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정부 R&D 예산 분석] 수소ㆍ연료전지ㆍIGCC 41.5% 차지
신에너지 등살에 태양광ㆍ풍력 등 도약기회 상실

정부가 그린에너지 기술개발을 위해 최근 10여년간 사용한 연구개발(R&D) 예산의 절반 가까이를 3개 신에너지(수소ㆍ연료전지ㆍIGCC)가 독식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 신에너지에 투입된 자금은 재생에너지로 분류된 나머지 8개 에너지원(태양광ㆍ태양열ㆍ풍력ㆍ지열ㆍ바이오ㆍ해양ㆍ폐기물)으로 유입된 예산보다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사실은 <이투뉴스>가 2000년 이전부터 지난해까지 집행된 에너지특별회계 및 전력산업기반기금 지원실적 일체를 단독 입수해 에너지원별 집행 비율을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 <그래픽> 박미경 기자 pmk@e2news.com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00년 이전부터 지난해까지 에너지ㆍ자원, 신재생에너지, 전력산업 부문에 투입된 정부예산은 각각 7920억원, 7551억원, 9326억원으로 모두 2조4797억원이다.(민간투자 1조5959억원 제외)

이들 기금이나 예산이 신재생에너지에 우선 지원되도록 관련법에 명시된 점을 감안하면 애초 취지에 맞게 신재생에너지에 우선 지원된 예산은 30%에 그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본지 106호 1면, '전력산업기반기금 '눈먼 돈' 전락' 참조)

문제는 이처럼 지원비중이 낮은 신재생에너지 R&D 예산조차 신에너지와의 이전투구식 경쟁에 밀려 투자된 비율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사실이 이번 분석결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본지가 이 기간 집행된 신재생에너지 R&D예산을 집계한 바에 의하면 이 분야의 R&D 예산은 정부분 7506억원, 민간분 5309억원을 포함 모두 1조2811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정부 예산으로 집행된 예산의 원별 비중은 연료전지가 27%(2027억원)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태양광 19.4%(1462억원), 풍력 12.0%(906억원), 석탄이용(IGCC) 8.4%(631억원), 바이오 6.4%(485억원), 수소 및 폐기물이 각각 6.1%(각각 462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재생에너지로 분류된 태양열(3.8%, 287억원), 지열(2.5%, 191억원), 해양(1.1%, 25억원), 소수력(0.7%, 53억원) 등의 투자비율도 신에너지의 자금 독식에 밀려 동반 저조했다.

국제기구나 산업계가 사실상 재생에너지 범주에서 제외시키고 있는 IGCC, 폐기물, 바이오 등의 비중을 합산하지 않을 경우 3개 신에너지(41.5%)가 태양광, 풍력 등 5개 주력 그린에너지의 투자규모(39.5%)를 앞질러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대로 정부 R&D예산의 집행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데다 태양광 풍력 해양 지열 등으로 그린에너지 산업화를 이루겠다는 현 정부의 녹색성장 비전에서도 어긋나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부는 올초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장기 R&D전략인 그린에너지 발전전략을 확정하면서 정부 투자의 우선 순위에 태양광, 풍력, LED, 전력IT를 포함시킨 뒤 관련업계의 공세가 이어지자 뒤늦게 수소ㆍ연료전지를 추가한 바 있다.

이들 신에너지는 관련업계의 주장과 달리 장기 시장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온실가스 감축, 궁극적인 화석에너지 전환과도 거리가 먼 것으로 지적돼 투자논란이 끊이질 않아왔다.

이번 조사에서 정부예산의 절반 가까이를 독식한 것으로 드러난 3개 신에너지 가운데 수소는 기존 화석에너지인 천연가스를 분리해 생산하고 있고, 연료전지는 에너지개발 기술이 아닌 저장기술로 분류되고 있다.

특히 IGCC는 대표적 한정자원이자 화석연료인 석탄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데다 올해말 대규모 실증사업 프로젝트가 착수될 경우 이 분야의 예산투자가 한층 증액될 여지가 있어 논란의 불씨가 여전하다.

정부 신재생에너지 부문 R&D 예산집행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인사는 "신에너지와 대체에너지(재생에너지)가 법적으로 구분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소ㆍ연료전지ㆍIGCC에 대부분의 예산이 쏠려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정부는 선진국의 3~5% 수준에 불과한 이 분야의 예산을 어떻게 분배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IGCC 연구개발투자를 총괄하고 있는 국책기관의 한 당국자는 "IGCC를 포함한 신에너지는 기술과 자본을 가진 기업이나 국가가 전체 시장을 키워 독점하는 경향이 있어 손을 놓았다가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면 곤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술확보에 전념할 때"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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