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W급 태양광판이 계통에 무리 안준다…과한 규제”
전기공사協 공탁금 수천만원…시민·마을에는 높은 진입장벽

[이투뉴스] “양문형 냉장고 한대분 전기를 생산하는 250W 태양광판 한장을 설치할 때도 수천만원 공탁금을 요하는 전기공사업 면허까지 필요합니까”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빌라‧아파트) 베란다에 미니태양광을 설치할 시 전기공사업 면허 보유를 조건으로 한 지자체가 확산되고 있다. 지자체 에너지사업모델을 선도한 서울특별시가 전력계통 안전을 이유로 올해부터 미니태양광 보급업체 선정 기준에 ‘전기공사업 면허’를 득하도록 업체들에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미니태양광 확대·보급을 주도해온 시민단체나 협동조합 측은 과도한 규제라고 성토하고 있다. 250W 태양광판 한 장에서 발생하는 전기부하가 계통에 무리를 준 사례가 없을 뿐 아니라, 과도한 진입장벽으로 시민 주도 태양광 발전사업의 상징이 된 미니태양광사업의 본래 취지를 흐린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구조물 안전 등을 따지는 게 합리적인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협동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의 이런 조치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박원순 서울시장과 녹색드림협동조합 간 특혜의혹에서 시작한다. 당시 일부 위원들은 박 시장이 허인회 녹색드림협동조합 대표(前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에게 시의 태양광 발전사업 전반에 걸쳐 특혜를 제공했다고 비난했다.

이후 일부 언론에서 미니태양광 시공 시 전기공사업 면허 보유 기준을 가진 경기도 사례를 바탕으로 서울시의 미니태양광 관련시책을 비판하자, 시가 올해 해당 기준을 신설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전기공사업 면허는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의 옥상 태양광, 상업용 발전시설 등 kW급 이상 중‧대용량 이상 설비 시공 시에만 필요했다. W단위 소형 태양광판을 설치할 때 요하는 자격은 아니었다. 전기공사업 면허는 통상 1년 이상 자격을 준비하고 공탁금 수천만원을 전기공사협회에 기탁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협동조합 측은 시민들이 스스로 만드는 DIY(do-it-yourself) 태양광제품이나 마을사람들이 참여하는 태양광 사후관리(A/S)시스템 조직 등 운영이 당장 어렵게 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당초 서울시가 시행한 시민 주도의 ‘원전하나 줄이기’ 정책의 본래 의미를 퇴색시키는 규제로, 마을·시민단체가 미니태양광에 참여할 수 있는 진입장벽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주장이다.

특히 해당 기준 신설 이후 공탁금 등 이익을 얻는 전기공사협회가 서울시의 사례를 바탕으로 각 지자체에 전기공사업 면허를 득하도록 공문을 보내면서, 관련 기준이 각 지자체로 확산되는 양산이다.

미니태양광이 계통에 얼마나 무리를 주는지 대해서 한국전력공사 송배전업무 담당자는 “아직까지 관련 민원이나 사례는 발생치 않았다”며 “각 세대마다 전기소비량 등 부하보다 태양광판에서 생산한 전기량이 더 많을 경우 역송전으로 인해 계통에 무리를 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아파트단지마다 1000kW급 변압설비를 설치하는 등 상당한 전기를 공급·소비하고 있다. 평상시 주민들의 전기소비가 W급 태양광판이 생산하는 전기보다 적다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파트 한 동에도 그림자나 개인별 신청 여부 등을 따지 설치하는 만큼 전 세대가 미니태양광을 설치해 계통에 무리를 줄 가능성도 높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런 사례에 대해 내부 검토나 전문가회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다만 아파트 각 세대나 동별 전기소비량 등을 산출해 한계용량 이하에 크게 못 미치게 적절한 용량의 태양광판 설치가 이뤄지면 사실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초기 시가 ‘원전하나 줄이기’정책을 시행할 때는 시민과 마을단체가 두루 참여하는 밑그림이 그려졌으나, 현재 다소 동떨어진 시책들이 나오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다수 담당자들이 변경됐고 소통도 예전 같진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현재 미니태양광사업에서 발생한 많은 문제들을 다시 짚어보고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소통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덕환 기자 hwan0324@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