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륨·게르마늄 이어 흑연까지 통제하는 중국
국내 업계 "최대 5개월분 재고 이미 확보"

[이투뉴스] 중국이 이달부터 흑연수출 통제에 들어가는 가운데 정부가 당장 수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업계가 최대 5개월치 재고를 확보해놨다는 설명이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음극재 생산에 쓰이는 광물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흑연수입량 중 90% 이상은 중국물량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승렬 산업정책실장 주재로 '민관 합동 흑연 공급망 점검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를 비롯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포스코퓨처엠, 배터리협회, 소부장 공급망센터(KOTRA 등), 광해광업공단이 참석했다.

중국이 수출통제하는 품목은 고순도(순도 99.9% 초과) 고강도(인장강도 30Mpa 초과) 고밀도(밀도 ㎤당 1.73g 초과) 인조흑연 재료와 제품, 구상흑연과 팽창흑연 등 천연 인상흑연과 제품이다. 이달 1일부터 시행한다.

표면적인 이유는 군수용도로 사용가능한 물자를 통제하겠다는 것이지만,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용 핵심광물을 무기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앞선 8월부터는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관련기사 2023. 08. 03 中 갈륨·게르마늄 수출통제로 긴장>

통제가 시작되면 중국 국무원 승인을 거쳐 상무부 허가를 받아 수출이 가능하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이차전지 음극재용 인조흑연과 천연흑연을 2억4100만달러 가량 수입했다. 이 중 중국 비중은 93%이다.   

정부는 흑연 공급망 확보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난 10월 20일 상무부의 수출통제 발표 이후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흑연 수급대응 전담반'을 가동 중이다. 지난달 14일에는 한-중 상무장관 회담을 갖고 투명한 수출통제 집행을 촉구했다. 

공급망 자립화 및 다변화 노력도 꾀하고 있다. 지난달초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는 국내 인조흑연 생산공장 증설을 위한 인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했다. 최근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탄자니아를 직접 방문해 흑연광산 프로젝트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업계는 흑연물량을 사전에 충분히 확보해 놨다는 설명이다. 산업부는 추가도입 계약 등을 통해 업체들이 3~5개월분 재고를 확보해 놨다고 밝혔다.

이승렬 산업정책실장은 "최근 갈륨·게르마늄 사례로 볼때 다소 기간(법정시일 45일)은 걸리더라도 흑연수급에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만일의 사태까지도 염두에 두고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정부는 이번 수출통제에 대해 "특정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거듭 반복했다. 수줴팅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특정 품목에 대해 수출통제를 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라는 점을 여러번 강조해 왔다"면서 "발전과 안보를 통합한 통제이념을 구현한 것이지 특정국가나 지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규정에 맞는다면 수출은 허가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렬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이 '민관 합동 흑연 공급망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승렬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이 '민관 합동 흑연 공급망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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