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과 9월에 이은 세번째 연장조치
OPEC+ 감산과 중동사태에 불가피

[이투뉴스] 정부가 유류세 인하조치를 또다시 연장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지었다. '세수확보'와 '물가안정' 중에서 또다시 후자를 선택한 셈이다. 지난 5월과 9월에 이은 세번째 연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31일 종료예정인 유류세 한시적 인하조치를 올해 말까지 2개월 추가연장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18일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 및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각각 입법예고했다.

현재 유류세 인하율은 휘발유 25%, 경유‧LPG(부탄) 37%로 달리 적용되고 있다. 리터당 감면액은 휘발유 205원, 경유 212원, LPG 73원이다. 하루 40km를 주행하는 연비 10km 휘발유차량의 경우 한달에 2만5000원 가량 유류비를 줄일 수 있다.

기재부는 "사우디아라비와 러시아의 감산연장 및 최근 중동정세 불안 등에 따라 국내외 유류가격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연장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 휘발유값이 리터당 1800원을 넘어서는 등 최근까지 상승세를 보였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휘발유와 경유 모두 7월 첫째주부터 이달 첫째주까지 13주 연속 올랐다.

거기에 최근 이-팔 전쟁까지 터지면서 기름값 잡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지난주 국내 기름값이 14주만에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한풀 꺽이긴 했지만,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유가는 배럴당 85달러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충돌이 열흘 넘게 이어지면서 지정학적 리크스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양국이 직접적인 산유국이 아니기에 글로벌 석유수급에는 당장 차질이 없지만, 이란 개입 등 변수는 얼마든지 있다.  

실제 19일 북해산브렌트유는 배럴당 91.50달러를 기록, 이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와 두바이유 역시 월 최고치에 근접했다. 

이러한 요인을 반영해 정부는 유류세 환원 결정을 결국 내년으로 미뤘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도 일부 감안한 것이란 해석이다. 이번 개정안은 오는 24일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달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시행된다. 

한편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내 기름값 안정을 위해 정유업계에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했다. 방 장관은 18일 정유4사, 석유공사, 석유협회와 함께 석유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유가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석유가격 정책을 시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국내 기름값은 '오를 땐 빨리, 내릴 땐 천천히 움직인다'는 지적을 항상 받아 왔다"면서 "석유값 안정화를 물가정책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유가상승 시기에 편승해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오른쪽 가운데)이 석유시장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류열 에쓰오일 관리총괄 사장, 주영민 HD현대오일뱅크 사장, 노상구 SK에너지 부사장,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 유연백 대한석유협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오른쪽 가운데)이 석유시장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류열 에쓰오일 관리총괄 사장, 주영민 HD현대오일뱅크 사장, 노상구 SK에너지 부사장,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 유연백 대한석유협회 부회장이 참석했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