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포함 산·학·연·관 한뜻 에너지전환포럼 발족
"누구나 참여하고, 모두가 소통하는 열린 플랫폼"

▲ 에너지전환포럼 출범식 참석자들이 '사람 환경 미래를 에너지 전환으로'라는 강병인 작가의 캘리그라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투뉴스] 원자력과 화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체계를 에너지절약, 효율향상,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해 온 이들이 다른 견해를 갖고 있거나 판단을 유보한 이들과 수시로 토론의 장(場)을 마련한다. 에너지전환이란 시대적 과제를 앞당길 방안을 함께 고민하면서 서로 입장차를 좁히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론 갈등이나 대립이 최소화 되는 전환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당적이 다른 여‧야 정치인부터 전통‧재생에너지기업, 공공기관‧시민단체까지 산(産)‧학(學)‧연(硏)‧관(官)‧민(民)이 진영을 불문하고 참여해 관련단체를 결성한 것은 처음이다.

에너지전환포럼(공동대표 홍종호‧유상희‧임성진)은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릴리홀에서 대내외에 포럼 출범을 알리는 기념식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유력 정치인과 학계 중진으로 구성된 고문단과 정부 및 유관기관 기관장을 비롯한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특히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대표(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 위원장)가 고문으로 한 자리에 모여 시선을 끌었고 에너지분야 양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에서도 두 차관이 함께 축사를 했다.

출범식은 TV드라마 <대왕세종>과 <정도전>, <미생>의 타이틀 글씨로 유명한 강병인 캘리그라피스트가 ‘사람, 환경, 미래를 에너지 전환으로'란 캐치프레이즈를 자신만의 필체로 써나가는 이색 퍼포먼스로 열어 제쳤다. 강 작가의 글씨는 주요내빈 축사 이후 진행된 기념촬영에서 포럼의 지향을 나타내는 플래카드로 쓰였다. 이어 한수원 노조위원장, 발전산업노조위원장, 환경단체 활동가, 석탄화력 및 원전 인근 지역주민, 풍력발전단지 주민대책위 대표 등이 출연한 인터뷰 동영상을 상영, 에너지전환 실현까지 극복해야 할 갈등과 논쟁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시사했다.

홍종호 상임공동대표는 환영사에서 “우리 포럼은 에너지 문제를 둘러싼 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자유롭게 드러내고, 토론과 숙의를 통해 바람직한 합의를 도출하는 촉매가 되고자 한다”면서 “누구나 참여하고, 모두가 소통하는 열린 플랫폼으로서 에너지전환 논의의 물꼬를 트고, 보다 생산적인 공론 형성과 실질적 변화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임성진 공동대표는 작년말 준비위 태동부터 지난달 사단법인 등록까지의 창립경과를 보고하고, 유상희 공동대표는 포럼 발족취지와 목표를 담은 창립선언문을 낭독했다.

주요 내빈과 고문단은 현장축사와 동영상 축사로 포럼이 각종 쟁점의 중심에서 균형추 역할을 맡아 줄 것을 주문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시민과 기업, 에너지전문가와 정치권이 한마음으로 참여하는 포럼 창립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된지 오래”라면서 “과거 에너지정책의 우선순위가 경제성장에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환경과 안전을 고려한 최적 균형점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고문)은 “미세먼지와 공기정체와 같은 기후변화 증상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에너지시스템을 바꾸라는 아주 강력한 신호다. 이제 대한민국은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에너지정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면서 "앞으로 포럼이 혁신적이고 다양한 논의를 진행해 새로운 에너지전환을 만들어 나가는 큰 흐름을 만들어 달라. 함께 하겠다"고 축하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고문)도 "카본프리 아일랜드로 나아가는 제주의 발걸음에 포럼이 큰 힘이 되어주실 것이라 믿는다. 저도 일원으로 열심히 뛰겠다"고 했고, 이재명 성남시장(고문)은 "건강한 삶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에너지전환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절실하다. 에너지생산, 유통, 소비 등 전 분야에 걸쳐 진지한 성찰과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장은 "포럼이 담론형성과 정책대안 마련, 정보소통으로 우리나라 에너지전환을 앞당기는 견인차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응원했다. 

