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량별 · 기술유형별 비교우위 셈법도 제각각

 

▲ 풍력터빈 제조사간 주도권 싸움이 한창이다. 사진은 한 업체가 용량별 업그레이드 계획을 형상화 해놓은 전시물이다.
[이투뉴스 이상복 기자] 시장 주도권을 놓고 풍력터빈 제조사들이 벌이는 물밑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진출과 동시에 해외 수주를 올려 기선제압에 나서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전력노출을 우려해 입단속에 나서는 기업도 있다.

이런 가운데 연구개발로 상용화를 이룬 기업과 기술일체를 수입한 기업이 경험이냐, 실속이냐를 놓고 저마다 비교우위를 주장하고 있어 제조사간 신경전을 한층 달구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터빈 제조사들이 벌이는 경쟁사 정보수집은 첩보전을 방불케하고 있다. 이들은 경쟁사 주력모델의 인증획득 진행에서부터 영업망 현황, 수주소식 진위, 업그레이드 계획까지 꼼꼼히 챙기고 있다.

A사 영업담당 간부는 "이제 막 판이 벌어진 시장이라 경쟁사의 사소한 움직임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 같다"며 "드물긴 하지만 직접 전화를 걸어 우회적으로 소식의 진위를 묻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시장진출을 선언한 기업은 대우조선해양, 두산중공업, 삼성중공업, 유니슨, 한진산업, 현대중공업, 효성, STX중공업(가나다 순) 등 8개사에 달한다. 또 관련 부품·소재 분야서 사업을 영위하는 중견기업도 국도화학, 동국S&C 등 6~7개사를 헤아린다.

그러나 내수기업간 공급망(Supply Chain)이 형성되지 않다보니 이를 통한 탐색전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B사 개발팀 관계자는 "부풀려진 내용들만 반복 보도되다 보니 항상 새 소식에 목말라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터빈 제조사들과 전문가들에 의하면 각사가 공급하는 터빈은 성능, 방식, 신뢰성에 있어 절대평가가 쉽지 않다. 체급도 다르고 종목도 다른 선수의 우열을 따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우선 체급에 해당하는 발전용량부터 최대 30배나 차이가 난다.

한진산업이 상용화한 100kW급 소형터빈과 두산중공업의 3MW급 터빈을 동시에 비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시장 주력기종이 육상용에서 해상용으로, 중용량에서 대용량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소 2.5MW급 이상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이 조건을 충족하는 기종은 두산중공업 WinDS 3000(3MW, 실증중), 삼성중공업 모델명 미상(2.5MW, 개발중), 현대중공업 HQ2500(개발중), 한진산업 HJWT2500(개발중) 등이 있다.

또 현 시점에서의 시장 주력기종 용량을 2MW로 본다면 효성 HS90(2MW, 실증중), 유니슨 U88(2MW, 실증중), 대우조선해양 모델명 미상(2MW, 개발중), STX중공업(2MW, 개발중) 등이 추가될 수 있다.

 

▲ 해외 기술을 도입해 국산화 모델로 거듭나게 될 현대중공업의 2.5mw급 hq2500 모델 내부 모형.

제조사간 가장 민감한 논쟁거리는 바로 R&D를 거친 국산화 제품이냐, 외산 도입기술이냐 하는 점이다. 당연히 입장에 따라 의견이 엇갈린다. 수년간 연구개발에 나선 기업들은 수행과정의 경험과 실증까지의 운용노하우, 장기 신뢰성 제고를 어필하는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

이들 제조사 사이에선 "직접 만들어보지 않은 채 도면만 들고 터빈을 논해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다년간에 완성되는 풍력의 고도기술을 이해하면 일면 설득력이 있다. 이 분류에 속하는 제조사 그룹은 두산중공업, 효성, 유니슨, 한진산업 등이다.

반면 최근 일시에 시장에 진입한 조선사 중심의 기술수입사 및 인수합병사는 되레 이 점을 국산화 메이커들의 아킬레스건으로 걸고 넘어진다. 완성도를 따지자면 이미 해외서 운용실적을 쌓은 수입기술이 우위에 있고, 이를 기반으로 짧은 기간에 상급 모델로 도약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 그룹에는 후발주자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중공업 등이 포함된다.

C사 관계자는 "우리보다 3~4년 앞서 국산화에 참여한 기업들의 누적 실적보다 최근 몇 개월 사이 후발 조선사들이 수주한 물량이 몇 배나 많다"면서 "극단적으로 말하면 풍력을 얼마나 알고, 어떤 물건을 파느냐는 매출과 무관하다"고 각을 세웠다.

▲ 국산화 개발업체에 속하는 효성의 2mw급 hs90 모델의 축소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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