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호 광운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송승호 광운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송승호 광운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송승호] 왜 우리는 원가 이하의 가격에 전기를 펑펑 쓰고 그 부채를 자녀들에게 물려주려 하나? 이게 맞나? 여러분들은 진정 이렇게 하기를 원하는가?

당장 내 호주머니에서 한 달에 몇 천원 혹은 몇 만원이 덜 나가지만 그렇게 전 국민이 덜 낸 돈이 모여서 한전의 2022년 한 해동안 적자만 약 33조원에 달한다. 일반 회사였으면 곧바로 망했을 것이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그 빚은 결국 어떻게 되나? 엄청난 양의 채권을 발행해서 채권 시장이 교란되고 매달 내는 이자만 늘고 그 빚은 남아 결국 후손들이 갚아야 할 것 아닌가?

원가 이하로 파는 전기 때문에 한전의 총 부채가 200조원을 넘었다. 너무나 분명한 것은 원가 이하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왜 시간을 끄는가? 총선 표를 얻기 위해 전기요금을 묶어두는 것은 전기요금을 정치화하는 것이다. 전기요금을 당장 정상화시켜야 한다. 전기요금은 정치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과 원리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전기요금의 역마진 현상이 지속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늘어나고 있다.

우선 에너지 수요측면의 왜곡 현상이 심해진다. 원가 연동된 가스, 석유에서 원가 이하인 전기로 에너지 소비가 바뀌는 현상이 갑자기 늘어난다. 특히 올 겨울에 전기 난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전력피크가 높아지고 설비 예비율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열을 전기로 바꿨다가 다시 열원으로 쓰게 되면 에너지 변환손실 때문에 비효율의 대표적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비정상적으로 낮은 전기요금은 전력소비 절약에 대한 유인이 부족하게 만들고 전력분야 신기술, 신산업 발전을 저해한다. 전기에너지 절약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에 우리 나라는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고 그로 인해 이전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 전력 분야 신기술, 신산업 기회가 적은 것도 결국 따지고 보면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낮고 실시간 요금 차이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세 번째 문제는 전력망 확충을 비롯한 전력 설비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값싼 전기 공급이 목표이자 사명이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충실히 잘 달성해왔다. 시대가 바뀌어 이제는 깨끗하고 안정적인 전기공급이 목표, 사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력망 설비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선진국들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경험하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전력망 확보이다. 특히 대규모 해상 풍력발전으로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망 건설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 발전 계획의 다수가 에너지원 확보를 못 해서가 아니라 전력망 확보에 막혀 진전되지 못하고 있고 이러한 상황은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 달성 전망을 어둡게 한다.

부하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도 새로운 전력망 건설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화석연료에서 전기사용으로 바뀌는 전기화는 전력수요 증가로 나타날 것이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업인 반도체 클러스터, 첨단산업단지, 신도시 등 대규모 부하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첨단 산업 수출제품에 대한 RE100뿐만 아니라 전 생애주기 평가(LCA)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전력공급량 확대가 시급한 현실이다.

10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에 따르면 2036년까지 약 56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예상한다. HVDC 신규 6개 사업을 비롯하여 345kV 신규 변전소 24개, 154kV 신규 변전소 101개와 이러한 변전소를 잇는 송전선로를 포함하면 현재보다 약 1.5배에 이르는 전력 설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력요금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이러한 대규모 투자와 건설을 적기에 완료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전력망의 부재와 불완전성은 더 큰 비용을 유발할 수 있고 전력망 안정성을 담보로 재생에너지 확대는 요원한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억제는 통상의 영역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당장은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미국의 상계관세 부과가 확정되었다. 원가 이하의 싼 전기요금이 수출용 철강 제조사에 보조금을 준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논리다. 또한, 최근 유럽의 대기업에서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기업들에 RE100 계획을 요구하면서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RE100 가입을 완료했는데 이러한 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도 재생에너지로 전력공급을 해야 하는 RE100은 큰 어려움이 아닐 수 없다. 향후 미래에 벌어질 일인줄 알았는데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앞으로 더욱 폭넓게 늘어날 문제이다.

전기요금을 하루빨리 정상화해라. 그리고 전력망 건설을 포함한 투자에 힘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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