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100:85:50 공식 … 국제유가 상승 탓

"올라도 너무 올랐어요. 예전엔 3~4만원이면 가득찼는데 요즘은 6만원이 넘게 들어갑니다. 하루종일 고

생해서 가스값으로 다 날리는거죠. 서민을 돕겠다는 정부가 이래도 되는 겁니까?"

 

20년 가까이 개인택시를 몰고 있다는 김경훈(54ㆍ서울 서대문)씨는 LPG충전소에서 받은 영수증을 내보이며 정부를 향해 이같은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특소세를 내린다고 하더니 어떻게 가스값은 더 오르는 건지 모르겠다"며 "올려도 적당히 올려야 하

는데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렴한 공급가로 사랑받아 온 LPG연료가 가격 인상에 따라 소비자들의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로 항의전화가 빗발치는가 하면 주요 수요처인 택시업계가 관련기관을 항의방문

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유가가 하락하지 않는 한 LPG가격의 고공행진은 계속될 전망이어서 LPG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부담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산업자원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9월 톤당 500달러선에서 공급되던 국제 LPG가(부탄기준)는 한달만에 600달러선을 돌파한 뒤 지난해 11월 700달러선, 12월 860달러선으로 수직 상승했

다.

 

단적으로 지난해 1월 톤당 550원으로 책정된 도매가는 1년새 300원이 넘게 올라 이달 현재 875원에 거래

되고 있다. 실제 충전소에서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은 리터당 952원으로,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와 더

불어 국내에서는 'LPG 1000원 시대'가 임박한 상황이다.

 

이처럼 LPG가격이 상승한 것은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에 직접적 원인이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LPG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사인 아람코가 1994년 도입한 CP(Contract Price)

라는 가격결정제도에 의해 가격을 책정하는 구조다.

 

CP는 ▲뉴욕, 런던, 싱가포르, 동경의 아람코 4개 지사가 입수한 시황 정보 ▲고객 등으로부터 청취한 원유가, 석유제품가 ▲계절요인 등을 감안해 매월말 익월의 가격을 결정하고 이를 계약자에게 통보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일정기간 시간차를 두고 LPG가격이 따라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

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정유사 및 수입사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이들의 판매마진은

리터당 70원 안팎에 고정돼 있다. 공급가가 상승했다고 더 많은 이윤이 발생하는 구조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가와 환율이 반영돼 가격 상승은 어쩔 수 없다"며 "정부가 난방용 유류에 적용되는 탄

력세율 인하 결정을 하면서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던 소비자들이 반감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의 고충에도 불구하고 공급사 입장에선 원칙대로 국제시세를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지금으로선 유가가 안정되기를 바라는 것이 최선의 대책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처럼 가격이 폭등하면서 세재 개편을 통해 마련한 수송연료간 가격비 '100(휘발유):85(경유):50(LPG)' 공식이 실제 가격비와 차이를 나타내는 등 LPG의 가격경쟁력이 저하되는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이달 5일 소비자가를 기준으로 추산한 각 수송연료간의 단순가격비는 100-88-58에 이르고 있다. 'LPG는 휘발유가의 절반'이라는 상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종을 가리지 않는 포퓰리즘식 일괄적 세율 인하보다 세재 개편의 가격비를 훼손하지 않는 충격 완화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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