▲ (왼쪽부터)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대표.

정당 고문들은 즉석 축사를 통해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때 방식과 결론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관심과 걱정을 했다. 특히 원자력과 석탄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많은 분들이 비중을 줄여나가자고 했고, 그렇게 가는 게 맞지만 방향과 속도에 대해서는 포럼 전문가들과 시민단체가 보수·진보를 떠나 국가적 방향을 제시해 주면 혼란이 최소화 될 것이다. 포럼이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대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출발한지 1년인데 에너지전환 부문에서 국민이 체감할 정도로 많은 변화와 시도가 있었다. 봄가을 미세먼지와 원전밀집도 세계 1위인 우리나라에서 에너지전환은 더 미를 수 없는 과제"라며 "하지만 그간의 논쟁이 합리적 논쟁이 아닌 이념적 논쟁으로 흐른 측면이 있다. 에너지전환포럼 구성원들이 각자 위치에서 역할을 하고 의견을 모아가면 소중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에너지전환이 우리사회 주류담론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반면 장병완 민주평화당 대표(국회 산업통상중기벤처위원회)는 현 정부를 겨냥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축사를 이어갔다.

장 대표는 “에너지전환 속도와 관련해 급격한 전환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수급 불안을 불러올 수 있다. 안정적 전력공급으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하고, 원전을 수출하려면 산업 생태계가 유지돼야 한다. 신규원전 전면중단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정부도 고민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역시 목표제시는 문제없지만 실천과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혁신적 대안없이 추진할 것이 아니라 과거 햇볕정책처럼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그간의 정책추진 과정에 대국민 소통이 부족했다고 되짚었다. 이인호 산업부 차관은 “지난해 에너지전환으로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에너지전환로드맵 수립,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8차 전력수급계획으로 에너지전환의 기본방향을 마련했고 올해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으로 2040년까지의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그간 정책을 추진하면서 소수전문가 중심으로 수립 집행돼 온 측면이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성공은 무엇보다 국민의 이해와 참여가 있어야 한다. 에너지전환포럼에 그런 역할을 부탁드린다. 논의된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병옥 환경부 차관은 “에너지전환은 문명의 전환이다. 그만큼 중요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모두를 바꿀 수 있는 실마리라서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나가는 게 그만큼 큰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문명의 전환은 단순한 에너지원 선택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 깨끗한 에너지원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그건 하나의 현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를 어떤 방식으로 이용할 것인가"라고 주지했다. 그러면서 안 차관은 "에너지전환은 적절한 속도도 중요한데, 차가 유턴할 때 속도가 너무 빠르면 안전한 통제가 어렵고, 너무 천천히 가면 신호가 바뀌어 충돌할 수 있다.  그래서 적절한 속도가 중요하다. 미래를 위한, 환경을 위한, 경제를 위한 포럼의 역할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축사 이후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홍종호 상임대표는 ‘한국의 에너지전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주제발표를 했다. 홍 대표는 “한국은 전력소비 양극화와 높은 에너지 수입의존도, 세계 1위 원전 밀집도, 초미세먼지 농도 OECE 1위, 재생에너지 최저 등 산적한 현안이 많다”면서 “이제 포럼은 에너지절약과 효율향상,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체계를 전환하는 대장정에 나서려 한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분들이 이러한 대의에 동참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강남훈 에너지공단 이사장을 비롯해 차성수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조영탁 전력거래소 이사장, 박일준 동서발전 사장 등 기관장과 제스퍼 바이브 한센 주한 덴마크대사관 부대사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또 그리드위즈, 신성이엔지, 씨에스윈드, SK가스, 유니슨, 이건창호, GS EPS, 한화솔라파워 등 민간 참여기업이 참석했다. 포럼은 향후 정례 세미나와 토론회를 열어 각종 쟁점을 공론화 하고 정책연구를 통해 정책 및 입법 제안활동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캘리그라피스트 강병인씨가 에너지전환포럼 출범식에서 프랭카드에 '사람 환경 미래를 에너지전환으로'라는 글씨를 쓰고 있다.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