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합리화 싼 요금으로 '고객만족' 제일주의"

서비스 우선…수요자 중심 공급체계 전면 개편

서울시 '물박사'가 SH공사 '열박사'로 변신

 

공급자로서의 권위에 익숙해진 한 집단에너지사업단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시 공업직 사무관으로 출발해 한평생을 '수돗물 과학화'에 헌신한 퇴직공무원이 이 조직의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다.

 

박수환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장. 3000여명에 달하는 서울시 상수도공무원들은 지금도 그를 소신과 기술자적 옹고집으로 무장한 '물박사'로 기억한다. 그는 서울시 상수도연구소장을 끝으로 2년전 30여년의 공직을 마감했다. 사업단장에 취임한 것은 지난해 2월이다. 

 

1997년 서울은 '수돗물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모 교수의 주장으로 떠들썩했다. 누구도 수돗물을 마시지 않으려 했고 환경부는 숨죽여 사태의 추이만 지켜봤다.

 

당시 4급 서기관이었던 박수환 생산관리부장은 고건 전 서울시장 앞에 불쑥 나타나 "학계를 상대로 법적투쟁을 불사하겠다"고 자신감에 찬 주장을 폈다. 언론을 통해 바이러스 논란을 유포시킨 교수의 분석방법이 정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와 학계의 이례적 법정공방으로 치닫던 이 사건은 결국 고 전 시장과 환경단체의 중재로 취하됐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민들의 기억에서도 잊혀져갔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수돗물은 안전하다"며 학자를 상대로 정면대결을 선언했던 한 공무원의 악다문 입술은 무사안일에 빠져있던 당시 공무원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 서울시 물정책은 이를 계기로 한발 더 과학화에 다가가는 기점이 됐다는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박수환 단장은 그런 인물이다. 늘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지만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굽히는 법은 좀처럼 없다. 늘상의 성실함으로 스스로를 채찍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해 SH공사 집단에너지사업단의 책임자로 새 출발한 그는 "고객을 조직의 주인으로 모시자"고 직원들을 독려해 왔다고 한다. 지역주민에게 공기업으로서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제1의 경영목표로 내세운 것.

 

이때 사업단은 민원서비스 체제를 대폭 강화하고 수요자 중심으로 공급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그리고 이 같은 그의 신념은 조금씩 조직을 변화시켰다. 매년 적자에 허덕이면서 '서울시의 애물단지 위탁기관'으로 낙인찍힌 사업단이 올해부터 흑자를 내는 구조로 돌아선 원동력이 된 것이다.

 

박 단장은 "경영합리화를 통해 열요금을 최대한 싸게 공급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면서 "공기업으로의 역할과 책무를 다하는 일이 궁극적으로 사업단의 발전을 위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박단장의 야심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서울시 업무를 대행하는 방식의 현 공공위탁 방식은 복잡한 의사결정구조로 인해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같은 이유로 박단장은 사업단이 궁극적으론 독립법인 형식의 '에너지환경전문기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집단에너지시설이나 자원회수시설은 한 줄기로 묶여 있어야 효율이 높아집니다. 사업단은 서울시 6개구에 지역 냉ㆍ난방을 제공하는 명실상부한 지방 공기업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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