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관화 논의 장·차관 교체 후 흐지부지
감독원은 계통혁신종합대책 최종안서 빠져
"시장에 맡길 분야와 정부몫 구분부터 해야"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를 독립기구로 격상하는 방안과 전력계통에 관한 독립규제기관(계통감독원)을 신설하는 방안이 모두 무산될 상황이다. 사진은 나주혁신도시내 전력거래소 본사 ⓒE2 DB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를 독립기구로 격상하는 방안과 전력계통에 관한 독립규제기관(계통감독원)을 신설하는 방안이 모두 무산될 상황이다. 사진은 나주혁신도시내 전력거래소 본사 ⓒE2 DB

[이투뉴스]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전기위원회를 독립기구로 분리·강화하고 전력계통 독립규제기관(가칭 전력계통감독원)을 신설하는 방안이 관련부처 논의과정에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확인됐다. 전기위원회 독립은 기획재정부, 계통감독원은 산업부 내부서 발목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26일 <이투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산업부가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용역까지 발주하며 의욕을 갖고 추진한 전기위 독립은 장·차관 교체와 기재부 반대로 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신임 장관은 큰 관심이 없고, 2차관은 갈피를 못 잡고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게 내부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에너지가격 위기가 본격화 된 전 장관 시절 착수된 관련 용역은 올해 두 차례나 수행기간을 연장하며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작년 10월 산업부는 ‘전력시장·요금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전문성 강화 방안’이란 용역을 발주했었다.

용역수행기관들은 선진국 사례에 기초해 위원회를 강화해 산업부에서 완전 독립시키는 '1안'과 전기·가스를 아우르는 에너지위원회로의 격상하는 '2안'을 제시했으나, 정작 발주처인 산업부가 확답을 주지 않으면서 논의가 흐지부지되고 있다고 한다.

한 당국자는 “산업부도 처음엔 의욕이 있었는데 장·차관이 바뀌고 분위기가 달라졌고, 무엇보다 기재부가 끝까지 전기료를 놓지 않으려 해 진전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재부) 장관이 라면값까지 간섭하는데, (추진이)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연내 발표할 예정인 ‘전력계통 혁신 종합대책’에 포함돼 기대를 모았던 전력계통감독원 신설 논의도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최근 장관 보고를 마친 종합대책은 전력망 확보 대책과 첨단산업단지(반도체) 전력공급 방안, 전력계통 안정화 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대책에는 동해안 송전제약 해소책을 비롯해 한전 주도 기존 송전선로 건설 방식의 한계를 어떻게 돌파할지, 도로·철도건설과 통합한 관계부처 합동 건설계획을 어떻게 수립할지 등의 진일보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초안부터 마지막 수정안까지 줄곧 자리를 지켰던 계통감독원 신설안은 최종안에서 빠졌다. 산업부가 규제권한 약화와 기관 신설에 따른 부담을 이유로 자진 철회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당시 ‘에너지시장과 요금 및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전문성 강화’를 국정과제로 제시했었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인식수준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며 시장과 독립규제기관에 의한 요금결정 구조를 만드는 게 도리어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는 일이라고 조언한다. 

이종영 한국에너지법학회 회장(중앙대 명예교수)은 "우리국민이 무조건 싼 요금을 원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유독 정의를 갈망하는 국민이어서 사용한 가치만큼 대가를 지불하는 게 정의라 생각하는데, 그런 국민을 국가가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학회장은 "선거철만되면 요금을 동결해 부작용을 초래하는데, 전기료를 독립된 기관이 결정하면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집권여당이나 정부도 부담을 덜 수 있다"면서 "정부는 시장에 맡길 분야와 국가가 해야할 분야부터 구분해야 한다. 현재는 그런 조차 안돼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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