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점유율 집계결과 '충격'] 중국산 1년새 23%→50%로 껑충
국산모듈 약진 불구 경시풍조 확산 '비상'

[이투뉴스 이상복 기자] 중국 태양광 모듈이 기어이 국내 시장의 절반을 삼켰다. 국산은 가까스로 시장의 4분의 1을 수성했다. 더 큰 위협은 시장반응이다. 국산보다 중국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산 모듈의 싹을 자르겠다"던 정부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이투뉴스>가 최초로 태양광 모듈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짚어봤다. 예상은 했지만 'Made in China'의 위세는 대단했다. 13일 본지가 정부와 관련기관의 비공개 잠정집계 수치와 자체 시장조사 결과를 대입해 추산한 시장점유율 현황에 따르면 올해 중국산 점유율은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 <그래픽> 박미경 기자 pmk@e2news.com

이는 30%대에 머물고 있는 세계시장 점유율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태양광 전지판은 발전소 전체 시공비의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올 한해에만 1750억원(50MWⅹ35억원)이 중국 메이커의 매출로 잡힐 판이다. 지난해 중국모듈의 점유율은 23%였다. 불과 1년만에 2배 이상 외연을 키웠다.

물론 국산품도 나름대로 선전했다. 올해 점유율은 지난해 21%보다 4%P 상승한 25% 내외로 파악된다. 2년 전 점유율이 19.2%였으니, 중국과는 비교가 안되더라도 매년 한자릿수 약진에는 성공한 셈이다. 특히 국산은 200kW 이하 소용량 발전소에서 30%, 태양광 보급사업에서는 50%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 기간 중국산 광풍에 된서리를 맞은 것은 미국, 일본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이들 외산품의 국내 점유율은 각각 21~23% 안팎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중국과 국산이 차지하고 남은 25%시장을 놓고 제3국 메이커와 경쟁해야 할 신세로 전락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시장의 90%를 과점했던 그들이다.

◆브레이크 없는 질주 =사실 중국산 제품의 시장 독식은 우리나라만의 고민이 아니다. 태양광 종주국 일본이 추월당한 것은 이미 옛 얘기가 됐다. 자존심 하나로 버틴 독일, 미국도 애국심과 정부개입을 호소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더 문제는 어떤 조치도 중국산 질주에 제동을 걸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미 이 같은 불길한 징후는 국내시장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한 모듈 메어커 관계자는 "예전엔 국산 모듈 가격이 중국산보다 다소 높은 가격을 형성했지만, 최근엔 상황이 역전돼 중국산에 웃돈이 얹혀지고 있다"며 "특히 비슷한 가격이라면 국산보다 중국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은 자국내 태양광 산업을 육성하면서 막대한 정부자금을 들여 썬텍, 잉리 등 유수 메이커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왔다. 덧붙여 이들은 각종 세제지원과 자치구별 행정지원까지 등에 업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원가수준으로 가격을 끌어내려 해외경쟁사를 속수무책으로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게 중국 모듈 메이커 관계자의 전언이다.

중국 A사 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중국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리겠지만 국내 제조사는 누가 구제하겠냐는 생각이 한국 사업자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일축했다.

◆ 정부, 대책마련 부심 = 정부 보조로 커나가는 태양광시장의 속성상, 원가경쟁력만큼 확실한 무기는 없다. 전문가들은 특히 재생에너지의 전력생산 단가가 화석연료의 그것과 같아지는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에 임박할수록 가격경쟁력이 품질이나 효율경쟁력을 앞서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에 따라 정부도 국산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대책을 강구하지는 못한 상태다. 더욱이 이미 글로벌 시장화된 태양광 산업에서 자국산업 보호대책을 수립한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신희동 지식경제부 신재생에너지과장은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방법론의 문제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며 "업계도 이런 상황에 무작정 보급시장을 늘려달라고 할 일이 아니라 내수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묘책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형근 에너지기술평가원 태양광에너지PD는 "정부 연구개발 투자가 현재는 기초ㆍ원천기술이나 장비국산화에 집중되고 있으나 점차 다음 밸류체인에 있는 셀(Cell)과 모듈 단계까지 확대되고 있다"면서 "향후 시스템과 인증 부문까지 접근된다면 상당한 가격경쟁력 확보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