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열린 주유소판매가격 실시간 공개 시스템 구현 설명회 이후 주유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당일 설명회에 참석한 주유소협회 관계자들은 시스템 운영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며 주유업계의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질책을 쏟아냈다.


이후 그날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와 전국 주유소 연서명 운동에 돌입하는 등 산자부에 적극 대항할 태세를 갖추어 왔다.


그러나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분명 산자부가 주유소판매가격 실시간 공개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시점은 지난 7월이다.


이후 3~4개월간의 시스템 구축 기간을 거쳐 11월 설명회를 열었다.


만약 주유소업계가 진정으로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 의지가 강렬했다면 시스템을 가동하겠다고 발표했던 7월경 업계의 입을 모아 입장을 표명했어야 옳았던 것이 아닌가.


하지만 주유소업계는 이미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모든 시스템이 완료되자 이제 와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연서명 운동을 벌이고, 법적 투쟁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액션만 취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기자가 주유소협회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이제 와서 연서명 운동을 벌이는 것은 너무 늦은 감이 있는 것 같다”는 언질을 비추자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아니오’라는 단 한마디 말로 절대 늦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또한 연서명 운동과 관련된 자료를 요청하는 과정에서도 “산자부측에서 이번 건과 관련해 언론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며 “자료를 줄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확대하고 싶지 않다”고 자료요청을 거절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이번 일만 하고 협회가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라는 말로 산자부와의 관계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앞서 정부가 처음 주유소 판매가격 공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을 당시 업계 관계자들이 주유소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그때에도 주유소협회측에 질의를 던진 적이 있다.


시스템 가동이 주유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에 대한 대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은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로 대답을 회피했다.


지난 7월부터 약 5개월간 이 사안과 관련해 주유소협회와 접촉한 결과 참 한결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결같이 모로쇠로 일관하고 이로 인한 피해를 우려해 정부의 눈치를 살피느라 제대로 입 한번 열어보지도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려고 나섰다가 터전마저 잃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타 분야 협회들에 비해 추진력이나 결단력이 너무 미진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협회(協會)란 국어사전적 의미로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설립하여 유지해 나아가는 모임이다. 주유소협회는 협회의 사전적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