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양날개’로 ‘우뚝’

“1953년 당시 선경직물 공장은 종업원들이 최종건 회장의 마차를 이용해 5㎞ 떨어진 광교천에서 돌과 자갈을 날라 만들었다”(이용진 전 선경직물 전무)
SK는 1953년3월 전쟁으로 망가진 선경직물 공장을 이처럼 재건하는 데서 시작해 매출 60조원의 국내 굴지 그룹으로 성장하기 까지의 50여년 족적을 담은 ‘SK 50년 패기와 지성의 여정’이라는 책자를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

 

1380여쪽의 책자는 창업주인 최종건 전 회장이 선경직물을 인수해 SK그룹을 일으키는 ‘맨손의 창업’을 시작으로, 동생 최종현 전 회장이 선경직물 부사장으로 SK에 합류하는 ‘패기와 지성의 만남’, 울산 정유공장을 완공하면서 수직계열화를 이루는 ‘수직계열화의 완성’,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하는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의 두 날개’ 편 등 모두 7부 22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 책자의 설명을 그대로 옮기면 최종현 전 회장이 1962년 11월 10여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선경직물 부사장으로 취임하면서 SK는 패기(최종건)와 지성(최종현)의 쌍두마차 체제를 갖췄다고 한다.

이후 최종현 전 회장은 수직계열화 완성, 정보통신 사업 진출로 두번의 큰 도약을 이뤄내 현 SK그룹의 기틀을 만들었다. 이들에게 바통을 넘겨받은 손길승 전 회장은 1965년 12월 SK에 먼저 입사한 대학동기 이순석 전 사장의 권유를 받고 최초의 대졸 신입사원으로 SK에 합류, 성장동력을 이어갔다.

 

시대순으로 정리된 사사는 전.현직 임원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다양한 일화도 담았다.

특히 박영수 전 ㈜선경 사장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자신의 입국 사실이 회사에 알려지면서 부도를 겨우 막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뉴욕 지사장으로 근무하던 중 회사 부도를 막기 위해 미국에서 300만 달러를 빌려 1972년 1월1일에 입국했는데 너무 급히 오느라 회사에 입국 사실을 알리지 못했고, 대연각빌딩 화재이후 선경 본사가 어디로 옮겨졌는지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연휴가 끝나기 전까지 자금을 전달하지 못하면 회사는 부도가 날 판이었다”고 소개하고 “하지만 다행히도 내가 1972년 입국한 첫 한국인이라고 라디오에 방송이 되면서 회사가 나의 입국 사실을 알게 됐고, 사장님이 집으로 전화를 하셔서 무사히 돈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책은 최종현 전 회장의 기술에 대한 집념도 자세히 묘사해 놨다. 그는 1965년 까칠까칠하면서도 통풍이 잘되는 이른바 ‘깔깔이’ 원단을 시행착오를 거쳐 직접 개발했다고 한다.

식당 종업원이 입고 있는 ‘깔깔이’ 원단을 본 뒤 일본 이토추사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으려 했으나 이토추사 측이 거절하자 원사에 가하는 압력과 가열온도, 가열회수 등에 대해 무수한 시험을 거쳐 최적의 조건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또 수백장의 사진자료와 인물사진 중에는 1962년11월 선경직물 수원공장 준공식에 최종건 전 회장과 최종현 전 회장이 참석하는 모습 등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도 포함됐다.

 

책은 이와 함께 “2003년 그룹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SK 100년의 토대를 마련하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행복추구경영 추구” 등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도 자세히 담았다고 SK 측은 전했다.

SK 기업문화실 권오용 전무는 “SK 50년사는 SK의 시련과 영광, 미래비전을 생각하는 중요한 자료”라며 “옛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앞으로 SK그룹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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