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수요개발권 실효성 의문

시장원리에 따른 자율적인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집사법 개정안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산업자원부가 지난 6월 입법예고한 집단에너지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사업자가 직접 공급지역 지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신청인이 해당지역의 사업권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동기유발이 없어 활성화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업자가 공급지역 신청 가능’ 조항 신설하지만...

예를 들어 A라는 사업자가 서울 관악구 지역을 집단에너지 공급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하면 산자부는 이에 대한 타당성 검토 후 관악구를 신규 공급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그리고 산자부는 공고를 통해 해당지역에 집단에너지 공급을 희망하는 자를 접수받는다.

이 때 사업참여 신청은 A뿐만 아니라 경쟁자인 B와 C도 아무런 조건 없이 제출할 수 있으며, 산자부가 심사를 거쳐 실질 이익권자인 집단에너지 공급자를 선정하게 된다.

따라서 시장개척은 A가 했으나 사업권은 B나 C에게 돌아갈 수도 있는 구조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속담을 법률에 명시한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과연 사업자들이 적극적인 수요개발에 나설 이유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급지역 지정 신청을 해도 사업권이 어디로 갈지 모르고 정부가 공고를 내는 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미흡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뒤가 안맞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결국 유명부실한 법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독점견제 차원에서 필요악?

이에 대해 산자부 관계자는 “만일 신청자가 그대로 사업권을 가져갈 경우 일부 업체가 독식할 가능성이 높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특히 신규 택지개발 사업자가 초기에 집단에너지 공급지역 지정을 동시에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소수의 특정업체가 신규시장을 모두 장악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율적인 시장환경을 조성하면서도 신속한 판단과 분쟁조정이 이뤄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번 개정안의 주된 목표는 에너지효율이 높은 열병합발전 지역난방 등의 보급 확대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측면에서 김일경 한국지역난방공사 과장은 “물론 신청자가 사업권까지 획득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로 인해 집단에너지 공급지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은 업계 전체적으로는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다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자율경쟁보다는 분쟁조정에 초점 맞춘 개정안

결국 집사법 개정안은 자율경쟁의 확대보다도 집단에너지 보급에 있어 걸림돌이 됐던 요소들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개정안 ‘제47조의 2’에 명시한 분쟁조정위원회의 설치·운영 방안에서도 엿볼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집단에너지 공급지역에서 분쟁 발생시 산자부장관이 이를 조정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지역난방협회는 이에 “자율경쟁을 확대한다는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강제적인 분쟁 조정시 예전에 비해 도시가스사측의 입장이 많이 반영되지 않겠느냐는 지역난방업계의 우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편 한국도시가스협회는 지역난방 도입으로 유휴화된 도시가스 배관시설에 대해 보상방안을 명시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개진하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규모가 큰 도시가스회사는 이미 지역난방사업까지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반발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협회의 요구는 사업확장 역량이 없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회사 입장을 반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집사법 개정안은 내달중 법제처 심사가 끝나는대로 바로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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