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자원공사 군산비축기지 현장을 가다
희유금속 10종 두달치 저장, 민간 대여도

▲ 페로티타늄.  이달 9일 기준 가격은 kg당 5.18달러다.

[이투뉴스] "페로티타늄(FerroTitanium)은 티타늄(Titanium)에 철(Ferro)을 합친 가공품입니다. 합금강 제조, 우주항공산업, 3D프린팅에서 주로 사용되요. 드럼통 안에 던져보시죠. 서로 부딪치면 불꽃이 튀거든요." 김우경 광물자원공사 군산비축기지 비축사업실 과장의 설명이다.

티타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타이탄)에서 따왔다. 과거에는 타이타늄이라고 불렀다. 철의 40% 정도로 가볍지만 매우 단단해 미사일, 우주선, 잠수함, 로켓 등을 만드는데 쓰인다. 보잉 747 제트기 1대를 제조하는데 약 4500kg의 티타늄이 사용된다.

지난해 페로티타늄을 목 놓아 기다린 기업이 있다. 포스코대우다. 포스코대우는 소재를 납품하던 중 수급차질에 부딪혔고, 결국 공사를 찾아 왔다. 지난해부터 공사는 민간 기업의 일시적인 공급 중단을 돕기 위해 비축광물을 대여해 주고 있다.

포스코대우가 공사의 첫 고객이 된 셈이다. 인도받은 금속은 3개월 내 동일한 품질의 현물로 상환해야 하며, 약간의 대여수수료도 지불해야 한다. 상환 시기는 연장할 수 있다.

공사는 포스코대우가 당초 들여오기로 한 물량이 예상치 못하게 늦어지면서 비축광물 대여 서비스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대우는 작년말 빌려간 티타늄을 상환했다. 이 외에도 지난해 공사는 크롬과 몰리브덴을 민간기업에 대여했다. 현재 2개사와 추가 계약을 협의 중이다. 

◆ 광물의 A부터 Z까지항온항습 철저히
지난 3일 광물공사 군산비축기지를 방문했다. 익산역에서 서해 방향으로 30여분을 차로 달려 도착한 도시는 한산하고 조용했다. 기지 인근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만이 고요하게 돌아가고 있다. 

비축기지는 말 그대로 기지였다. 매우 광활했다. 5만550m²(1만5300평) 부지에 최대 8만여톤 광물을 보관할 수 있다.

▲ 군산비축기지 전경. 

이곳은 비상사태에 대비해 공사가 광물을 비축해 놓는 곳이다. 산업 경제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수요조절이나 긴급조달이 어려운 광물을 국가차원에서 보관해 놓는 일종의 곳간이다.

광물공사는 2007년부터 광물을 비축하기 시작해 2016년 목표치 7만8000톤을 달성했다. 현재 창고에는 크롬, 몰리브덴, 안티모니, 티타늄, 텅스텐, 니오븀, 셀레늄, 갈륨, 희토류, 지르코늄 등 희유금속 10개 광종이 드럼통이나 톤백(포대), 괴(塊) 형태로 보관돼 있다.

▲ 안티모니 괴(塊). 공사는 1650톤을 저장하고 있다.
▲ 드럼통마다 크기와 색이 다르다. 공급회사가 드럼통째로 전달하기 때문에 회사별로 다르다.

보관량은 국내 수요의 평균 64.5일분. 양적으로 보면 크롬의 양이 7만톤으로 압도적이다. 김우경 과장은 "크롬이 철강산업에서 많이 쓰이고 가격도 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고탄소 페로크롬. 카자흐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주로 생산되며 스테인리스강, 합금강, 특수강 등 철강산업에서 많이 사용된다.

광물곳간에 목표량을 채워 아직 추가 반입은 없다. 현재 공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물량 추가나 품폭 확대를 조율하고 있다. 유송 광물공사 비축기지 소장은 "인근에 군산항이 있어 배로 광물을 들여올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인천항이나 평택항에서 내려 컨테이너로 들여온다"고 말했다.

비축기지는 크게 크롬, 몰리브덴, 니오븀 등을 보관하는 일반창고와 희토류, 텅스텐, 갈륨 등을 보관하는 특수창고로 나뉜다. 일반창고에는 온도와 습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 광물을, 특수창고에는 그와 반대로 외부환경에 예민한 광물이 보관돼 있다.

희토류는 특히 습도에 민감하다. 김 과장은 "밀가루를 연상하면 된다. 희토류는 보통 습도가 높으면 밀가루처럼 달라붙는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희토류를 보관하는 창고는 항온항습(온도 20도, 습도 45%)을 철저하게 유지하고 있다.

반대로 갈륨은 녹는점이 29도로 온도에 민감하다. 손에 올려놓기만 해도 녹는다.

◆ 광물 전문가 vs 트레이딩 전문가
군산비축기지에는 광물공사만 있는 게 아니라 조달청도 광물비축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광물공사 창고와 마주보는 자리에 조달청 창고가 있다. 현판과 관리기관, 비축광물만 다를 뿐 업무는 동일하다. 같은 비축이지만 목적은 다르다. 

조달청은 광물이 쌀 때 사들여 가격이 상승했을 때 유용하게 사용할 요량의 경제비축을, 광물공사는 희소성이 강한 광물의 수급안정을 도모하는 전략비축을 각각 목표로 한다. 그래서 품목 역시 다르다. 비축량은 조달청이 광물공사 대비 3배가량 많다.

문제는 비축 업무가 이원화가 됨에 따라 비효율적이라는 것. 그간 감사원과 국정감사에서는 이 문제를 수차례 지적해 왔다. 지난 3월 해외자원개발 혁신TF에서도 "분산된 비축기능을 조정해야 한다"며 사실상 통합을 권고했다. 어느 쪽으로 일원화할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공사는 전문성을 근거로 내세웠다. 광물공사 관계자는 "석유와 석탄은 단일 광종이지만 광물은 광종 수 자체가 많다. 예를 들어 니켈이라고 해서 하나만 있는게 아니고 품목에 따라 여러 개로 나뉜다. 광물 전문기관인 공사가 비축 업무를 맡아야 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경제적 수급 경쟁력도 공사가 우위라는 주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품목별로 수요를 분석할 수 있어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조달청은 다른 논리를 펼치고 있다. 조달청의 비축 업무는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달청 관계자는 "광물공사는 자원개발을 하는 기관이지 비축 전문기관은 아니"라면서 "트레이딩하고, 수급을 조절하는 건 오히려 우리 전문분야"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역시 국가에서 금속을 비축하고 있다면서, 국가기관이 업무를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석유와 석탄 역시 장기간 비축을 한 것이 아니고 물가 안정을 위해 잠깐 들인 것이기에 석유공사, 석탄공사에 비축 업무를 분화시켰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가 광물창고의 곳간지기를 놓고 정부기관간 물밑 주도권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군산=김동훈 기자 donggri@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