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재조명 '자원협력과 문화' ①] 금강산 초병 "명절인데 아들이 아파 누워있어"

[이투뉴스 조찬제 편집위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만나 압록강대교 무상 건설 등 다양한 방식의 경제원조를 약속 받았다. 일각에선 2000만 달러 규모의 무상원조가 성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사이 새 정부 들어 급격히 위축됐던 남북간 경제협력에도 조금씩 훈풍이 불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남북경협 5개항을 합의한 데 이어 추석 연휴간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졌다. 북한이 조만간 6자 회담 테이블로 복귀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훈풍에 속단은 이르다. 남북간 관계가 또 다시 냉각되면 북한은 남한보다 중국이나 제3국과의 협력에 기댈 공산이 크다.

남한이 대화석상에서 배제된 채 흐르는 북한외교는 우리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에너지·자원 분야만 놓고 봐도 북한은 막대한 지하자원의 보고다. 이들 자원이 헐값에 해외로 팔려 나가는 것은 길게 볼 때 국부유출이다. <이투뉴스>는 그간 3회에 걸쳐 연재된 '남북경제협력 비화' 시리즈에 이어 이번 주부터 조찬제 편집위원의 '북한 다시보기 '자원협력과 문화' 시리즈를 연재한다.


▲ 조찬제 편집위원

북한 선박은 경북 포항에 자주 들어온다. 포항 출장이 있어 북한 선박에 올라탄 적이 있다. 선장 및 석탄수출 관계자와 선장실에서 땀을 흘리며 평양소주, 장뇌산삼주, 맥주 등을 골고루 마셨다. 그들은 보유한 술안주를 모두 제공하고 싶어했다. 선원들의 인심이  좋은 것인지, 같은 민족이라 우리를 조금 더 따뜻하게 대우해 주는 것인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하긴 북한 선박이 들어오면 통상적으로 우리가 식자재를 공급해 준다. 돼지고기, 소고기, 술, 담배 등이 석탄대금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지 당연히 그것들을 요구한다. 아직 계약, 권한과 의무, 역할 범위 등 자본주의적 상(商)관행이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아 온정적 차원에서 물품대금 외적인 부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향후에는 이런 부분도 점차 개선돼야 한다.

북한 선박이 석탄을 싣고 들어오면 나갈 때 빈 배로 보내지 말고, 뭔가로 가득 채워 그 선박을 활용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 인도ㆍ지원물자뿐만 아니라 일반교역 물자의 상호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평양에 가면 마사지를 받는 일이 많다. 마사지 실에서 받는 경우와 룸에서 받는 경우가 있는데 처음에는 이 차이를 잘 알지를 못했다. 일행 중 몸이 좋지 않은 분이 있어 룸에서 마사지를 받고 싶은데 가능하느냐고 참사에게 물으니 "일없다(문제없다)"라고 답했다.

필자는 특별한 이벤트거리라도 있겠다 싶어 기대를 많이 했는데, 어제부터 룸 마사지가 금지되었다고 한다. “왜 된다고 했다가 안 된다고 하냐”고 물었더니 지난 번에 룸 마사지를 하다가 불미스런 일이 있어서 당분간 금지되었다고 한다.

룸 마사지라고 하니까 이상한 상상을 하는 것 같은데, 북한에서의 룸 마시지는 남한과 다르다. 2인 1조가 되어 남자 1명은 미동도 하지 않고 마사지가 끝날 때까지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마사지를 받기 위하여 방으로 불렀는데 남자의 감시를 받으며 마사지 받는 기분이 어떠했을까?.

▲ 개성 석탄 전달시 북한 탄동역에서 남북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사진 맨 왼쪽이 필자)

우리는 마사지실에서 자주 마사지를 받는다. 우리가 가면 이젠 그들도 우리를 알아본다. “어깨가 너무 굳어 있는 걸로 봐서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가 보다”라고 하면서 아픈 부위를 집중적으로 치료해 주기도 하고, 강하게 등을 밟아 달라고 하면 서비스로 조금 더 해주기도 한다.

