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남아돌면서 7020원으로 역대 최저수준으로 하락
이월물량 확대·개인거래 허용, 무상할당 축소법안 발의도

[이투뉴스]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7000원대로 폭락함에 따라 거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안이 쏟아지고 있다. 환경부는 배출권 이월 제한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한편 개인도 배출권 거래에 나설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국회에서는 무상할당 최소화, 상쇄배출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관련 법개정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열린 제18차 배출권 할당위원회를 계기로 배출권 시장 규제 개선 및 참여자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배출권 거래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하반기 들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배출권 가격으로 인한 시장충격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배출권 거래시장은 거래량이 적고 가격 변동성은 높아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유도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특히 올들어 하락하기 시작한 배출권 가격이 지난 7월 톤당 7020원까지 폭락하면서 사실상 거래시장이 마비상태에 다달았다는 평까지 나온다.

2020년 톤당 4만원을 넘었던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은 지난해 1분기 1만5000원 안팎까지 떨어졌다.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급기야 1만원선이 붕괴됐고, 올해 하반기 7000원 수준까지 밀렸다. 최근들어 톤당 7700원 수준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배출권 가격이 이처럼 끝없이 추락한 것은 근본적으로 배출권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추이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추이

정부는 배출권 거래제도의 실효성을 저해하는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지자 시장이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개선안을 마련했다. 우선 거래 참여자를 늘리고 거래상품을 다양화한다. 특히 배출권을 증권사를 통해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연내 위탁거래제를 도입하고, 금융기관(2024년)과 개인(2025년)도 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키로 했다.

국내 배출권 가격과 연동된 금융상품(ETN 상장지수증권, ETF 상장지수펀드)을 출시해 투자를 유도하고, 위험관리를 위한 선물시장도 개설한다. 유럽연합 등이 배출권 가격과 연동된 금융상품을 이미 출시해 거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넘쳐나는 배출권을 잡아두기 위해 상쇄배출권의 전환 의무기한을 ‘감축실적 인증 후 2년’에서 5년으로 완화했다. 특히 이월제한 확배출권이 남는 기업은 당초 판매량의 1배에서 3배로 이월물량을 늘렸다. 또 배출권이 부족한 기업도 부족량보다 더 매수해 이월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환경부는 여기에 유상할당 경매 물량의 탄력적 조정, 시장조성자 추가지정 등 시장 안정화를 위한 조치들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장 참여자의 불공정 거래 등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과의 협업을 통해 관리체계도 구축한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온실가스 감축도 규제보다는 시장원리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환경부는 온실가스를 줄인 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공정하고 효율적인 배출권 시장을 만들어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기후분야 산업 육성의 계기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국회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최근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노원구을)은 ‘상쇄 배출권’ 한도를 5%로 제한하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배출권거래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온실가스 감축량을 국외로 떠넘기는 것을 막고, 국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배경을 밝혔다.

양이원영(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역시 무상으로 할당하는 배출권 비율을 50% 이내로 축소하는 내용의 배출권거래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가 3기(2021∼2025년) 계획기간 무상할당 비율을 90% 이내로 운영하는 등 무상할당을 남발했다는 이유에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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