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업계가 신나면 기자님도 취재하면서 흥이 돋울 것 아닙니까. 그런데 여기 동네는 분위기가 수년째 이러잖아요. 이곳을 마주하고 있는 기자님도 참으로 고생이시네요."

지난해 자원업계 출입처를 돌다가 한 관계자가 건넨 말이다. 기사거리에 분위기가 어디 있냐며, 현장을 쫓는 사람에게 그런 것이 뭣이 중하냐며 손사래 치며 웃었다. 스쳐 지나가는 일상대화인줄 알았는데 한해가 지나도 아직 이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곱씹을수록 쓴맛이 더하다. 

박장대소하는 에너지업계가 어딛겠냐만 자원업계는 개중에 꼴찌를 다투는 강력한 하위권 멤버다. '감축', '뼈를 깍는', '매각'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산지 수년째. 지난해도 재작년처럼 조용히 한해를 보냈다. 재작년은 재재작년처럼. 

당사자들은 오죽할까. 그러고보니 원주에 적을 둔 자원공기업 한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 회사 사람들은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생각해요. 국민, 정치인, 언론 모두에게 욕을 먹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횡단보도 초록불도 여러번 확인하고 건너야 해요. 잘못 지나쳤다간 손가락질 더 당한다니까요.(웃음)" 

업계가 수년째 기를 못피고 있는 것은 마땅한 성장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움직이지 않는 고철은 녹슬 뿐이다. 자원업계 톱니바퀴가 검게 변하기 직전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누가 뭐라해도 가장 강력한 동력은 일거리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시작이 산뜻하다. 지난 9일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이 최초 발의된지 17개월여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자원안보법은 에너지원별 안보를 아우르는 상위법이다. 

법이 새로 만들어진 만큼 해야할 일이 많다. 우선 산업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자원안보협의회를 구성해야 한다. 협의회는 자원안보의 등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자원데이터 관리를 위한 통합정보시스템도 만들어야 하고, 재자원화를 지원하는 재자원화산업클러스터도 조성해야 한다. 위기경보를 발령하는 자원안보 위기 대응체계도 만들어야 한다. 할일 투성이다.

올해는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는 자원업계의 볼멘소리를 듣고 싶다. "아시잖아요. 뻔하죠"라는 대답은 이제 그만 들었으면. 60년만에 찾아온 '청룡의 해'다. 웅크렸던 힘을 바탕으로 하늘 높이 승천하는 저 파란 용처럼 자원업계도 훨훨 날아오길. 불어라 자원업계 신바람!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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