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택 원자력안전기술원 연구원 내부 폭로 일파만파
"비내진등급 앵커정착부 다양한 형태로 파괴될 수도"
손문 국가활성단층연구단장 "원전 32km내 분절 7개"

이희택 원자력안전기술원 연구원(박사)이 13일 그린피스가 공동 주최한 '지진과 원전 안전, 노후원전 부적합 앵커볼트와 활동성 단층의 발견' 토론회에서 부적합 앵커볼트 현황과 원안위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희택 원자력안전기술원 연구원(박사)이 13일 그린피스가 공동 주최한 '지진과 원전 안전, 노후원전 부적합 앵커볼트와 활동성 단층의 발견' 토론회에서 부적합 앵커볼트 현황과 원안위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투뉴스] “원안위는 국민께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 (이희택 박사, 원자력안전기술원 위촉연구원)

원전이 대규모로 몰려 있는 고리·월성 원자력단지 반경 32km안에 최대 규모 7의 대지진을 촉발할 수 있는 활동성 단층이 5~7개 존재하고, 이들 원전에 내진능력이 없는 부적합 앵커볼트 수천개가 시공되었다는 폭로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국민을 상대로 허위 해명을 지속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희택 박사는 그린피스와 김성환·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원자력안전과미래가 13일 주최한 ‘노후원전 부적합 앵커볼트와 활동성 단층의 발견’ 토론회에서 최근 원안위가 ‘가동원전의 앵커볼트는 원자력안전법 기술기준을 만족한다’란 제목으로 배포한 자료를 겨냥, “현재도 허위로 국민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며 이같이 직격했다. 

사건은 지난달 30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처음 공론화 됐다. 월성원전 등 국내 노후원전 14기 격납건물에 비내진 앵커볼트로 고정된 기기가 원자로 1기당 약 300개 이상이고, 여기에 설치된 앵커볼트 수를 고려할 때 월성 1~4호기에만 약 4000개 이상의 부적합 부품이 설치됐다는 내용이다. 사실이라면 원전 운영허가 취소사유에 해당한다.

앵커볼트는 원전에 설치되는 기기나 설비를 콘크리트 구조물에 고정하는 부품이다. 지진 등의 천재지변에도 각 설비가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비상발전이나 원자로 냉각 등의 본래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국내 가동원전 13기 557개 설비에 안전등급 미달 앵커볼트 7074개가 설치되었고, 설계보다 짧은 볼트도 1000여개 이상이란 폭로가 이날 나왔다.

김성환 의원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한수원과 규제기관 모두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근 5년 이상 어떠한 조치도 없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며 “앵커볼트에 문제가 생길 경우 안전 문제로 재시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문제를 인지하고도 쉬쉬하고 묻어온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날 이희택 연구원은 이후 원안위 측 해명을 허위로 규정했다. ‘월성 3호기 비내진 앵커볼트가 2017년 문제로 제기돼 관련 기술기준을 적용하는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CNSC)에서는 비내진 앵커사용이 허용됨을 확인했다’는 설명에 대해선 원안위와 CNSC 사이에 오간 서한을 공개하며 “비내진 앵커를 허용한다는 CNSC 의견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2019년 말까지 월성 가동원전 비내진 앵커에 대해 내진성능평가를 수행해 설계지진 요건에 만족함을 확인’했다는 해명에 대해 “시공전 진행해야 할 검증을 사후에 산술적 수치로 계산하는 평가로 진행한 것은 위법”이라고 일축했다. 앵커볼트는 규정에 따라 시공 전 실물 샘플을 제작해 해외에서 외부충격을 버틸 수 있는지 검증해 보고서로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희택 박사는 발제에서 "설계기준지진하중에 의해 비내진등급 앵커정착부는 다양한 형태로 파괴될 수 있어 원자로건물 압력경계에 비내진등급 앵커정착부가 설치되는 경우, 설계기준지진에 대한 압력경계 건전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13개 원전 안전관련 기기정착부에서 설계보다 짧거나 설계에서 요구하는 재질과 상이한 재질의 앵커들이 확인됐다. 부실시공이다. 원안위는 국민께 거짓말을 했다"고 역설했다.

앞서 손문 국가활성단층 연구단장(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은 '행안부 동남권 활성단층(제4기단층) 조사결과'란 발제에서 "부산, 울산, 경남지역을 포함한 동남권에 규모 6.5~7.0의 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는 16개 제4기 단층분절이 존재함을 확인했다"며 "이중 고리·월성원전 단지 반경 32km 내에 5~7개가 존재한다. 노후원전을 비롯한 주요시설물 지진 위험성 평가를 위해 향후 이들 단층을 고려한 지잔재해와 위험지도, 시설위험지도를 제작하고 이에 맞춰 내진성능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월성 2~4호기 설계에 참여한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월성원전 격납건물은 벽체 내면이 탄소강관으로 설치된 경수로와 달리 에폭시라이너만 도포돼 있어 강진같은 외부충격에 손상되기 쉽고 방사성물질 누설차계 기능도 훨씬 취약하다"며 "격납건물에 1300개 이상의 비내진 앵커볼트가 설치됐다는 건 지진 사고위험이 심각하게 가중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대표변호사는 부적합 앵커볼트의 법적 쟁점과 관련, "14기 원전에 장치된 부적합 앵커볼트는 원자력안전법 제21조에 따른 운영허가기준을 만족하지 못한다. 강진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설계기준을 위반하기 때문"이라며 "한수원의 부적합 사항보고와 시정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도 원안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이번 노후원전 앵커볼트 사건은 원자력관련기관과 사업자인 한수원, 한국정부의 원전안전 대응이 무법의 사각지대에서 다뤄지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이 문제가 현 정부의 안전을 무시한 노후원전 수명연장 폭주를 가로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