 끝에 결국 국회서 새해를 맞았다.

2008년 마지막 날 제출된 정부안은 꼬박 1년을 묵고도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다. 한때 9부 능선을 넘는 듯 보였지만 당-정, 여-야간 의견은 여전히 극명하게 갈린다. RPS에 대한 시각차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논란을 떠나 RPS는 이미 활시위를 한참 떠나 있다. 초기 재생에너지 시장의 기폭제였던 발전차액지원제(FIT)는 일몰 수순을 밟고 있고, 태양광 보급시장은 시범사업이 한창이다.

여기에 의무대상자인 일부 에너지사업자(발전사)는 시행령을 놓고 연일 정부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국회만 통과하지 않았을 뿐 한국의 에너지정책은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던 2008년부터, 더 거슬러 오르면 RPA(자발적공급협약)가 첫 단추를 꿰던 2007년부터 RPS체제로 흘러가고 있다.

오히려 지금은 개정안이 폐기되면 더 큰 혼란이 빚어질 판이다. 정부가 어떤 절충안도 내놓지 못하는 속사정이기도 하다. 정부가 못박은 첫 목표량 부과 시점까지는 정확히 2년이 남았다.

◆ 잠들지 않는 타당성 논란 = 정부는 2030년까지 1차 에너지소비량의 11%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2008년 현재 공급비중은 2.46%이며, 그나마 대수력을 제외하면 0.26%에 그친다.

이를 단기간에 높이려면 에너지 공급사업자를 통한 대량공급밖에 없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앞서 정부는 2003년 '제2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제도 도입을 시사했고, 2008년 9월 '그린에너지 발전전략'을 통해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때마침 정부 내부에서는 보급률은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예산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홍순파 지식경제부 신재생에너지과 서기관은 "발전차액지원제는 이미 대형발전소 양산, 수입산 부품의 국내시장 잠식, 과잉예산 지출 등 여러 문제를 야기했다"며 "RPS는 그런 부작용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기능도 있다"고 말했다.

찬반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RPS를 '선진국조차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하고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측도 있다. 이와 함께 기존 발전차액지원제를 유지하면서 RPS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RPS는 민간시장 참여가 제한적인 반면 발전차액지원제는 내수산업을 부양하고 기술산업화를 촉진하는 기능이 있다"며 "정부가 예산부담을 느낀다면 일정규모 이하 사업이라도 FIT를 병행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RPS가 바꿔놓은 원별 지형도 = 정부와 국회를 오가며 '갑론을박'이 벌어지는동안 RPS는 짧은 기간에도 원별 산업지형을 바꿔놓을 만큼 파급력을 발휘했다. 예상대로 '풍력 쏠림현상'은 두드러졌다.

의무대상자인 공기업과 국산터빈 개발사들의 '짝짓기'가 시작됐고 태양광이라면 엄두도 못낼 수십MW급 개발계획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대용량 보급이 상대적으로 쉽고 경제성에서도 앞서기 때문이다.

발전차액지원제가 태양광 보급시장을 키웠다면, RPS는 풍력 시장에 양분을 듬뿍 뿌리고 있다. 앞서 RPS를 시행한 미국 일부 주에선 목표량의 90%가 풍력으로 메워진 적도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태양광은 부지 확보부터 어렵고 발전차액 지원없이는 수지타산도 맞지 않아 엄두도 못낸다"면서 "결국은 풍력으로 선택이 좁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태양광 보급시장은 발전차액 일몰제 시행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은 태양광 전지판에 비친 하늘.

실제 정부는 2030년 보급 전망을 통해 전체 재생에너지 공급량의 42%를 풍력이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조력발전을 포함한 해양이 15%, 수력 15%, 바이오매스 10%, 지열 7%, 태양광 5% 순이다.

이처럼 풍력이 RPS의 최대 수혜자라면 태양광은 된서리를 맞은 쪽에 속한다. 지난해 정부는 예고없는 '연간한계총량제' 고시를 통해 2011년까지의 시장진입 물량을 매년 50MW, 70MW, 80MW 등으로 제한했다. 이 고시는 2012년 RPS도입을 전제로 시행됐다.

게다가 선착순 접수, 착공 후 3개월내 완공이라는 단서까지 달아 보급시장에 큰 혼란이 빚어졌다.   

한 태양전지 제조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론 발전차액 폐지로 위축되고, 밖에선 원가경쟁에 밀려 국내 메어커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며 "어차피 그리드패리티가 달성되면 무의미한 정책을 왜 그토록 고집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지자체로 확대되나…서울시 도입 검토 = 논란에도 불구하고 RPS는 정부나 기관, 자치단체가 선호할 만한 매커니즘으로 구성된 것만은 분명하다.

원하는 목표를 정해 놓고 의무대상자에게 책임을 지우되, 이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패널티까지 물리는 성과지향형 시책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근엔 중앙정부 차원의  RPS가 광역자치단체로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에너지 공급사업자나 다소비사업장에 재생에너지 이용을 의무화하는 지방자치단체 최초의 RPS를 검토하고 있다. 기존 도시가스 사업자가 첫 의무대상자로 검토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정부안 추이를 지켜보면서 장기적으로 RPS를 도입하겠다는 것이지 시 차원의 목표량 설정이나 시행시기, 방법 등을 정한 것은 아니다"며 "본격적인 시행은 정부 정책이 시작되는 2012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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