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에 재고↑ 가동률ㆍ판매단가는 ↓
대기업도 못견뎌 저가로 대규모 방출

▲ 지난 6월 한 태양광발전사업자 단체가 주최한 전국 단위 사업자 대회에서 민간 발전업자들이 발전차액 연간 한계용량 설정 등 정부 시책을 성토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투뉴스 이상복 기자] 한국 태양광 산업이 생사여부를 알 수 없는 미증유의 격랑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 외부적으론 급격한 공급량 증가에 따른 원가경쟁력 하락, 내부적으론 부실 선시공으로 인한 디폴트(채무불이행)사태 확산이 시한폭탄처럼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관련기사 '디폴트 태양광발전소' 확산 비상>

이런 가운데 공급이 수요를 과도하게 앞서는 내년부터 제품가격이 폭락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세계 태양광제조사의 절반이 파산할 것이란 '2010 위기설'이 현실화될 징후를 보이고 있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 위기설 왜 나왔나 = 20일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인포메이션 네트워크(The Information Network)에 따르면 태양광 제조사들의 가동률은 지난해 48.0%에서 올해 27.9%로 낮아졌고, 내년엔 이보다 2.2%P 떨어진 25.7%가 될 전망이다.

이는 소비수요를 훨씬 웃도는 태양광 제조사들의 생산능력 증가가 주요인이다. 세계 태양광 수요는 지난해 연간 5625MW에서 올해 경제위기로 4894MW로 축소됐다. 하지만 이 기간 생산능력은 1만1722MW에서 1만7551MW로 66.7%나 늘었다.

이를 두고 일부 분석기관은 올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판매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더욱이 제조사들의 내년 공급능력은 2만4212MW로 2년 전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인 반면 수요는 6215MW 수준에 그쳐 공급과잉 현상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반도체 전문신문인 디지타임즈 보도에 의하면 올해 평균 태양광 재고일수는 122일로 지난해 71일보다 50여일 가량 늘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재고일수는 133일에 이를 전망이다. 생산업체의 4분의 3이 공장가동을 멈추고 늘어나는 재고에 한숨짓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로버트 카스텔라노 인포메이션 네트워크 대표는 "태양광 제조사는 엄청난 재고 증가와 생산능력 증가로 인해 가동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이 위기로 내년에는 제조사의 50%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종이호랑이'가 아니다 = 전 세계적인 그린에너지 붐도 한몫했지만, 공급과잉의 진원지는 누가 뭐래도 중국이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현재 중국내 태양광 제조업체는(폴리실리콘~모듈)는 모두 460여개사에 달하고, 추가 생산라인 증설에 나선 업체도 50여개사에 이른다.

이들은 공급과잉에 따른 수익감소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의 33%, 한국시장의 50%를 집어삼키며 파상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중국 태양광 산업은 규모의 경제뿐만 아니라 단가 및 기술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해 나가고 있어 더욱 위협적이란 평가다.

독일 베를린신문은 '무너지는 독일 태양광 별(기업)'이란 제하의 최근 기사를 통해 "중국 제조사들은 엄청난비용경쟁력과 효율 등의 장점을 보유, 유럽 태양광 산업과 독일 제조사들이 힘겹게 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바텐뷔르템베르크 주립은행(LBBW)의 리포트를 인용, "중국 대표적 제조사들은 폴리실리콘 공정부터 태양광 모듈에 이르기까지 유럽 대비 44%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이 때문에 태양광이 수천~수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란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고 낙담했다.

신문은 또 "중국의 가격경쟁력은 저임금 구조에서 비롯됐지만 적어도 몇몇 기업은 생산 측면에서 최신기술과 혁신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중국 메이커인 썬텍과 호주대학이 지방정부의 보조없이 태양전지의 효율을종전 17%에서 19%로 높인 사례를 소개했다.

LBBW는 이번 리포트에서 "중국 제조사들은 더욱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이는 유럽 제조사들의 마진 하락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살아 남으려면 생산성과 혁신성을 높여야 한다"며 독일공장을 문 닫고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세운 큐셀(Q-Cell)을 예로 들기도 했다.

◆'가격파괴' 바람에 국내업체 속수무책 = 공급과잉은 필연적으로 판매단가 급락을 유인하고 있다. 한때 Wp당 4달러(2008년 3분기)에 육박했던 결정질 모듈가격은 이달 중순 현재 평균 1.98달러를 유지하며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Wp당 2달러 저지선을 무너뜨렸다.

또 지난해 kg당 400달러(스팟시장가)를 넘나들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 7월 평균 54달러까지 하락했다가현재는 kg당 62달러 안팎에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향후 20여개사에 달하는 중국내 폴리실리콘 생산업체가 양산을 시작할 경우 추가로 단가가 하락하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런 양상의 단가하락이 아직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업체들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란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 Y사는 늘어나는 모듈 재고를 견디다 못해 Wp당 2달러에 자체 생산한 모듈 30MW를 풀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 정도 수준의 공급가는 원료부터 수직계열화가 완성되지 않은 업체 입장에선 '노 마진'을 각오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특히 이 업체는 올초부터 지속된 가격파괴 경쟁에도 불구, "내수시장을 위해 저가로 제품을 공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던 터라 시장의 충격을 더하고 있다.

이승우 신영증권 반도체ㆍIT 총괄팀장은 "적어도 1~2년, 길게는 2~3년간 태양광 산업 전부문에서 공급과잉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따라서 당분간은 태양광 산업의 숨고르기와 옥석가리기가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다만 태양광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 구도는 여전히 유효해 그리드패리티의 지연이나 산업의 후퇴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차별화된 기술력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확보한 업체들로 투자폭을 좁힐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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