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기초 샘플조사 수준"…9곳 정밀조사후 공개 여부 검토

토양오염도가 높은 44곳 폐금속광산(이하 폐광)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10개 주요 농산물  중금속 오염 기초조사결과를 발표한  정부당국은 일단 조사 대상 폐광 지역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이 중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오염도가 높을 것으로 보아 '위해 우려 폐광지역'으로 분류한 9곳의 폐광지역에 대해서도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기로  했다. 

이번 조사가 폐광지역 농산물 안전관리 차원에서 농산물의 중금속 잔류허용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실시된 기초 샘플 조사로 지금 단계에서는 원인파악 등 조사자료 분석이 완벽하지 않은 만큼 섣불리 공개하면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조사에 참여한 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어디까지나 폐광지역의 중금속 위해도를 평가하기 위한 잠정 조사로서 조사 시료수도 부족하고 지역정보도 미흡해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이번 조사는 지난해 이들 폐광지역에서 재배된 농산물을 대상으로  실시된 것으로, 올해 재배되고 있는 농산물과 다를 수 있어 뜻하지 않은 선의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들 폐광 인근지역에서 올해 생산된 농산물은 수확 전에 안전 검사를 철저하게 실시, 기준을 초과하는 농산물은 전량 수거 폐기하고, 추가 정밀  조사에서 오염도가 높게 나올 경우 해당 지역 농경지에 대해 휴경보상제나 객토, 비식용작물 재배 등의 조치를 취해 위해 우려를 차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데도 해당 지역이 알려질 경우 자칫 이 지역  전체  농산물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조사자료가 미진한 상태에서 지금 공개하면 벌집 쑤셔놓는 격이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해당 지역은 `죽은 땅'으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2004년 6월 발생한 경남 고성군 삼산면 폐광 인근 `병산마을 사태'에서 보듯이 이 지역주민들이 카드뮴 중독에 의해 이타이이타이병에 걸렸을 지도  모른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이 나온 뒤 그 여파가 이 마을 뿐 아니라 인근 읍ㆍ면으로 급속히 확산돼 이 지역 전체 농산물의 판로가 막히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당시 병산마을 사태는 2004년 12월 민관합동으로 실시된 전체 주민들에 대한 건강영양조사에서 일부 주민들에게서 카드뮴농도가 높게 검출됐을 뿐  이타이이타이병은 없었던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나면서 진정됐었다.

 

정부당국은 완전한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폐광지역을 섣불리 공개할 경우 병산마을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크게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비공개 방침에 대해 일각에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위해 우려 폐광지역으로 꼽은 9곳의 주민들에 대한 건강조사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이 과정에서 결국은 해당 지역이 공개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농민이 받을 불이익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의 알권리도 정부당국이  고려해야 되지 않느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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