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차액 지원 리스트 광범위 유포 … 내부유출 가능성에 무게

정부 기관을 통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명 '태양광 50MW 리스트'가 관련 업계 사이에 광범위하게 유통되면서 가뜩이나 침체된 국내 태양광 시장이 아수라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 리스트는 공개가 금지된 업체명에서부터 주소, 전화번호, 발전소명, 시공장소까지 자세히 담고 있어 수천억원 규모의 납품 및 시공계약을 뒤흔드는 등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투뉴스>가 단독입수한 '태양광 50MW 리스트'<사진>는 모두 두 가지 엑셀파일 형태로, 연간 발전차액지원 한계용량에 따라 에너지관리공단에 설치의향서를 제출한 수백여개 사업의 소상한 정보를 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부터 2011년까지의 연도별 한계용량을 각각 50MW, 70MW, 80MW로 한정하는 내용의 고시변경을 단행하면서 선착순으로 500여건의 사업신청을 접수했고 지금도 후순위 신청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단은 발전원 종류와 진행상태 등 간략한 정보만을 실시간으로 공개, 업계는 지원대상 업체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알 수 없었고 시장혼란을 우려한 공단 측도 이 정보를 비밀에 붙여왔다.

신재생에너지센터 고위관계자는 "당황스럽다. 어떻게 이 내용이 유포됐는지 내부적으로 확인을 벌이는 중"이라며 "현재로선 특정인에 의한 유출이나 보안망 해킹의 흔적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 파장 '일파만파' = 이미 이 리스트는 시중에 은밀하게 유통되면서 태양광 시장에 극심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이 자료는 예비 발전사업자, 시공업체, 모듈공급 업체 등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유포된 것으로 추정된다.

본지가 정황을 파악한 이후 확보한 두 종류의 리스트 외에도 일부 내용을 보강한 형태의 변종 리스트가 더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문제는 공개되선 안될 이 자료가 일부 시공업체나 자재 납품업체의 요긴한 영업자료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사업이 정부 지원물량 쿼터내에 진입했는지 확인이 가능하고, 사업자의 연락처와 주소까지 기재돼 있으므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료가 되는 셈이다.

사업주와 수 건의 공급계약을 체결한 모듈공급사 대표는 "일부 업체가 정확하게 50MW 이내에 선정된 업체를 타깃으로 전화를 걸어 MW당 10억원 이상 저렴한 가격에 모듈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 때문에 우리측으로도 납품대금을 깎아 달라는 사업자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수백억원 규모의 피해를 봤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한 모듈제조사 관계자는 "여러 곳에서 제안을 받은 사업주가 마음을 바꿔 먹으면서 모든 계약이 다 흔들리고 있다"며 "우리도 서너건의 굵직한 계약이 깨져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 어떻게 유출됐나 = 공단은 이번 자료 유출과 관련, 정확히 어떤 경로를 통해 리스트가 새나갔는지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공단 측은 우선 사건 이후 내부 서버망의 보안상태에 대한 점검을 벌이고 내부유출 가능성에 대한 자체 점검을 벌였으나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자료가 담고 있는 내용이 공단 관계자만 확보할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정황상 내부유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모듈 공급업체 관계자는 "납품업체의 경우 자칫 전체 공급가 하락을 부를 수 있어 바보가 아니라면 굳이 이 자료를 영업에 활용할 이유가 없다"며 "예전에도 유사한 형태의 사업자리스트가 나돈 적은 있지만 모든 내용이 담긴 리스트가 나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뜩이나 연간 한계용량이 생겨 어떻게 사업을 이어갈지 고민인 상황에 이런 일까지 발생해 심란하기 그지없다"며 "만약 누군가 의도를 갖고 자료를 흘린 것이라면 정확한 경위를 조사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본지 취재과정에 소식을 접한 지식경제부는 "정말 그런 내용이라면 큰일"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아직 피해를 봤다며 민원을 제기한 내용이 없고, 공단으로부터 아무런 보고를 받지 못했다"면서 "정확한 내용과 원인을 파악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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