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원수 감소ㆍ지구온난화ㆍ생활패턴 변화가 원인 / 집단에너지사업자 매출감소 타격 불가피

앞으로 집단에너지 공급사업자들은 권역의 열사용량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열병합발전소가 최근 수년간의 열판매량 추이를 조사한 결과 수용가들의 열사용량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열사용량이 준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이 온수를 덜 쓰고 방을 덜 덥혔다는 것을 뜻하며, 결과적으로 사업자들의 매출도 하향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란 사실을 의미한다.

 

새 공급권역이 속속 발표되면서 집단에너지 시장은 사업자들에게 '황금어장'으로 비춰지고 있다. 업계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에 앞서 향후 소비량을 정확히 분석함으로써 과다한 시설투자가 이뤄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난방이용 감소세 뚜렷=박태화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 에너지진단팀장은 최근 서울 목동아파트, 강서사업소, 노원사업소의 10여년간 열판매량 집계를 직접 내보고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3개 권역의 열사용량 모두 2000년을 정점으로 매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었던 것.

 

이 결과에 따르면 1997년 한해 서울 목동아파트 일대는 ㎡당 155.8Mcal(메가칼로리)의 열을 사용했다. 그해 겨울 IMF사태가 발발하면서 이수치는 1998년 129.4Mcal/㎡로 급격히 떨어졌고, 경기회복에 따라 2000년 다시 142.8Mcal/㎡선을 회복했다.

 

문제는 2000년 이후였다. 이 지역의 열판매량은 2001년 135Mcal/㎡로 내려가다 2002년 132Mcal/㎡, 2003년 130Mcal/㎡, 급기야 2004년에는 IMF시절보다 낮은 126.4Mcal/㎡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2년간은 다소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전반적인 열사용량은 하향곡선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게 박 팀장의 분석이다. 경기회복세에 비춰보면 선뜻 이해할 수 없는 결과다.

 

◆ 사회적 여건변화가 원인=박태화 팀장은 이같은 수요변화의 원인을 가구수 변화와 외기온도(기후) 변화, 주 5일제 시행에 따른 생활패턴의 변화 등에 있다고 진단했다.

 

지역난방을 사용하고 있는 행정단위 중 인구변동 추이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목6동을 선정해 8년간의 인구변동을 조사했더니 가구당 인구가 3.99명에서 0.26명 감소한 3.73명으로 나타났다. 거주인구변화가 난방사용량과 급탕사용량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외기온도 상승도 열사용량 감소를 부추긴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해당지역의 연평균 기온은 전년대비 0.9도, 혹한기인 1,2월은 약 2.3도가 각각 상승했다. 매년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고 있는 최근의 기온분포가 난방열 사용 감소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해석이다.

   

박 팀장은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가구당 가구원수가 줄어든 데 있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선 외기온도 상승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며 "목동의 경우 전체 가구수와 공급지역은 늘어났지만 거꾸로 열판매량과 매출은 줄어든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 5일제 확산, 맞벌이 증가, 고령화사회 진입 등의 생활패턴 변화가 전체 열사용 감소의 또 다른 원인이 됐다는 박 팀장의 분석이다.

 

그는 "시간대별 사용량을 관찰해보면 금요일 오후부터 열사용량이 급격히 떨어지다가 월요일 아침에 눈에 띄게 증가한다"며 "주 5일제 영향 외에도 출산율이 떨어져 아이가 없는 가구가 늘어난 것, 경기침체로 맞벌이가 늘어난 것 등도 열소비량 감소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 과잉 신규투자 주의해야=박 팀장의 연구결과는 외형확대 일변도의 집단에너지 사업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공급권역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다각도의 사회적 수요변화를 정확히 예측해 적정수준의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에 따르면 대도시 집단에너지 공급의 표준모델이랄 수 있는 서울 목동의 경우, 전체 가구수와 공급지역은 늘어난 반면 열판매량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노원 열병합발전소의 경우 건설당시 예상한 최대 열수요보다 30Gcal/h 감소한 360Gcal/h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 1만 가구가 추가로 열공급을 받을 수 있는 용량이 놀고 있는 셈이다.  

 

지역마다 여건과 환경이 다르지만 지방을 포함한 대부분의 공급권역에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 일부사업자가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지역난방업계에 불똥이 떨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팀장은 "사회적 여건은 고려하지 않은 채 가구수만을 기준으로 설비용량을 건설하면 필요 이상의 과잉투자가 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면서 "이같은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규투자는 적정선 설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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