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 슈워제네거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멀리 미국에서 전해진 신선한 결정에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슈워제너거 지사가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온실가스 배출규제법을 제정키로 지난달 말 결단을 내린 것이다.

 

공화당 출신인 슈워제너거 지사는 지난달 31일 캘리포니아주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과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내용의 법안 제정에 전격적으로 합의했다고 한다. '지구온난화 해소법'으로 이름지어진 법안은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캘리포니아 주 안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는 2020년까지 1990년 수준으로 감축키로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는 지금의 배출량보다 무려 4분의 1을 줄여야 하는 규모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50개 주 중 인구가 가장 많다. 경제 규모 또한 세계에서 8번째. 그런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도 세계 12위로 알려져 있다.

 

슈워제너거 지사는 전력대란으로 주민들의 소환투표 끝에 그만둔 전임자의 뒤를 이은 장본인답게 에너지 환경정책에 각별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이미 중앙집중형 에너지 공급으로 인한 계통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분산형 전원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가 재생에너지 보급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슈워제너거 지사는 이미 캘리포니아에 2020년까지 3700메가와트 용량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갖추겠다는 법안도 통과시켜 놓고 있다. 이는 원전 1기의 발전량이 100메가와트인 점을 감안하면 원전 37기를 건설한다는 얘기와 같다. 세계에서도 가장 엄격한 환경기준을 갖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지사로서의 행보다.

 

슈워제너거 지사의 이같은 무공해 에너지와 환경중시 행정은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우세한 캘리포니아주의 정치적 상황도 배려했을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전력대란으로 주민의 손에 의해 퇴출된 전임자의

뒤를 이었을뿐 아니라 오는 11월이면 주지사 재선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아직도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환경협약인 교토의정서 인준을 거부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공화당의 부시 행정부 아래서 같은 공화당 출신인 슈워제네거 지사가 각을 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는 캘리포니아 주가 아리조나 주와 함께 지형적으로 대기순환이 잘 안돼 주민들이 환경에 많은 관심을 갖고있는 여건속에서 태생했다고 봐야 한다.

 

슈워제너거 지사는 '권력(전력)을 민중에게'(POWER TO THE PEOPLE)라는 슬로건을 외치면서 분산형 전원체계의 확립에 전도사 노릇을 하고 있다. 그는 에너지 문제의 해결을 놓고 자전거타기 등 소비자의 에너지 절약에만 의존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수 없다고 믿고 있다. 에너지의 불가피성을 인정하자고 외친다. "불꺼진 식탁에서는 맥주를 마실수 없다"는 말로 대변한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슈워제네거 지사는 어린 시절 3가지 꿈이 있었다고 한다. 미국에 건너가는 것, 영화배우가 되는 것, 케네디가의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다. 그는 이 꿈들을 모두 현실로 만들었다.

존 에프 케네디 전 대통령의 손녀이자 슈워제네거 지사의 부인 마리아 슈라이거 또한 환경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민주당의 정신적 리더로 알려져 있다.

 

슈워제네거 지사는 언젠가 "집사람과 잠자리를 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협약에 서명해야 한다"고 말해 미국인들의 폭소를 자아낸 적이 있다.  부부가 모두 쾌적한 환경에 얼마만큼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가를 보여주는 증거다. 그는 지난달말 민주당과 온실가스 규제법 제정에 합의한 뒤 캘리포니아를 가스배출 감소의 세계적 선구자로 만드는 '역사적 합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슈워제네거 지사가 말하지 않은 꿈은 깨끗한 지구환경일지 모른다. 그의 또다른 꿈이 현실로 이루어져 점점 더워지고 있는 지구가 제자리를 찾을수 있도록 전도사 노릇을 더 한층 열심히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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