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 호남·동해안·고리원전 제어시스템 성능개선 추진
전기硏·두산에너빌리티·아미텍 참여…호남만 500MW해소 기대

주요 발전제약 및 SPS 적용권역 ⓒKPX
주요 발전제약 및 SPS 적용권역 ⓒKPX

[이투뉴스] 전력당국이 송전선로 부족 등으로 발전제약이나 전력망 고장파급방지장치(SPS, Special Protection System)가 다수 적용된 전력계통 인근의 발전설비 설정값을 손봐 전력망의 여유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대규모 석탄화력·원전·태양광이 들어서 전력망에 빨간불이 켜진 영동권과 고리계통, 호남의 한빛 배후계통이 우선 대상이다. 결과에 따라 송전망 추가건설 없이도 계통당 수백MW 이상의 발전제약 해소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거래소 계통혁신처의 ‘발전설비 제어시스템 성능개선 기술개발 사업 추진계획’을 살펴보면, 국내 전력계통은 해외 주요국 대비 발전단지 규모가 크고 특정 지역에 몰려있는 데다 송전선로 대용량화로 대규모 안정도 이슈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국은 대단위 발전단지에 SPS를 설치하거나 발전기 출력을 정상값 이하로 낮추는 상시 제약을 걸고 있다. 설비용량대로 발전기를 가동하지 못하다보니 발전사들의 손실과 전체 발전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송전망 확충이다. 교통정체의 가장 확실한 해소법이 도로를 확장하거나 새로 개설하는 일인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력망 확충은 말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경과지 지역주민 수용성이 낮아 완공까지 10년 이상이 걸리고, 요즘처럼 송전사업자인 한전의 재정 상황이 어려워지면 계통투자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번에 전력거래소가 추진하는 제어시스템 성능개선은 이같은 물리적 하드웨어 보강이 아닌 일종의 ‘소프트웨어(제어파라미터) 정밀튜닝’이다. 제어파라미터는 발전기, 여자기, 조속기 내 제어시스템의 제한값이나 시정수, 응동범위 등을 정하는 제어정수를 말한다. 현재는 발전설비 기술특성시험을 통해 약 450여개 설비의 동적 해석모델을 도출해 계통업무 입력자료로 활용하는데, 모든 의사결정을 계통해석(PSS/E) 시뮬레이션 하나에 의존하는 한계가 있었다.

발전기 제어파라미터 구성
발전기 제어파라미터 구성

향후 이 작업을 정밀화하고 고도화해 안정도 문제를 직접 유발하는 발전설비 제어시스템이 더 좋은 성능을 내도록 모델 파라미터를 조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발전제약을 최소화하는 게 이번 성능개선 사업의 궁극적 목적이다. 이달 사업에 착수해 내년 12월까지 1년 3개월간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추진 체계는 ▶파라미터 조정방향 및 범위 도출 ▶파라미터 변경 시 SPS 및 발전제약 완화영향 검토 ▶발전설비 해석모델 정수조정 초안 제시 ▶실설비 조정가능 여부 및 범위 검토 ▶제어설비 개선사업 추진 및 운영 안전성 분석 순이다.

물론 이 작업 역시 녹록지 않다. 분당 1800~3600회씩 고속으로 회전하는 발전기의 설정값을 바꾸는 일이라 상당한 노하우와 기술력이 필요하다. 시뮬레이션만으로 100% 사전검증이 어렵다는 부담도 있다. 전력거래소가 사업을 총괄하는 가운데 전기연구원이 발전설비 모델 및 안정도 해석과 제어시스템 조정안을 마련하고, 두산에너지빌리티와 아미텍사가 각각 여자제어시스템 성능개선과 실설비 성능개선 엔지니어링을 맡기로 했다.

두산에너지빌리티가 참여하는 이유는 송전제약이 걸린 동해권역 석탄화력 발전소의 전압조정설비(AVR) 제작사라서다. 현재 해당기술은 GE, ABB, 미쓰비시, 도시바 등의 해외 제작사도 보유하고 있다. 전기연구원의 경우 제작사들이 제어계통 첫 파라미터값을 제시하면, 현장에 설비를 설치한 뒤 실제 적정값이 나오는지 여부 확인과 그 튜닝기술을 보유한 국내 유일 연구기관이다. 이번 과제에는 국내외 현장과 설비특성을 속속들이 잘 아는 김동준 박사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달 16일 이들 민·관·연은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본사에서 사업 착수회의를 열어 재생에너지와 원전이 몰린 호남지역 계통을 우선 튜닝한 뒤 발전제약 개선 효과를 깊이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국의 예상 제약해소 기대량은 호남지역만 500MW 이상이다.

최홍석 전력거래소 계통혁신처장은 “개별발전기 조정이 아니라 여러기의 발전기를 바꿔야 하므로 협의와 정밀한 진행은 필수다. 거래소가 민감도를 분석해 현재의 값들을 바꿔가면서 모의하고 실증해야 한다”면서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어렵더라도 기대하는 바대로 제어량을 줄일 수 있다면 국가적 이득은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사업 착수회의에 참석한 전력거래소와 전기연구원, 두산에너빌리티, 아미텍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업 착수회의에 참석한 전력거래소와 전기연구원, 두산에너빌리티, 아미텍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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