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용' 증가 Vs. 일본 '가정용' 증가

   3부   소비부문별 에너지소비

 
 

 글 싣는 순서

 

 1부    에너지소비 변화
 2부    에너지수입 의존도
 3부  소비부문별 에너지소비
 4부    에너지원별 에너지 수출입
 5부    석유류 소비 추이
 6부    국제 에너지소비 추이
 7부    국제 현물 유가 추이
 8부    주요국 원유생산실적
 9부    지역별 원유 매장량
 10부  국제 휘발유 소비가 비교
 11부  주요국 원유 수출입 비교
 12부  국제 에너지 공급 비율

한ㆍ일 양국이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곳은 각각 어디일까. 유사한 산업 구조를 가진 양국이지만 에너지를 사용하는 곳은 정반대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5년 간 양국의 부문별 최종에너지 소비관련 여러 자료ㆍ통계ㆍ언론보도내용 등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산업용으로 사용하는 반면 일본은 가정(상업)용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산업용 에너지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가정(상업)용 에너지 소비는 하락세를 타고 있다. 현재 이 증가세와 하락세가 다소 주춤거리거나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현재까지 추이는 일본의 경우과 정반대의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제조업 중심의 왕성한 산업활동 중인 반면 일본은 산업활동을 둔화시키고 상업과 서비스 활동에 접어든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국의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에너지를 소비하는 곳을 산업ㆍ수송ㆍ가정(상업)ㆍ공공(기타) 등 네 부문으로 나누고 1980년부터 2004년까지 25년 동안 어디에 에너지를 많이 소비했는지 각각의 비율 추이를 살펴봤다. 또 일본은 1973년부터 1999년까지 약 25년 동안 각 부문의 비율 추이를 조사했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산업과 수송 분야에 에너지 사용을 늘려왔지만 가정(상업)과 공공(기타) 부문엔 에너지 사용을 줄여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산업과 수송 부문의 에너지소비 비율은 11.9%포인트와 7%포인트씩 각각 증가했다. 하지만 가정(상업)과 공공(기타) 부문의 에너지소비 비율은 이 기간 동안 16.3%포인트와 3.4%포인트씩 각각 감소했다.  

지난 25년 간 일본의 에너지소비 비율은 우리나라와 반대의 현상을 보인다. 특히 산업 부문의 에너지소비 비율이 두드러지는데, 국내 산업 부문의 에너지소비 비율이 늘어난 데 비해 일본은 그 반대로 감소세를 보였다. 또 일본 가정(상업) 부문의 에너지소비 비율은 우리와는 반대로 증가추세다. 
 
일본에너지절약센터(ECCJ)가 2001년 발표한 '에너지 및 경제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1973년부터 1999년까지 약 25년 새 산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15.4%포인트 줄어든 대신 수송과 가정(상업) 부문의 비율은 8.5%포인트와 8%포인트씩 각각 늘었다. 공공(기타) 부문은 3%에서 1.9%로 1.1%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과거 제조업 중심의 산업 부문에서 가정이나 서비스 부문으로 에너지 소비의 주체가 옮겨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1960~1970년대 일본의 에너지 소비구조는 철강ㆍ화학ㆍ시멘트ㆍ펄프 등의 산업중심이었다. 1차 석유파동이 발생했던 1973년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산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63%에 달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후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에너지 다(多)소비업종을 중심으로 강력한 에너지절약정책과 에너지효율기술ㆍ설비 도입정책 등을 펴면서 에너지소비 비율을 변화시켰다.

가정(상업) 부문은 소득 증가에 따른 생활수준 향상 및 여객ㆍ화물 등 수송량의 증가로 에너지소비량과 함께 그 비율도 급속히 증가했다.

 

최종에너지란…

최종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에너지로, 1차에너지중 일정한 전환과정을 거쳐서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1차에너지는 천연자원 상태에서 공급되는 에너지를 의미하며 석탄, 석유, LNG, 원자력, 수력 등을 의미한다.

일본의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 부문의 에너지소비 비율은 계속 감소해 2010년엔 약 46% 수준에 이르고, 수송 부문은 1999년에 24.9%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나 이후 소폭 감소세로 전환하여 2010년엔 23.4%에 머물 전망이다. 가정(상업) 부문의 에너지소비 비율은 과거와 같이 빠른 증가세를 보이진 않겠지만 증가세는 꾸준히 이어져 2010년 30.8%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1999년 현재 일본의 산업ㆍ수송ㆍ가정(상업)ㆍ공공(기타) 부문이 전체 최종에너지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7.1%, 24.9%, 26.1%, 1.9%로 각각 집계됐다.

◆산업 부문=韓 비율 50% 이상, 日 비율 50% 이하

1980년 산업 부문이 국내 최종에너지 소비 중 차지하는 비율은 44.1%였다. 이 비율은 1990년 48.1%로 4%포인트 증가했고 2000년엔 56%로 11.9%포인트나 증가했다.

