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 시추공 굴진 궤적 측정하는 장비 첫선
독자적 국내 기술…그간 외국 장비에 의존

연구원이 K-DEV 장비를 확인하고 있다.
연구원이 K-DEV 장비를 확인하고 있다.

[이투뉴스] 깊은 땅속을 정밀하게 탐사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이평구)는 깊이 1.5km까지 적용 가능한 공곡검층장비 'K-DEV(KIGAM borehole DEViation logging tool)'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공곡은 시추공을 이용한 탐사나 자료 해석시 중요한 시추공 궤적정보 획득법 중 하나로, 깊이에 따른 시추공의 기울어짐과 방향 등 좌표를 구하는 것을 말한다.

시추를 통해 땅속을 들여다보는 물리검층 기술은 석유가스나 광물자원 탐사에 주로 사용된다. 시추공 주변 암석의 성질이나 지층 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어 '땅속 내시경 기술'로 불린다. 특히 최근에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등 부지평가가 필요해지면서 더욱 중요한 기술로 자리잡았다. 

연구원에 따르면 시추공은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수직으로 굴진되지 않는다. 많은 경우에 3~5도 편차각을 보이며, 깊이가 깊어질수록 더 벗어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시추공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벗어나고 있는지는 중요한 정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시추공 공곡검층을 별도로 수행하지 않았다. 주로 시추공벽 영상검층 장비에 부착된 3성분 가속도계와 3성분 자력계로부터 제공되는 자료로부터 시추공 궤적을 알아냈다.

하지만 시추공 보호를 위해 철재 케이싱(붕괴 방지 파이프)이 생겨나면서 전통적 방식의 공곡검층이 불가능한 경우가 늘어났다. 

이번 기술은 가속도계, 자력계와 함께 고성능 MEMS 자이로 센서를 부착한 것이 특징이다. 케이싱이 설치된 시추공에서도 정확한 공곡검층이 가능해졌다. 

K-DEV는 실시간 통신 및 지상 제어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공곡자료뿐만 아니라 온도‧압력‧자연감마선까지 함께 연속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 최대 1600m 깊이까지 측정 가능하다.

순수 우리 기술이라는 점도 의미가 크다. 그동안 시추‧지질조사‧물리탐사 등에 사용되는 대부분 장비는 외국 전문기업의 것들이었다. 앞으로 연구원은 심부 시추공 지구물리 관측망 구축,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연구 등 여러 사업에서 다양하게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실무 개발자인 조영욱 연구원 박사는 "외국에 의존하고 있던 물리검층 장비를 독자적인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해 내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평구 지질자원연구원장은 "K-DEV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등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연구장비"라면서 "앞으로도 연구개발에 꾸준한 지원을 통해 국내 현안 및 글로벌 이슈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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