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유 개소세 L당 17원…연료·원료용 모두 부과
정유업계 "완제품 아닌데 중간에 세금 웬 말"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 내 SBM(Solid Bed Merox) 공정.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 내 SBM(Solid Bed Merox) 공정.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투뉴스] 정유업계가 원료용 중유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면제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원료용 중유에 세금을 매기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지다. 나아가 과거에 만들어진 법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한석유협회(회장 박주선)는 기획재정부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제출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중유에는 리터당 17원의 개소세가 부과되고 있다. 개소세는 특정 물품의 소비행위를 억제하거나 환경오염 등 사회적비용을 유발하는 품목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중유가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추가세금이 붙어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중유의 개소세는 점진적으로 늘었다. 2001년 리터당 3원을 시작으로 매년 2~3원씩 더 많아졌다. 2006년에 17원까지 늘었고, 이 금액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잡음은 2010년께부터 나기 시작했다. 이는 정유사가 고도화설비를 갖춘 시기와 맞물린다. 

중유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LPG·휘발유·나프타·등유·경유를 뽑아내고 남은 기름이다. 품질이 떨어져 원유보다 판매가격이 낮다. 따라서 중유는 선박이나 화력발전 등에서 연료로만 쓰였다.

하지만 중질유분해설비 등 고도화공정이 생기면서 중유는 새생명을 얻었다. 휘발유·경유·등유 등 고부가 경질유로 전환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원료용 중유라는 개념이 생겨난 이유다.   

쓰임새가 달라졌는데 법은 그대로여서 문제가 생겼다. 현재 중유 개소세는 연료용과 원료용 구분없이 모두 부과하고 있다. 최종소비재가 아닌 정제원료에 세금을 매긴다는 것은 지나치다는 업계의 하소연이다. 

고도화공정을 거친 중유는 석유제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사실상 원유와 같다. 그러나 원유에는 개소세가 없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유일한 조세제도라는 것도 업계 목소리에 힘을 더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정제시설을 보유한 세계 66개국 중 오직 우리나라만 원료용 중유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는 원료용 중유에 붙는 개소세로 매년 240억원을 내고 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특혜를 달라거나 세액감면을 해달라는 얘기가 아니다. 세법구조상 문제가 있고 앞뒤가 안 맞는 구석이 있다.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면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1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년동안 한시적으로 원료용 중유에 해당하는 개소세를 면제해 줬다. 과거사례가 있는 만큼 충분히 적용 가능한 정책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올 7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10월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이러한 내용의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과 시장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관련 법도 따라가 줘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면서 "비싼 돈 들여 대규모로 시설투자를 했는데 엄하게 세금을 매긴다면 억울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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