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내년 50여가지 규제 불구
국내기업, 새 환경기준 파악도 제대로 못해

유럽연합(EU)이 자동차·전자·화학 제품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에 대해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를 걸어 수출길에 비상이 걸렸다.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유럽 환경규제에 대한 조사 결과, EU가 도입하는 환경 관련규제는 2010년 50여개, 2020년까지 90여개다. 앞으로 이 기준에 부합되지 못하면 수출길이 꽉 막히게 된다.

전문가들은 "내년 말까지 신화학물질등록규제(REACH)에 따라 각 제품에 포함된 15만여개의 화학물질 함유량과 유해성을 검사해 EU에 등록해야 한다"며 "1개 물질에 대한 유해성 검사와 컨설팅, 등록에만 몇년의 시간과 수십억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EU의 새 환경 기준은 농수산물을 제외한 전 품목이 규제 대상으로 규제에 걸리면 엄청난 손해와 함께 다시는 수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전체 EU 수출(작년 584억달러)의 31%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가능성 또한 농후하다.

TVㆍ냉장고 등 설비교체 부담 증가

21일 지식경제부와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지난달 TV와 냉장고에 대한 에코디자인 시행령 초안을 관보에 게재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공개했다. 이 시행령은 내달 정식으로 채택될 예정이다.

이는 2005년 채택돼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친환경설계지침(EuP; Eco-design of Energy-using Products)에 따른 제품별 후속 가이드라인 제시다. EuP는 EU가 PC, TV, 복사기, 냉장고 등 에너지 사용제품에 대한 친환경 설계를 강제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기존 EU의 폐전기ㆍ전자제품 회수지침(WEEE)이나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가 부분적인 규제라면 이번 EuP는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제품관련 환경규제라는 점에서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 EU의 규제 개혁은 우리 기업들의 제품 설계 변경과 공장의 변경을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규제 내용으로는 TV의 경우 온-모드시 소비전력을 내년부터 20W, TV모니터는 15W며 2012년부터는 TV세트는 16W, TV모니터는 12W로 규정하고 있다. 또 대기모드나 오프-모드시 소비전력은 내년 7월부터 1W 미만을 달성해야 한다. 이 규정을 맞추지 못한 TV의 경우 EU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된다.

또 냉장고의 경우 컴프레셔 타입의 경우 2010년 7월부터 에너지소모지수(EEI)가 55이하로 규정되는 등 제품 설계 등에 영항을 미치는 상세한 규제안을 담고 있다. 이 규정은 내년 7월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며 이를 준수하지 못하면 판매 자체가 어려워진다.

EU는 내년부터 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가전제품의 대기전력을 1W 이하로 규제하는 `EuP(Energy-Using Products) 대기전력 규제안`을 시행할 예정이어서 관련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크다.

이처럼 EU가 EuP 적용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력을 높여나가자는 취지다.

미국 일본 중국도 유럽의 환경규제에 맞서 각종 규제를 강화하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주별로 폐전자제품 재활용 및 6대 유해물질 규제 방안을 추진 중이고, 일본과 중국과 전자제품에 대한 유해화학물질 규제에 나서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이 같은 글로벌 그린규제로 인해 자동차·전자·화학·섬유·생활용품 등 수출이 30% 이상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EU의 요구사항에 준비하고 있다"면서 "대기업의 경우 이같은 규제에 대응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중소기업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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