“당신은 마사지를 정말 잘하는데 집에 가면 남편이 해 달라고 해도 해 주느냐”고 물었더니 “말 잘 듣고, 기분이 좋으면 물론 해 준다”고 한다. “해 주고 나면 남편은 어떻게 보답을 하느냐”고 하니까 “사랑으로 정말 잘 대해 준다”고 한다. “당신의 남편은 정말 행복하겠다”고 부러운 듯 말한 적이 있다.

우리가 북한에서 기대 이상의 서비스를 받게 되면 마음으로 고맙다고 표시하기도 하지만 금전으로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2004년 필자가 처음 북한을 방문하기 시작할 때는 남한 사람들이 돈을 건네면 잘 받지 않았다. 2박 3일 또는 3박 4일 일정으로 금강산과 평양을 자주 갔는데, 아침에 방청소를 하는 접대원을 위해 1달러 지폐를 침대에 올려 두면 가져가는 경우도 있고, 그대로 놓여 있는 경우도 있었다.

자주 만나는 사람이 진정성 있게 돈을 건네주면 “공동으로 잘 사용하겠다”고 하면서 받을 때도 있다. 필자는 술을 마시고 난 후에 여성에게 팁(봉사료)을 잘 주는 습성이 있는데 북한에서도 그 버릇이 나온다. 얼큰하게 술이 취하면 서비스 좋고 고운 여성 접대원에게 뭔가 마음의 표시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살짝 손에 쥐어 주면 마지못해 받는 경우도 있는데, 높은 사람이 있을 때는 한사코 안 받으려고 한다. 그러면 더 오기가 생겨 "왜 안 받느냐, 남측에서는 좋은 서비스를 받으면 봉사료를 내는 게 당연하다. 좋은 마음에서 주는 것이니 받아도 된다"고 우겨서라도 주려고 하면, 옆에 있던 북측 인사가 좋은 성의로 주는 거니까 받아도 된다고 하면 마지못해 받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노래를 한 곡 불러 달라고 하면 부끄러워하지 않고, 즉석에서 부르기도 한다. 봉사료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당연히 그런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 북측은 남성을 더 귀하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해금강 호텔 옆에는 군인이 경계 근무를 선다. 남한 민간인이 그 지역을 넘어 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연탄을 실은 화물차가 출경을 하기 위하여 그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커피 한잔을 마시고 무료하여 주변 구경을 위해 밖으로 나왔다.

그때 초병이 자기 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이다. 뭘 잘못한 게 있는가 싶어 겁이 났지만 안 갈 수도 없었다. 그는 "추석이 되어 집에 휴가를 가야 하는데 아들은 아파 누워 있다", "생활이 너무 어려우니 가진 돈이 있으면 좀 도와 달라"는 얘기를 어렵게 건넸다.

필자도 그곳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기 싫고, 어려운 사정을 해결해 줄 능력도 없어 가지고 있는 돈 중 10달러를 건네주었다. 돈을 받으면서 그는 더 있으면 조금 더 달라는 것이다. 당시 필자는 공기업 감사실에 근무했고, 소지한 현금도 공금인지라 융통성 있게 처리해야 했기에 일거에 거절했다.

정말 아쉬워하는 그의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때 가지고 있던 돈을 더 주고 남한으로 돌아와서 채워 넣으면 되는 것을 거절한 것에 대해 정말 후회가 됐다. 북한에 가면 사람들이 뭔가를 주고 싶은 감정이 많이 생기는데 필자는 강인한 자제력을 지니고 있는가 보다.

보통 사람은 북한에 가면 돈과 소중하게 간직하던 귀중품까지 주고 오는 사례가 많다. 심지어 NGO 활동을 하는 분들도 남한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리라고 생각해 북한에 가서 무리한 약속을 하고 돌아와 뒷감당을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남북경협사업자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업은 사업으로 봐야지 감상적 접근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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