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S 매커니즘으로 재생열 공급 의무화 … 독일ㆍ영국 도입 검토

발전차액지원제(FIT),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에 이어 '재생가능 열에너지 의무화제도(RHO Renewable Heat Obligation)'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논의가 최근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RHO는 정부가 제시한 보급 목표와 가격에 따라 열공급업체에게 일정량의 재생가능열 공급을 의무화하는 제도로, 독일과 영국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선진국들이 도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관리공단 등에 따르면 다소 생소한 개념의 RHO는 RPS와 유사한 매커니즘을 띤 재생가능열 공급 시책이다.

다만 RPS는 재생가능 전력 비중 확대를, RHO는 재생가능 열 보급ㆍ이용 확대를 목적으로 한다는 차이가 있고 RHO의 경우 전력보다 변수가 많은 열을 다루다보니 좀더 복잡한 시스템이 요구된다.

RHO는 RPS가 전력공급사에게 의무를 지우듯 열공급업체에게 그 의무가 부과된다. 국내 상황에 비춰보면 지역난방공사, 일부 지역단위 열공급 사업자 등이 우선 거론될 수 있다.

만약 열원 생산에 사용되는 연료 자체를 의무화 대상으로 지정하면 도시가스사 등 화석에너지를 연료로 쓰는 열공급 사업자까지 대상에 포함시키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운용 시스템은 RPS와 유사하다. 우선 열공급업체는 정부가 제시한 보급 수준과 가격에 따라 전체 열수요의 일정량을 재생가능열로 공급해야 한다.

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재생가능열 인증서를 구매하거나 패널티(부과금)를 물어야 한다. 여기서 지칭하는 재생가능열의 범주에는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열, 폐열에서 회수한 열, 태양열, 지열 등이 포함된다.

RHO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열원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향후 기후변화협약 발효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로 평가되고 있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재생가능열에너지 산업이 장기적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고 설치비 보조나 조세 혜택과 같이 단기적인 지원 방식에서 탈피해 대량 공급을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생산량과 실적에 따라 운영되므로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며 대규모 장기 공급계약의 경우 금융기능이 추가돼 부수적 산업 부양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도 있다. 중대형 규모 이상 시설에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보니 소규모나 개별난방 시스템에는 부적합하다는 평가다. 또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시스템이어서 독점시장도 우려된다.

여기에 열에너지의 특성상 거래 규모를 파악하고 계량화하기가 어렵고 전력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 행정적으로도 매우 부담스러운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막대한 양의 폐열이나 미활용 에너지로 화석에너지를 대체한다는 측면에서 이 제도 도입을 긍적적 시각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김정인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바이오매스나 폐열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온실가스 저감도 가능하다"며 "에너지 분야 기술도 전력(생산)에서 열(생산)로 옮겨가는 추세인 만큼 RHO를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간 표류해 온 목질계 바이오매스 보급 활성화를 위해서도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배정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2005년부터 목질계 바이오매스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있어 왔지만 부처간, 업계간 협력이 쉽지 않아 그간 활성화가 지체돼 온 게 사실"이라며 "보다 강력한 시장 유인제도로 RHO를 열에너지 시장에 도입함으로써 자원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 연구원은 도입방안과 관련, "공공기관 의무화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으므로 앞으로 공공기관에서 열에너지 사용 의무화를 먼저 시행해 보고 단계적으로 적용 대상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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