 

특이한 점은 1991년 처음으로 50%대를 넘어선 산업 부문 에너지소비 비율은 약 15년간 5%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점이다. 또 2000년 산업 부문이 차지한 비율은 4년 후인 2004년 말에도 56%대를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국내경제가 과거의 고성장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성장기로 진입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정보통신과 자동차 등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의 비율확대 등 산업구조의 점진적 변화에 따른 것을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에너지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일본 등 외국의 경우와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1973년 62.5%이던 일본 산업의 에너지소비 비율은 1999년 47.1%로 급감했다. 이미 1990년엔 49.8%를 기록해 전체 에너지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 추이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보다 상업과 서비스업으로 산업 구조의 핵심이 변화된 때문이다. 
 
한편 1980년 산업 부문이 사용한 국내 에너지 소비량은 1657만TOE. 이는 2004년 9300만TOE로 늘어 약 5.6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1990년대 연평균 470만TOE씩 증가해 1980년대 연평균 200만TOE씩 증가한 것에 비해 약 2배의 에너지를 소비했다. 2000년대 들어 연평균 225만TOE씩 증가하는 추세다. 
 
◆수송 부문=韓ㆍ日 모두 20% 약간 웃도는 수준

지난 25년 동안 수송 부문의 최종에너지 소비량과 전체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더딘 걸음을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 최종에너지 소비량의 13%를 차지한 수송 부문은 지난 25년 새 7%포인트 증가해 2004년 말 현재 20.9%를 기록했다. 특히 1990년대 이후에는 대체로 산업 부문보다 증가추세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승용차 보급대수 확대와 더불어 대형화 추세에 그 원인이 있은 것으로 보인다. 또 각종 배달업이 발달한 것도 한 요인이다.
그러나 이 증가세는 경제 발전에 따라 자연 증가한 면이 크다. 지난 25년 동안 에너지소비에서 수송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연평균 0.2~0.3%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또 국내 최종에너지 소비량 중 수송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어선 때는 1980년부터 11년이 지난 1993년(20.3%)이다. 그로부터 다시 11년 뒤인 2004년 말 이 비율은 20.9%로 0.6%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25년 중 전반 12년 동안엔 7%포인트 가량 증가했지만 후반 12년 동안엔 1%도 채 증가하지 못한 셈이다. 게다가 최근 5년간(2000~2004년) 수송 부문의 에너지소비 비율은 20%대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일본도 이 부문에선 우리나라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1973년 16.4%이던 수송 부문의 에너지소비 비율은 1999년 24.9%로 8.5%포인트 증가했다. 앞으로 이 비율은 소폭 가감되는 정도에서 머물 것으로 보인다. 

한편 1980년 490만TOE의 에너지를 소비한 국내 수송 부문은 25년이 지난 뒤인 2004년 말 현재 3461만TOE를 소비했다. 특히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 동안 수송 부문의 최종에너지 소비량은 3500만TOE를 넘어서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있다.

 

◆가정ㆍ상업 부문=韓 감소세, 日 상승세

가정(상업) 부문이 차지하는 에너지소비 비율은 지난 25년 새 무려 16.3%포인트나 감소했다. 1980년 37.3%를 차지한 에너지소비 비율은 2004년 말 현재 21%로 떨어졌다. 1980년부터 하락세를 이어온 이 부문의 에너지소비 비율은 1990년 29.3%로 감소해 처음으로 30% 이하로 떨어졌고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엔 20.8%로 내려앉았다. 이는 이후 8년이 지난 현재까지 거의 변동 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인구 증가율 둔화와 함께 주택 및 가전기기 보급률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가정(상업) 부문의 소비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선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온 등의 변화에 따라 연간 증가율은 불규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분별한 점포 확장으로 심화된 경쟁을 버티지 못한 점포가 대다수 이탈한 것도 한 가지 원인이다. 게다가 대형 쇼핑몰과 할인점이 과거 도심 외곽에서 동네까지 파고들면서 수 많은 소형 점포가 사라지기도 했다. 특히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식당은 심각한 경쟁관계 속에서 대다수 식당이 타업종으로 전환하거나 폐업하기도 했다. 또 지속되는 고유가로 상점 운영이 어려워지자 업종 전환, 휴ㆍ폐업 사례가 대폭 증가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1973년 18.1%를 차지한 일본 가정(상업) 부문의 에너지소비 비율은 1999년 26.1%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는 2010년 30.8%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일본에너지절약센터의 관측이다. 이 배경엔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지난 수십년간 소규모 창업이 우후죽순 늘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한두 명이 적은 평수의 상점을 운영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또 기본적으로 중소기업을 대우해주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도 이 부문의 에너지소비 비율을 높이는 데 한 몫하고 있다. 

 

한편 1980년 1403만TOE의 에너지를 소비했던 국내 가정(상업) 부문은 2004년 말 현재 3479만TOE를 소비했다. 지난 25년 새 겨우 2.4배가량 증가하는 데 그친 셈이다. 


◆공공(기타) 부문=韓ㆍ日 모두 2%

공공(기타) 부문 역시 하락세를 타고 있다. 국내 에너지소비에서 차지하는 공공(기타) 부문의 비율은 1980년 5.6% 이였지만 25년이 지난 2004년 말 현재 3.4%포인트 감소한 2.2%를 나타냈다.

일본 역시 1973년 3%이던 이 부문 비율이 1999년 1.9%로 감소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이 부문 최종에너지 소비량은 1980년 208만TOE에서 2004년 359만TOE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쳐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