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봉 전력산업연구회 회장 

조성봉 전력산업연구회 회장 
조성봉 전력산업연구회 회장 
 

[이투뉴스 칼럼 / 조성봉] 가스공사와 직도입사는 국내 LNG 발전소의 LNG 물량을 두고 경쟁관계에 있다. 그래서 둘은 제로섬 게임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사실은 서로 돕고 있는 셈이다. 왜 그럴까?

직도입사는 가스공사 없이는 LNG 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비록 직도입사도 자체 터미널을 보유하고 또 짓고도 있지만 가스공사 터미널 없이는 물량이 모자라거나 유연하게 활용하기에 역부족이다. 게다가 배관망은 가스공사가 보유하고 있다. 가스공사가 도와주지 않으면 LNG 도입 자체가 어렵다.

가스공사 입장에서는 100% 순수 독점이었던 국내 LNG 도입시장에서 직도입사가 진입하여 자신의 시장을 잠식하였으니 속이 편치 않을 수 있다. 게다가 공기업으로 여러 운영상 제약을 받고 있으니 어떤 면에서는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가스공사가 갖고 있는 어려움은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에 따른 도입물량의 제약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향후 15년의 LNG 발전량이 결정되면 발전용 LNG의 도입량을 산정할 수 있다. 가스공사는 여기에 산업용 및 가정용 LNG 물량에 대한 전망을 더하여 향후 15년의 LNG 총도입량을 산출하게 된다. 그런데 막상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해지는 원전 및 재생에너지 물량이 실제로 계획시점에서 잡은 것만큼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력수요를 적게 예측한 경우도 많았고 원전과 재생에너지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결국 공급부족을 메울 수 있는 것은 LNG 발전소다 보니 LNG 발전소가 급히 건설되거나 기존 LNG 발전소의 발전량이 늘어나는 수밖에는 없게 된다. 

이처럼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구조적으로 적게 예측한 LNG 발전량에 따른 문제점은 고스란히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을 통해 결정되는 LNG 장기도입계약에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가스공사는 충분하지 못한 LNG 장기물량을 도입하게 된다. 모자라는 물량에 대해서는 단기계약이나 현물거래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가스공사가 이런 문제점으로 인하여 확보할 수 없는 장기도입계약은 직도입사가 대신 추진하면서 모자라는 LNG 도입량을 메꾸게 된다.

결국 직도입사는 정부계획의 경직성으로 인한 문제점을 우회할 수 있는 방안이 되었고 크게 보면 정부와 공기업의 한계를 보완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직도입사는 겨울철 가스공사의 도입량이 모자랄 때 직수입 LNG 물량을 빌려주어 수급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대안이 되기도 하였다. 2018년 18만9000톤, 2021년 58만2000톤, 2022년 94만3000톤의 물량을 융통했고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LNG 수급대란이 발생했을 때 LNG 직수입물량 50만톤을 가스공사에 판매한 바 있다. 

모든 경쟁이 그렇듯이 가스공사와 직도입사간의 경쟁은 양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자극제이며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좋은 현장 학습기회이다. 정부는 가스공사와 직도입사의 간접적 경쟁이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가스공사는 계절적 변동폭이 큰 도시가스 공급에 대한 부담과 정부계획과 장기도입물량 승인과 같은 경직적 프로세스로 인해 자율적이며 창의적인 LNG 도입역량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불리함을 안고 있다. 반면 직도입사는 배관망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가스공사로 인해 배관망 사용에 어려움과 차별을 느낄 수 있다. 

농구에서 골밑슛과 외곽슛은 서로 경쟁관계가 아니다. 골밑슛이 잘 들어가면 수비가 골대로 몰려서 외곽수비가 느슨해지므로 외곽슛도 잘 들어가게 된다. 반대로 외곽슛이 잘 들어가면 수비가 바깥으로 포진할 수밖에 없어 골밑슛의 기회가 더 자주 오게 된다. 가스공사와 직도입사는 하나가 잘 되면 다른 하나는 잘못될 수 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양자는 서로 보완하며 우리 가스산업을 지탱해주는 좋은 협력자로서 포지티브섬 게임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도 그런 방향으로 사업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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