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으로 배를 타고 파도를 일으켰다"

지난 21일 오후. 지나던 선박에 송전선이 절단되면서 전기 공급이 이틀째 끊겨  자식처럼 키우던 새우 수백만 마리가 폐사했다는 황정철(60ㆍ신안군 도초면 고란리)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양식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편 옆에선 부인 박금심(56)씨는 "15일 후면 출하할 새우가 모두 죽었다"면서 "집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도 좋으니 생명이 자라는 양식장에는 전기 공급이  급하다"고 울부짖었다.

   
이 부부는 전기 공급이 끊긴 밤을 한 숨도 자지 못하고 뜬 눈으로 새웠다. 양식장 모터에 전기 공급이 끊겨 힘차게 돌아야 할 수차가 멈춰서면서 산소 공급이 되질 않아 새우가 숨을 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황씨 부부는 소형 어선을 타고 밤새 파도를 일으켰다. 파도가 일면 산소가 공급되기 때문에 한 마리라도 살리기 위해서 칠흑같은 밤에 양식장을 돌고 또 돌았다.


황씨는 "만약 밤과 낮 동안 파도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새우가 다 죽었을  것"이라면서 "밤새 배를 타고 돈 덕분에 절반이라도 건졌다"고 힘들어 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하얀 배를 내밀며 죽어 떠 오른 새우를 양식장에서 건져 올리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어떻게 키웠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5년전부터 새우양식에 '올인'했다"는 그는 "지난 4년간 바이러스 한 번 걸리지 않고 잘 키워왔는데 천재가 아닌 인재로 새우가 몰살당했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황씨는 9~10㎝ 크기의 새우 120만마리가 죽어 6000만~7000만원의  피해가  났다고 신안군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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