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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까지 앗아간 공기업의 '윤리 실종'
[전기안전公 '허위 사용전검사' 단독 재구성]직무태만→누전·위법→死傷·혼란
[122호] 2009년 10월 26일 (월) 10:32:11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전기안전을 책임진 한 공기업의 윤리 부재가 해수욕장을 찾은 어린 학생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른바 '허위 사용전 검사'의 결과다. 파장은 태양광 산업에까지 번져가고 있다. 사진은 동해 한 해수욕장.

[이투뉴스 이상복 기자] 지난 8월 15일 오후 1시께 동해시 북평동 추암해수욕장. 광복절과 주말이 겹친 이날 동해의 기상은 유난히 쾌청했다.(기상청 기록) 춘천에서 친척들과 피서를 온 최모(15·중학생)군은 간식을 먹고 물놀이를 위해 바닷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과 수분만에 최군은 고인(故人)이 되고 만다. 임시 가판상가(횟집) 곁에 세워진 철재 전선지지대에서 고압 전기가 흘러 최군의 몸을 탔기 때문이다. 엄청난 쇼크를 받은 그는 맥없이 쓰러진다. 119대원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숨이 멎은 뒤였다. 그의 손과 등에 남은 수포가 감전사고의 유일한 징표를 남겼을 뿐이다.

그로부터 정확히 한달 여드레 전인 지난 7월 7일 오전 10시께 전기안전공사 강원 동부지사. 입사 십수년차인 A과장은 전날 한전 동해지점에 접수된 사용전점검신청서를 '적합'으로 판정, 점검필증을 팩스로 보낸다. 이 필증은 전기를 이용하는 설비가 안전하게 설치됐는지를 증명하는 일종의 정부 공인 합격증이다.

하지만 A과장은 한번도 신청서가 접수된 현장을 방문한 적이 없다. 서류상으로만 합격처리했을 뿐이다. 현행 전기사업법과 점검업무 처리규정을 지키지 않은 부당업무처리였다. 이른바 '허위 사용전검사'다. 눈 감고 넘어갈 법한 이 허위검사는 훗날 비극적인 결과를 낳고 만다. 사용전검사 신청서가 접수된 장소는 한달 뒤 어린 최군이 끔찍한 감전사고로 숨지게 될 임시상가였기 때문이다.(내부감사 기록)

공교롭게 사고발생 시점으로부터 이틀이 지난 8월 17일 경북도에 있는 C태양광발전소 건설 현장. 전기안전공사 A지사 소속직원 B씨는 법적 시공기한을 하루 남긴 이곳에서 각종 전기시설 안전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역시 사용전검사필증 발부여부는 그의 손에 달려 있다.

만약 이 발전소가 다음날까지 안전공사 필증을 받지 못하면 정부가 정한 발전차액지원 대상의 맨 후순위로 밀려 수십억원의 사업이 물거품이 될수도 있다. 하지만 B직원은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그 자리에서 공사도 끝나지 않은 발전소에 필증을 내준다.

사무실로 복귀해서는 '불합격으로 처리했다'고 보고했다.(전기안전공사 감사 결과 내부 보고서) 그가 왜 허위 사용전검사를 내줬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다.

추석 명절을 보름 가량 앞둔 지난 9월 중순. 본지 기자는 평소 알고 지내던 한 태양광 사업자를 만난 자리에서 '허위 사용전검사'가 횡행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구체적 전·후 맥락까지 짚어내는 이 사업자의 제보는 신빙성이 충분해 보였다. 곧 광범위한 사실확인이 시작됐다.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지식경제부로부터 관리·감독 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 해당 공기업인 전기안전공사까지 안테나를 세우고 탐침봉을 찔렀다. 하지만 심증만큼의 물증 확보는 여의치 않았다. 추석 연휴도 끝날 즈음 또다른 사업자로부터 두번째 제보가 접수됐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허위필증이 난무하는 한국은 무법천지 그 자체"라는 내용이다.

MW당 최소 50억원이 투자되는 태양광발전 사업의 특성상 수백억원, 또는 수천억원의 이해가 오가는 중대한 사안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행히 안갯속에 가려져 있던 첩보도 점점 팩트(사실)로 그 윤곽을 드러내기 시잭했다. 특히 몇몇 공직자의 '양심고백'은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푸는 결정적 단서가 됐다.

이를 종합한 내용은 <이투뉴스> 이달 12일자 1면에 "태양광발전소 '총체적 부실' 파문"이란 제하의 기사로 보도됐다. 이날 오후 지경부는 곧바로 전면조사에 돌입했다. 전기안전공사로는 '합동 현장조사 협조요청' 공문이 날아갔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흐르는 것을 감지한 공사는 다음날인 13일 부랴부랴 C태양광 사업자에게 검사필증 취소를 통보했다.(김재균 민주당 의원실 확인) 사장 명의로 직접 내준 허가를 문제가 커지자 뒤늦게 거둬들인 셈이다.

앞서 공사는 지난달 30일 허위필증에 법적효력이 있는지를 변호사에 문의, 지난 5일 "허위필증은 효력이 없다"는 회신을 받은 터였다.

전기안전공사에 대한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19일 오후 KTX광명역의 한 커피숍. 뒤늦게 보도를 접한 뒤 수백km를 한걸음에 달려온 문제의 C태양광발전소 시공사 관계자들과 마주 앉았다. 이날 만남은 "우리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그들에게도 해명의 기회는 필요하다는 판단에 전날 기자가 제안했다.

이 시공사의 주장에 따르면 필증 취소통보를 받은 C발전소는 태양전지판을 떠받는 철구조물(기둥)이 애초 설계보다 많이 설치되는 바람에 오해를 받았다.(주장) 완공시점이 가까워서야 이 사실을 알았으나 법적으로 당당해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소명기회도 갖지 못한 채 앉아서 당했다"고 불평했다.

이들의 주장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현직 정부기관 고위공무원이 이 발전소의 사업자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현재는 모든 맥(脈)을 총동원해 정부, 국회 등 각종 권력기관에 구제를 요청하고 있다.(관계자 발언)

각 기관 당국자의 증언, 공개 안된 국회 국정감사 자료, 취재를 통해 직접 확인한 내용을 퍼즐처럼 짜맞춰 시간대별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현재 故 최모 군의 사고는 검찰로 수사권이 넘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 한 공기업의 윤리실종이 무고한 국민의 생명을 빼앗고 녹색성장 시장의 핵심축인 태양광 보급시장의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린 셈이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시장 자체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면 시장 전체가 흔들린다. 모든 업무가 마비된다. 태양광 시장이 완전히 가버릴수도 있다"고 경고했던 정부기관 당국자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1년도 못 가 손바닥 뒤집 듯 오락가락했던 정부정책이 그만큼 깊게 곪은 상처를 만든 것이다.

본지가 지식경제위원회 요구자료집(전기안전공사)을 입수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감전으로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사상자는 2007년 65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어느 정도의 국민이 관련기관의 이같은 공무소홀로 직·간접적 피해를 봤는지는 알 길이 없다.

역시 국정감사에서조차 간과된 제출자료에 의하면 공사의 자체감사 결과 '허위 사용전검사'와 같은 이유로 징계 및 감봉 처분을 받은 사례는 자체감사로만 7건이나 된다. 허술한 자체 감사망에 포착되지 않은 잠재 허위검사까지 감안하면 발전사업자들이 입었을 경제적 피해도 천문학적 개념이 된다.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제 3기관의 전면 감사나 국정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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